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몰 수원역점 조감도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추석 명절을 앞두고 경기 남부 최대 쇼핑몰인 ‘롯데몰 수원역점’을 오픈하려던 롯데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상생 협의가 결렬되면서 인근 상인들이 개장을 강력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원시는 교통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으면 영업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롯데의 8월 말 개장 계획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업계에선 애초부터 무리한 일정을 잡은 것이란 뒷말도 나오고 있다. 

◇전통 재래시장 상인들과 상생 협의 삐그덕 

‘롯데몰 수원역점’은 경부선 수원역 서쪽 27만㎡에 백화점, 대형마트, 영화관, 쇼핑몰 등을 갖춘 지하 3층, 지상 8층, 연면적 23만3000㎡ 규모의 대형 복합쇼핑몰이다. 롯데는 다음달 22일 개점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8월말 개점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상인들과의 상생 협의가 잘 안 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수원지역 22개 전통시장 상인들로 구성된 ‘수원시 상인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상인연합회)는 “롯데 측이 납득할 만한 보상책을 마련해주지 않을 경우 영업을 일제히 중단한 채 ‘개점반대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상인연합회 측은 “애경백화점(현 AK플라자)이 개점 이후 10년 만에 남문(팔달문) 등 구도심 상권이 급격하게 몰락했다”며 “여기에 경기남부 최대 규모인 롯데쇼핑몰까지 개점하면 재래시장 상인들은 설 곳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인연합회 측은 “애경백화점 개점 이후 팔달문일대 영화관 6개는 모두 폐업했고 남문로데오거리, 팔달문시장 패션1번가 등 중심상권은 급격히 몰락해 빈상가가 200여개에 달한다”며 “애경백화점 개점 이후 남문 일대에 새로 신축된 베레슈트, 디자이너클럽 등 10층 이상 대형 건물은 상권몰락으로 건물 전체가 공실돼 2,000여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태에서 롯데쇼핑몰이 개장하면 재래상인들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는 주장이다. 상인들은 “롯데몰 개장으로 연간 5,000억원의 매출손실이 우려된다”면서 주차장 설치, 화장실 개선 등 경영현대화사업을 통해 재래시장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피해보상금으로 50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롯데 측이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상인 3,000여명은 영업을 중단한 채 롯데쇼핑몰 앞에서 ‘개정반대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상인연합회 측은 “롯데가 개점하면 인근 재래상인들의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인데, 롯데 측은 고작 15억 원의 발전기금을 내걸고 있다”며 합당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교통 대책 문제도 롯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수원시는 '롯데몰수원역점’의 교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영업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수원시 “교통대책 문제 해결 없으면 개점 불가”

수원시는 “수원역 남쪽 경부선 철로 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과선교(도선로를 가로지르는 교량)가 완공되지 않은 시점에서 롯데몰수원점이 영업을 시작할 경우 교통대란이 빚어질 것이 우려된다”며 개점 관련 인허가를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앞서 수원시는 롯데와 수원역 민자역사 운영사인 AK플라자(옛 애경백화점)가 대형 복합쇼핑몰을 신·증축하려 하자 교통난 해소 대책으로 과선교를 연장 건설할 것을 허가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AK플라자는 기존 백화점 북측에 지하 3층·지상 8층, 총면적 8천6천㎡ 규모의 상업·업무시설을 증축, 모두 19만㎡ 규모로 확장 중이다. 과선교는 11월 중순쯤 완공될 예정이다.

사정이 이쯤되자, 일각에선 ‘교통대책’과 ‘상생 협의’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애초부터 롯데의 ‘8월 말 개장’은 무리수였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롯데 수원역쇼핑타운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상인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추석 특수 노리려던 롯데 울상 “상인들, 무리한 요구 수용 불가”

수원역 롯데쇼핑 타운 관계자는 “1년 넘게 상생 협의를 진행하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최선을 다해왔다”며 “전문 용역 연구 단체에 의뢰해 상인들의 피해를 산출했고, 이에 맞춰 발전기금과 장기적인 상생방안을 마련해 제시했다. 자녀 학자금 지원이나, 채용, 전통시장 이벤트 지원, 협찬 등의 여러 가지 상생 지원책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이런 것들은 필요 없고, 무조건 피해보상금 500억원을 달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앞으로도 상인들과 상생 협의을 하고자 노력하겠지만, 피해에 대한 근거 없는 무리한 요구는 수용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교통문제에 대해선 “과선교가 개통이 돼야만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에 상응하는 교통혼잡 개선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며 “주차장을 외부에 마련해 차량 대기시간을 줄이는 등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장 계획 불투명 우려에 대해선 “솔직히 추석 명절 전에 개점을 하려고 했던 것은 맞다”며 “최선을 다하겠지만, 현재로선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8월 개점은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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