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 많던 서울 동작을 지역에 나경원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가 출마를 확정지었다. 이에 따라 나 전 최고위원에겐 ‘설욕전’이 되지만, 기 전 정무부시장에겐 ‘데뷔전’이 된다. 아울러 노 전 대표에겐 ‘복귀전’이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사실상 ‘미니총선’과 다름없다. 20일 앞으로 다가온 7·30 재보선은 전국 15곳에서 여야의 힘겨루기를 예고했다. 특히 이번 선거는 무승부로 끝난 6·4 지방선거의 연장전 성격을 가지는 만큼 전장에 임하는 여야의 각오가 여느 때보다 대단하다. 가장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곳은 단연 ‘서울 동작을’이다. 유일한 서울 선거구로서 민심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 나경원 ‘대중적 인지도’ vs 기동민 ‘시대적 흐름’

여야 지도부가 고민 끝에 내놓은 후보자는 바로 나경원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다. 공교롭게도 3년 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대 나경원’의 재대결 구도로 형성됐다. 기 전 정무부시장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오른팔’로 알려졌다. 때문에 나 전 최고위원에겐 동작을 선거가 박 서울시장과의 패배를 씻을 설욕전이 되는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점이 기 전 정무부시장에겐 경쟁력이 된다. 박 서울시장과 함께 ‘서울의 변화’ 속에서 ‘동작의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 비록 “인지도 측면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지만 ‘시대적 흐름’을 쥐고 있다”는 게 기 전 정무부시장의 주장이다.

변수는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다. 당초 동작을 지역은 야권 후보의 선전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새정치민주연합이 ‘기동민 전략공천’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동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여기에 노 전 대표의 출마는 야권 분열과 표 분산을 가져오기 때문에 자칫 어부지리로 나 전 최고위원에게 당선을 안겨 줄 수 있다는 해석이 많다. 실제 나 전 최고위원도 불출마를 고집하다 출마로 선회한 것은 야권 분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안팎에서도 나 전 최고위원이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분석한다. 당내 조사 결과, 나 전 최고위원과 기 전 정무부시장의 표 격차가 큰 것으로 나온 것. 이 자료까지 들고 가 나 전 최고위원의 출마를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이완구 원내대표까지 직접 나 전 최고위원을 찾아가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김문수 대안 카드’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킨 게 주효했다는 평이다. 이 원내대표는 “당에서 최선을 다해 나 전 최고위원을 지원할 생각”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인물난을 겪던 새누리당이 동력을 회복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고민은 지금부터다.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에 반발한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이미 기 전 정무부시장은 상처를 입었다.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한 뒤 선거를 위한 사무실 개소까지 마친 예비후보자가 하루 새 지역을 바꿔 출마하게 된 모양새나 20년 지기 동료의 오랜 꿈을 외면해야 한다는 점이 기 전 정무부시장의 진정성을 떨어뜨렸다.

물론 기 전 정무부시장도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당의 부름을 닷새 만에 수락한 그는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 전 정무부시장은 “모든 논란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면서 “이제 시작하는 미래지향 정치인”의 지지를 호소했다.

◇ 이정현, 진정성 호소 vs 서갑원, 박근혜 정권 심판

▲ 전남 순천·곡성 선거는 전·현직 대통령 측근 간 대결구도로 형성됐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이 바로 그 주인공. 두 사람은 각각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자’로 불린다. 여기에 이성수 전 민주노총 기획실장이 통합진보당의 후보로 출마해 ‘수성’에 나섰다.

정치권에서 동작을의 표심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 여론은 ‘전남 순천·곡성’을 주목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자’ 서갑원 전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맞붙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 전·현직 대통령 측근 간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본선 막이 오르기 전부터 열기가 뜨거워진 이유다.

당초 이 전 수석은 당 안팎으로 서울 동작을 출마가 점쳐졌으나 새누리당의 불모지와 다름없는 호남행을 택했다. 사실상 불구덩이에 뛰어든 셈. 벌써 4번째 도전이다. 그는 1995년 광주 광산구 시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2004년과 2012년 총선에서 광주 서구에 출마했지만 번번이 낙선했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것은 직전 선거에서 39.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 전 수석이 그토록 외쳤던 ‘지역주의 타파’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 전 수석의 슬로건은 ‘지역주의 타파’다. 아울러 ‘지역발전론’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집권여당의 ‘힘 있는 후보’로 자신을 소개하며 “입증된 호남 예산·인재 지킴이로서 지역 발전에 부응하겠다”고 약속한다.

맞수로 등장한 서 전 의원 역시 ‘지역발전론’을 강조한다. 다만 이 전 수석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이명박 정권에 정치적 탄압을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자로서, 정치 탄압으로 단절된 지역 발전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것. 이는 ‘박근혜 정권 심판론’이자 ‘노무현 대 박근혜’ 구도로 끌고 가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당내 치열한 경선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서 전 의원은 명예회복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그는 2004년 ‘탄핵열풍’이 불었던 17대 총선 당시 순천에서 당선된 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야인으로 돌아갔다. 사실상 이번 선거가 서 전 의원에겐 복귀전이다.
 
다만 통합진보당 후보로 나선 이성수 전 민주노총 기획실장이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호남지역 특성상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으로 분류되지만, 순천·곡성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서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 이후 지난 3년여 동안 이 지역은 통합진보당의 아성으로 변했다. 2011년 4월 재보선에서 당선된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이 다음해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도 승리를 거머쥔 것.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리는 사건만 없었다면 통합진보당이 뿌리를 내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 이를 위한 통합진보당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지난 1일부터 순천에 상주하며 바닥민심을 훑고 있다. 지도부가 전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이 전 기획실장의 활약도 무시할 수없는 상황인 셈. 사실상 삼파전으로 형성되면서 야권 분열과 표 분산이 예상되고 있다. 재기를 노리는 서 전 의원에겐 ‘골칫거리’가 생겼고, 이 전 수석에겐 ‘틈새’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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