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작을’로 촉발됐던 새정치민주연합의 7·30 재보선 공천 갈등이 ‘경기 수원정’에서 폭발했다.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의 ‘공천 나눠먹기’로 비쳐지면서 내부 반발을 샀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기동민 전략공천’으로 촉발된 새정치민주연합의 7·30 재보선 공천 갈등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당 지도부는 8일을 전략공천 ‘데드라인’으로 잡고 오전 10시30분부터 비공개로 마라톤 회의를 시작했으나 자정을 넘겨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야권의 열세로 예상되는 경기 수원병(팔달)에 손학규 상임고문의 차출을 확정지었을 뿐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한 수원정(영통)·수원을(권선)과 광주 광산을에 대한 논의는 한발자국도 진척시키지 못했다.

공천을 둘러싼 당 지도부 내 첨예한 갈등은 이날 우원식 최고위원의 모습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그는 최고위원회의 도중 회의장을 박차고 뛰쳐나왔다. 금태섭 전 대변인의 수원정 전략공천에 대한 반발에서다. 이날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전략공천으로 서울 동작을 경선조차 박탈당한 금 전 대변인을 수원정으로 돌리고, 수원정에 공천을 신청한 박광온 대변인을 수원을로 전략공천하는 ‘돌려막기’ 안을 제시했다. 금 전 대변인이 수원정 지역 여론조사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게 그 이유다.

◇ ‘수원정’ 난상토론… 또다시 불발된 금태섭 전략공천

두 대표의 ‘깜짝 발표’에 최고위원들 대다수는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 논의 없이 회의 당일 제시된 안건이기도 했지만, 외견상 두 대표의 ‘공천 나눠먹기’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실제 금 전 대변인은 안 대표가 정치 입문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곁을 지켜온 대표적 ‘안철수맨’으로 꼽히고, 박 대변인 역시 손 고문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내에선 김한길계로 분류되고 있다.

▲ 우원식 최고위원은 8일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태섭 전략공천’에 반발해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왔다. 금태섭 전 대변인이 불출마 의사를 표시하면서 수원정 전략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봉합했지만,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카드’를 고집하면서 또다시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특히 금 전 대변인의 수원정 전략공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수원정은 김진표 전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만큼 당선 안정권에 있는 곳이다. 사실상 안 대표가 금 전 대변인의 ‘배지’를 위해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한 기 전 정무부시장을 무리하게 서울 동작을로 내리꽂았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회의장 밖에서 화를 식히던 우 최고위원은 기자들에게 복잡한 속내를 털어놨다. 다음은 우 최고위원이 각종 언론사를 통해 밝힌 심경토로다.

“안철수 대표 오른팔까지 뺄 만큼 동작을이 쉽지 않다고 했다. 확장력이 좋은 기동민이 필요하다고 해서 공천에 찬성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금태섭이 경쟁력이 있어서 수원에 보낸다고 한다. 동작에서 없던 확장력이 수원에서는 있다는 것인가. 사전조정도 없이 기동민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은 결국 금태섭에게 비단길 깔아주기 위한 것인가. 광주에서 열심히 뛴 사람한테 무슨 짓인가. 너무 실망했다.”

금 전 대변인의 ‘수원정 전략공천’에 대한 의견차로 정회를 반복하던 당 지도부는 밤 10시가 다돼서야 최종 조율에 돌입했다. 하지만 뜻밖의 소식이 회의장을 또 한 번 뒤집어 놨다. 바로 금 전 대변인의 수원정 불출마 표시다. 그는 당 지도부의 갈등을 전해 듣고 페이스북을 통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면서 “이미 한 지역에 출마선언을 했던 마당에 다른 지역에서 출마할 순 없다. 혹여 당에 부담이 되는 것은 추호도 원하는 바가 아니다”고 밝혔다.

회의장은 술렁였다. 결과적으로 이날 하루 종일 진행된 회의는 금 전 대변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진행된 ‘헛된 논의’였던 셈이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게 무슨 코미디냐”며 실소했다.

◇ 섭섭한 안철수 “저와 함께 했다는 이유로 배척당해”

난상토론 이후 안 대표는 섭섭한 마음이 커졌다. 다음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금 전 대변인은 예전 민주당이 여러 번 영입하려던 인사”라고 밝힌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함께 했다는 이유로 경쟁력이 있어도 배척당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와 관련, 안 대표는 “저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 최적의 후보일 때는 ‘자기사람 챙기기’라고 하고, 저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 선정되지 않으면 ‘자기사람도 못 챙긴다’고 한다”면서 “그런 잣대로 비판한다면 하느님인들 비판받지 않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날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던 광주 광산을 지역에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전략공천했다. 어젯밤만 해도 당 지도부는 권 전 수사과장의 출마 의사와 무관하게 그의 광주 광산을 출마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일었다. 결국 전략공천이 아닌 천정배 전 의원을 포함한 경선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으나 안 대표와 김 대표가 ‘권은희 카드’를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