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롯데그룹(회장 신동빈)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찮다. 최근들어 계열사의 지분을 사고파는 등 ‘헤쳐모여’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는 것인데, 실제 지난 22일 호텔롯데를 비롯해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 15개가 넘는 계열사가 장외거래를 통해 보유 지분을 사고팔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호텔롯데가 롯데건설, 롯데케미칼이 롯데알미늄, 롯데칠성음료가 롯데리아, 롯데쇼핑이 롯데상사, 부산롯데호텔이 호텔롯데, 롯데제과가 롯데칠성음료 지분을 계열사로부터 사들였다. 이날 롯데 계열사 간 지분 정리에 들어간 돈만 2,507억원이다.

◇ 계열사 지분정리…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

롯데는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오는 25일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시행을 앞두고 계열사 간 지분 정리에 나섰다는 것이다. 롯데는 국내 대기업 집단 중 순환출자 구조가 가장 복잡하다.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고리 수만 51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도 롯데의 이러한 지분 이동의 1차적 목적은 순환출자 해소에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룹 내 계열사의 지분 이동뿐만 아니라, 오너 일가 형제간 지분이동이 감지된다면 사정은 좀 달라진다. 최근 들어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의 지분매입이 눈에 띄고 있는 것인데,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은 한 달 전, 다섯 차례에 걸쳐 롯데제과 지분을 늘린 바 있다. 당시 신동주 부회장은 롯데제과 주식 529주를 사들여 지분율 3.89%를 구축했다. 이달 22일~24일에도 3차례에 걸쳐 롯데제과 주식 492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로써 신동주 부회장은 롯데제과 지분 보유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3.92%로 높아졌다. 동생인 신동빈 회장과의 격차는 불과 1.42% 차이다.

롯데제과는 오늘날 롯데그룹의 모태가 되는 상징성이 큰 기업이다. 그룹의 핵심회사인 롯데쇼핑의 지분 7.9%도 보유하고 있어 롯데 지배구조 상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동주 부회장이 롯데제과 지분을 더 매입하다면 ‘단순한 지분매입’ 이상의 해석이 가능해진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사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일본롯데=신동주’ ‘한국롯데=신동빈’이라는 공식이 일반 상식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현재까지 후계자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조그만 지분 변화에도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롯데 계열사간 지분이동이 갑자기 빈번해지고, 오너 형제들의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분 매입이 계속되는 등의 심상찮은 징후를 두고 후계구도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공교롭게도 앞서 롯데그룹 내 계열사간 지분 이동을 가만히 살펴보면, 롯데쇼핑이 주축이 되는 ‘유통·상사’와 롯데제과가 주축이 되는 ‘식품·화학’ 계열 간 통합이 눈에 띈다. 이러한 계열사 간 지분 거래는 재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쇼핑과 상사․금융 부문 등을 소유하고, 신동주 부회장이 식음료 계열사와 호텔 등을 가져가는 ‘롯데그룹 계열분리설’에 상당부분 무게를 싣고 있다.

▲ (사진 좌로부터 시계방향)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형제간 지분경쟁,  더 치열해질 것”

물론 롯데제과가 순환출자의 핵심 연결 고리이긴 하지만 지배구조상 핵심적인 회사는 아니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호텔롯데’가 있다. 호텔롯데는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계열 투자회사(80.21%)와 일본롯데홀딩스(19.07%)다. 일본 내 롯데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를 통해 한국 롯데 계열사까지 지배하고 있다.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광윤사’다. 그리고 광윤사 최대주주이자 대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다. 결국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이 지분을 넘겨받은 자가 롯데그룹을 최종 지배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물론 이런 해석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롯데그룹의 정황만을 놓고 풀이한 것에 지나지 않아 지나치게 앞선 것일 수 있다.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일본 롯데그룹의 경우 지배구조를 공개하지 않아 사실상 2세 경영구도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은 일단 롯데그룹이 현재 구조를 유지하면서 경영권 승계 작업을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처럼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 경영을 맡고 신동주 부회장은 일본 롯데를 운영하면서 보유 지분을 통해 한국 롯데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나이가 92세인 것을 고려하면 두 형제간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역시 이견이 없다.

한편 롯데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계열사 간 보유 지분 거래는 매각사의 자금조달 목적, 매입사의 투자 목적과 함께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통한 지분구조 단순화 차원”이라고 강조하면서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시행령 시행을 앞두고 지분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일 뿐, 경영권을 위한 지분 경쟁 때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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