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이동 먹자골목에서 포장된 싱크홀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장된 곳 뒤쪽으로는 거대한 제2롯데월드 타워 공사현장이 보인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제2롯데월드 타워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진데 이어 주변 곳곳에서 ‘의문의 구덩이’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시민·환경단체는 이 같은 현상이 지하수 유출에 의한 ‘싱크홀 현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본지는 싱크홀로 추정되는 의문의 구덩이가 ‘싱크홀’로 통용되고 있는 만큼, ‘싱크홀’로 표기함을 미리 밝혀둔다.)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 인근에서 포착된 ‘싱크홀’ 사진은 최근 온라인과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싱크홀 현상이 발견된 곳은 방이먹자골목에서부터 방이시장에 이르기까지 1km가 넘는 구간에서 잇따라 발견됐다. 시민들의 우려가 높아지자 언론보도가 잇따랐고, 우려는 더욱 확산됐다.

이에 <시사위크>는 지난 10일 방이동을 찾아 싱크홀이 발견된 곳을 비롯해 이 일대를 직접 확인해 봤다. 하지만 눈에 띄는 싱크홀은 없었다. 관할인 송파구청에서 모두 포장했기 때문이다.

방이먹자골목 오금로 11길 한가운데에서 포장의 흔적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가로와 세로 모두 1m가량 되는 크기였고, 포장된 지점 위엔 ‘임시포장’이란 글씨가 선명했다. 인근 상인은 “어제(9일) 오후 5시쯤부터 포장 공사가 시작돼 7시 전에 끝났다. 저녁 손님이 많을 시간인데, 그리 넓지 않은 길의 한가운데에서 공사를 하다 보니 교통이 무척 혼잡했다”고 말했다.

▲ 방이동 먹자골목의 포장된 싱크홀.
약 150m 떨어진 곳에서도 포장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은 이미 몇몇 언론을 통해 포장 공사 사진이 전해졌던 곳이었다. 이곳의 포장 규모는 웬만한 승용차 한 대를 넘어서는 넓이였다. 다시 말해, 싱크홀의 규모도 작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싱크홀 현상은 제2롯데월드 타워 공사현장에서 1km 이상 떨어진 방산시장 내에서도 발견됐다. 방이시장 중앙 부근의 한 상점 앞에는 종이박스가 펼쳐져 덮여 있었고, 박스를 들추자 포장 공사의 흔적이 나타났다. 상점 주인은 “오늘(10일) 아침에 포장하고 간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오후엔 방이먹자골목, 10일 오전엔 방산시장 내 싱크홀이 포장된 것이다. 관할구청이 분주하게 포장 공사를 진행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상점 주인은 “가게 문 앞 구덩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런데 가게 옆에 생긴 구덩이는 꽤 깊었다”며 또 다른 포장 흔적을 보여줬다. 가판대에 아래였지만, 포장 흔적은 확연했다.

이밖에도 방이동 일대에서는 최근에 포장한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포장으로 인해 싱크홀을 직접 확인하긴 어려웠지만, 이 일대에서 싱크홀 현상이 적잖게 발생했다는 점은 짐작할 수 있었다.

▲ 방산시장의 포장된 싱크홀.
▲ 방산시장의 포장된 싱크홀. 이곳 바로 옆 상점 주인은 "이 구덩이는 유독 깊었다"고 말했다.
◇ 포장된 싱크홀… 주민 불안은 덮지 못했다

▲ 제2롯데월드 타워 공사현장 인근 방이동 일대에서는 최근에 포장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제2롯데월드 타워 인근에서 발견된 구덩이들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제2롯데월드 타워 공사와의 연관성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시 시민자문단으로 활동 중인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YTN> 방송 토론에서 “현재 제2롯데월드 타워 공사현장으로 많은 지하수가 들어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처럼 많은 지하수가 계속 공사장으로 들어 올 경우 인근의 지하수 흐름이 바뀌어 지하에 빈공간이 만들어 지게 된다. 이 경우 인근 지역에 싱크홀 등의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석희철 롯데건설 건축사업본부장은 “제2롯데월드 타워 공사현장은 차수벽이 지하수 유입을 거의 막고 있다.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물은 차수벽 내부에서 올라오는 것이며, 양도 안전치 이내다. 주위 지반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싱크홀 현상에 대한 롯데 측의 입장과 전문가의 지적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일부 네티즌들은 “잠실 쪽에 갈 때 조심해야 겠다”며 불안함을 표하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크다. 석촌호수에서 만난 한 주민은 “석촌호수가 작은 연못도 아니고, 이 큰 호수의 물이 낮아졌다는데 어떻게 안 불안할 수 있겠느냐”며 “이해할 수 있는 해명도 없어 더욱 불안하다”고 말했다.

방이동의 한 상인은 “요즘 싱크홀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많이 돌고 있다. 롯데월드 공사 때문이라는 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큰 트럭들이 다니는 길도 아닌데, 갑자기 구덩이가 생기니 당연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쪽이 예전엔 원래 한강이었던 곳이라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 제2롯데월드 타워 공사현장.
강동송파환경운동연합의 한자원 사무국장은 “많은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고, 전화도 많이 걸려 온다”며 “주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는 동시에 지역 주민들이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석연치 않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은 상황에서 조기개장은 절대 안 된다”며 “수위 하락, 싱크홀과 더불어 교통문제도 심각하다. 롯데는 돈벌이를 위해 조기개장을 강행하려하는데, 돈 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10일 석촌호수 수위저하와 지반침하, 제2롯데월드 타워 공사와의 연관성 등을 밝히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서울시는 이번 조사가 제2롯데월드 하층부 조기개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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