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앞두고 있어 2기 경제팀의 부동산 규제완화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시사위크=최민석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임명을 눈앞에 두고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간 정부는 최경환 2기 경제팀 출범을 앞두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 분양가 상한제 완화, 소형 아파트 의무 건축 비율 완화 등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를 시사해 왔다.

이밖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조정을 통해 완화할 것을 밝혔다. 건설규제 완화와 함께 주택 구매능력을 향상시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최 후보자와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 방침에 고개를 갸웃하는 시각도 많다. 비록 완만하지만 부동산 경기는 꾸준히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이후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6만여 호에서 6만호 수준으로 감소했고 올해 1월부터 5월 까지 주택거래량도 작년 동기에 비해 상승하고 있다. 더구나 세계적인 저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주택매매가격이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부동산 시장의 완만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격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는 이면에는 건설업계의 장기침체가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 건설업계 ‘그라운드 제로’, 줄도산 위기

▲ 2013년 기준 100대 건설사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현황<출처:대한건설협회>
지난달 13일 ‘쌍떼빌’로 유명한 중견건설사 성원건설이 결국 파산절차를 밟았다. 성원건설은 한때 시공능력 58위까지 올랐을 정도로 탄탄한 건설사였지만 2000년대 후반 몰아친 부동산 경기침체와 미수금 문제 등으로 위기에 내몰렸다.

다른 건설사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한건설협회의 2013년 통계에 따르면 시공능력 상위 100개사 중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이 10곳이고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도 10곳으로 집계됐다.

상위 건설사들의 경영악화 원인은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침체에 따른 미분양 속출이다. 아파트 분양시장 거품시기 확장을 거듭하던 건설사들은 세계적인 금융위기 여파로 침체된 시장 적응에 실패했고 유동성 위기까지 겹쳐 이중고에 시달렸다. 최근의 분양이 완료되는 아파트들도 원가이하의 저가분양을 하거나 기존의 미분양 아파트가 대부분이었다.

현대건설, 한화건설, 대림산업 등 최상위 건설사들은 해외수주로 활로를 모색했지만 해외수주보다는 국내수주에 집중했던 중견건설사들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워크아웃을 단행하게 됐다.

◇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의 건설업계

문제는 건설업계가 국내 부동산 시장의 완만한 회복을 인내할만한 내구성이 없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시작된 건설업계의 침체는 사실상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겨우 산소 호흡기를 차고 연명해왔다.

설상가상으로 2012년부터 다시 수주액이 감소하기 시작해 2013년도에는 91조3,000억에 그쳐 2005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171.7%를 기록했고 매출액 대비 이익률이 점점 감소해 매출액순이익률은 -0.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행이 발표한 제조업의 매출액순이익률은 6.1%였고 부채비율은 75.5%를 보여 대조를 이뤘다.

부동산 거품으로 불어난 건설업계의 외연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 거품이 사라지면서 축소돼야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자본·기술·고용이 큰 규모로 집약된 건설업계의 줄도산은 자칫 국민경제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들의 차입금의존도는 40%를 웃돈다. 이들 기업이 도산을 했을 경우, 건설사에 채권을 가지고 있는 하청업체의 줄도산은 물론 금융권의 부실을 초래해 결국 국민경제에 파장이 미치게 된다. 게다가 건설업계는 고용시장의 약 7%, 170여만명을 고용하고 있어 대형 건설사의 도산은 실업률에도 악영향이 예측된다.

▲ 건설업계 경영상태 추이<자료:대한건설협회>

◇ 규제완화는 건설업계 연착륙이 목표?

정부의 대규모 규제완화를 계기로 부동산 시장이 예전과 같은 활황기가 올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이미 가구 대비 주택공급률이 전체적으로 100%를 넘었고 점차 줄어드는 인구수로 인해 주택시장이 중대형의 투자 수요보다는 소형 아파트의 실수요 중심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을 부양시켜 건설업계를 활황으로 이끌겠다는 의도보다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나 아파트 소형 건축 의무를 완화시켜 건설사의 다양한 건축 활로를 열어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올해도 10조원 가까이 세수결손이 예상되고, 복지지출의 증가로 대규모 발주가 어려운 정부로서는 건설업계 불황을 시장의 기능에 맡겨 연착륙을 노린다는 의미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규제 완화와 DTI·LTV 비율 변화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국민들로 하여금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매하라는 것은 ‘폭탄돌리기’ 지나지 않다는 주장이다. 가계부채가 1,000조를 돌파한 현재 담보대출 비율을 더 높여 경기를 부양한다 해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침체기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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