▲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지난 6·4 지방선거에 이어 오는 7·30 재보선에서도 잇따라 공천에서 탈락하자 김한길 대표와 함께하는 공동체제에 불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개국공신’마저 떠났다. 이제 새정치민주연합 내에 안철수 공동대표의 ‘측근’은 누가 남았을까. 최근 관계가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진 송호창 의원을 제외하면 당내 안철수계 인사들은 전무한 상황이다. 리더십 논란의 중심에 선 안 대표는 당 안팎으로 쏟아지는 계파 공천 갈등에 대한 책임론까지 떠안으면서 또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7·30 재보선을 앞두고 꼬일대로 꼬여버린 안 대표의 셈법은 도무지 답이 없다.

이를 지켜봐야 하는 안 대표의 측근들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자기 세력 심기’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세력은 심지도 못한 ‘주군’을 향한 실망감이다. 벌써 두 번째가 아닌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도 안 대표가 전략공천으로 윤장현 광주시장을 챙기지 않았다면 안철수계는 전멸했다. 안 대표가 독자신당을 추진할 때부터 공을 들여온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과 이석형 전 전남 함평군수는 각각 옛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전 의원과 이낙연 전남도지사에게 고배를 마신데 이어 강봉균 전 의원도 송하진 전북도지사의 벽을 넘지 못했다.

◇ 5대5 지분 확보 불구 공천마다 ‘잡음’

‘윤장현 전략공천’ 파문으로 혼쭐이 난 안 대표는 두 달여 만에 다시 치르게 된 선거에서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전략공천설’이 나돌 만큼 공천이 유력했던 금태섭 전 대변인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밀렸고, 안 대표의 첫 수석보좌관을 지낸 이수봉 전 민주노총 정책연구소장은 출사표를 던졌다가 공천신청을 철회했다. 이외에도 안 대표의 ‘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들은 경기 수원병(팔달) 지역과 충북 충주를 제외하고 출마를 타진했으나 잇따라 탈락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금 전 대변인의 공천 배제는 측근들을 혼란스럽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금 대변인은 안 대표가 정치권에 입문할 당시부터 줄곧 그의 곁을 지킨 유일한 측근으로 꼽힌다. 안 대표가 신당 창당을 포기하고 옛 민주당과 합당을 결정했을 때도 다른 사람들은 반대를 표명하며 떠났지만, 금 전 대변인은 합당을 찬성하며 힘을 보탰다. 때문에 안 대표 ‘몫’의 공천 1순위는 언제나 금 전 대변인으로 불렸다. ‘금태섭 전략공천설’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 ‘안철수맨’으로 불리는 금태섭 전 대변인과 ‘김한길계’로 알려진 박광온 대변인의 운명도 엇갈렸다. 금 전 대변인은 당초 서울 동작을에 대한 전략공천설이 나돌았으나 공천을 배제당했고, 박 대변인은 현재 광주 광산을 전략공천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안 대표의 선택은 금 전 대변인이 아닌 기 전 정무부시장이었다. ‘기동민 전략공천’ 소식이 전해진 지난 3일 금 전 대변인은 대변인실 출근을 하지 않았고, 다음날 대변인직을 사임했다. 안 대표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기 전 정무부시장의 전략공천에 대한 항의성 사임이라는 게 정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 금 전 대변인의 충격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 대표의 측근들 사이에선 김한길 대표와 함께하는 공동체제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김한길 측에 속은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안 대표가 옛 민주당과 합당과정에서 사실상 5대5의 지분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천할 때마다 잡음이 생기는 것과 달리 김 대표의 공천은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의문점이 생겼다.

경기 평택을 후보자로 선정된 정장선 전 의원은 손학규 상임고문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내에선 김한길계로 분류된다. 광주 광산을 전략공천설이 돌고 있는 박광온 대변인 또한 김한길계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다. 공천권과 당 운영 조직을 관할하는 주승용 사무총장은 물론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문병호 의원조차 김한길계다. “소수에 불과했던 김한길계가 점차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공통된 생각이다.

일각에선 공천 후폭풍을 겪고 있는 ‘기동민 전략공천’의 배후로 김 대표를 지목하고 있다. 금 전 대변인의 공천을 막은 것도 바로 김 대표라는 것. 물론 안 대표 역시 ‘금태섭 카드’를 고집할 수 없었다. ‘제2의 윤장현’이 될 수 있는 금 전 대변인의 낙선 시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고, 당내 조사결과에서 금 전 대변인의 지역 지지율이 예상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참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한 안 대표의 토로가 빈말은 아니었던 셈이다.

◇ 안철수 “사실 아냐”, 김한길 “무시하라”

이와 관련, 안 대표는 “사실이 아닌 얘기를 믿으면 안 된다”며 선을 그었고, 김 대표 역시 “무시하라”고 했다. 하지만 안 대표 측근들은 여전히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그만큼 7·30 재보선이 안 대표나 그의 측근들에게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내 기반과 향후 정치적 위상 강화를 위해선 세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 즉 이번 선가가 당내 안철수계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더욱이 이번 선거는 안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안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때문에 안 대표가 2017년 대선으로 가기 위해선 또다시 당권 경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야 2016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를 발판으로 대선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당내 지원군 확보가 중요한데, 지금으로선 안 대표가 세력 유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당내 한 관계자는 “안 대표의 내공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면서 “공천은 곧 충성심이고, 머리수가 된다. 그래서 자기사람은 일단 챙겨놓고 보는 게 리더의 자세인데, 안 대표가 측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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