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 수도권 초반 판세가 ‘열세’로 드러나자 안철수·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야권연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쯤 되면 ‘권은희 공천’은 자살골과 다름없다. 여당에겐 ‘대가공천’이라는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고, ‘같은 편’ 진보정당으로부턴 ‘정략공천’이라는 비판을 샀다. 텃밭인 호남에서조차 ‘권은희 공천’은 외면당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광주, 전남·전북의 새정치민주연합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권은희 후보에게 공천장을 수여한 이후 10%P가 급락했다. ‘경찰의 딸’에서 ‘광주의 딸’로 변신을 꾀했지만 권 후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은 듯하다.

문제는 ‘권은희 공천’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수도권으로 북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 초반 판세가 ‘열세’로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에 이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 참사로 수도권의 승리를 점쳤으나 민심은 ‘공천 파동’을 일으킨 야당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묵묵부답’으로 사실상 거절했던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의 야권연대 제안을 다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 기동민·박광온 포기 = 공천 실패 인정

현재 당 안팎에선 서울 동작을과 경기 수원정의 야권연대를 점치고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유일한 서울 선거구인 동작을은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고, 수원정은 야권연대를 이룰 경우 승산이 있는 곳으로 분석된다. 실제 수원정은 여론조사마다 여야의 부침이 있지만 천호선 정의당 후보의 지지율은 한결같이 7%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엠브레인이 지난 15일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임태희 새누리당 후보는 33.7%의 지지율을 기록해 박광온(21.5%)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12.2%P 앞서고 있다. 같은 조사결과에서 천 후보는 7.3%의 지지율을 얻었다. 박 후보와 천 후보가 단일화 할 경우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게 된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

전날 발표된 경인일보-케이엠조사연구 여론조사에선 야권의 승리가 보였다. 박 후보(30.9%)가 임 후보(30.4%)를 불과 0.5%P 앞서고 있지만, 천 후보가 획득한 7.4%의 지지율을 가져온다면 무난한 승리가 점쳐진다. 박 후보(44.7%)로 단일화될 경우 임 후보(34.6%)와 양자대결에서 두 후보의 격차는 10.1%P까지 벌어졌다. 반면 천 후보(25.3%)로 단일화될 경우 임 후보(42.2%)가 16.9%P 차이로 우세하다는 결과다.(95% 신뢰수준에 ±4.4%)

▲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의 야권연대 제안이 사실상 거부되자 천호선 대표와 노회찬 전 대표는 야권연대 무산에 대한 책임을 안철수·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에게 돌리며 ‘완주’를 다짐했다.

따라서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박광온 카드’를 접을 수 없다. 그렇다면 야권연대를 위해 ‘기동민 카드’를 포기해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자신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이번 선거에서 측근인 금태섭 전 대변인의 손을 놓으면서까지 ‘기동민 전략공천’을 강행했다. 이후 ‘권은희 후폭풍’까지 감당하며 지켜온 본인의 소신이었다. 결국 ‘기동민 카드’를 접는다는 것은 안 대표는 물론 김한길 대표의 공천 실패를 인정하는 것과 같다.

때문에 일각에선 “연대 없이 가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합당한 명분이 없을 뿐 아니라 “연대로 반드시 이긴다는 확신이 없다”는 것. 도리어 야권연대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선거용 야합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따라서 야권연대는 선거흐름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거전이 진행될수록 자연스레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야권 지지가 수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상 당 지도부에서 풀지 못한 숙제를 후보들에게 떠넘기는 형국이다.

◇ 노회찬·천호선 여유 “연대 구걸 안 해”

하지만 ‘완주’에 대한 정의당의 의지가 높아 안 대표와 김 대표의 양보 없인 야권연대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당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이번 선거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정의당의 간판스타인 ‘노회찬’, ‘천호선’이 출마를 결심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천 후보는 “새누리당에게 의석을 주지 않기 위해 결국 (정의당이) 접어주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이라고 지적하며 “우리 스스로 (선거를) 접을 계획과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더 이상 (새정치민주연합에 야권연대를) 제안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야권연대는 (안 대표와 김 대표가 제안해 오면) 생각해볼 문제”라고 여유를 가졌다. 노 후보 역시 “연대를 구걸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야권연대 무산에 대한 책임을 안 대표와 김 대표에게 돌렸다.

이로써 선거 승패에 대한 안 대표와 김 대표의 책임론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 야권연대를 구성할 1차 시기는 오는 20일까지다. 이날을 넘긴 후 야권연대가 이뤄지면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21일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면서 사퇴한 후보의 이름도 투표용지에 나란히 적혀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선거연대의 접촉창구인 주승용 사무총장은 최근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와 한 차례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추가적인 접촉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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