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0 재보선에서 경기 수원병(팔달) 출마한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와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각각 ‘젊은 일꾼’과 ‘민생 해결사’를 내세우며 접전을 펼치고 있다.

[시사위크|수원=소미연 기자] 골리앗을 이길 ‘다윗’은 누구인가. 경기 수원병(팔달) 쟁탈전에 나선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와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서로 ‘다윗’을 자처했다. 김 후보는 정치 거물에 맞선 40대의 젊은 일꾼을 강조했고, 이와 반대로 손 후보는 50년 보수 텃밭에 도전하는 민생 해결사로 설명했다. 정치 신인이 정치 거물에게, 개인이 거대 보수에게 던지는 출사표이자 민심 호소의 근간이었다. 선거를 앞둔 마지막 주말, 두 후보의 승부수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됐다.

김 후보는 지난 26일 지역 내 열세로 꼽히는 지역을 순회하면서 “정치 신인에게 미래를 책임지우겠느냐, 아니면 정치 노정객에게 맡기겠느냐” 반문하며 “수원에서 나고 자란 수원의 아들을 일꾼으로 삼아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날에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봉녕사 초하루 법회에 참석해 불심을 공략했다.

특히 김 전 지사의 지원은 정치 신인 ‘김용남 알리기’에 파급 효과가 컸다는 후문이다. 지난 8년간 도정을 살핀 김 전 지사는 지역민들의 인지도가 높은 것은 물론 우호적 평가가 많아 김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견인할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 불공을 드리러 온 신도들은 김 후보와 김 전 지사를 번갈아 바라보며 당선을 기원했다.

◇ 김용남… 유병언 악재 이어 재산 축소 공고물 부착까지 ‘곤혹’

이에 따라 김 후보의 캠프는 4%P 안팎의 승리를 전망했다. 캠프 관계자는 지난 24일 기자와의 만난 자리에서 “김 후보의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지지율도 동반상승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다만 변수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사건이다. 관계자는 “유 씨가 변사체로 발견된 것에 대해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하는데, 도리어 의혹만 커지고 있다”면서 “이에 따른 공권력 불신이 정부 불신으로 이어져 정권심판론의 도화선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는 선거를 앞둔 마지막 주말 취약지역을 찾아 한 표를 호소하는 한편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함께 불심을 공략했다. 낮은 인지도가 약점인 김 후보 측은 도정 8년을 책임진 김 전 지사의 지원 유세가 지지율 상승에 견인할 것으로 기대했다./김용남 캠프 제공
캠프 측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 김 후보를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팔달구의 11개 동 가운데 야권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화서동에서 생긴 일이다. 취약지역 보완에 나선 김 후보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화서동 주민들에게 명함을 건네고 있었는데, 한 주민으로부터 “투표할 맛이 안 난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고 항의를 받았다. 돌발 상황에 당황한 김 후보는 답변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김 후보를 당황하게 만든 주민은 화서동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40대 중반의 조모 씨다. 그는 김 후보가 유세를 마치고 돌아가자 기자에게 김 후보를 힐난한 이유를 털어놨다.

“김 후보가 싫어서 쓴소리를 한 게 아니에요. 적어도 여당 후보라면 민심이 어떤지 알아야 할 게 아닙니까. 저도 고교 졸업을 앞둔 딸이 있어요.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얼마나 가슴아팠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로 보여준 정부의 무능이 유병언 사망 사건에서도 또다시 드러났잖아요. 유병언이 간첩도 아니고. 검찰이든 경찰이든 지금까지 삽질만 하다가 사체로 발견된데 대해 여러 가지 의혹이 나오고 있어요. 주변에서도 유병언 얘기하면 다들 고개를 젓는단 말이죠. 지금 이 상황을 누가 믿을 수 있겠습니까. 저도 수원을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는 토박이지만, 현정부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손학규 후보를 뽑아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하고 있어요.”

일각에선 김 후보의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남 경기지사와 그의 아버지 남평우 선생까지 무려 22년 동안 한결같은 성원을 보내줬지만 이에 대한 지역 내 불만도 내제돼 있었던 것. 팔달구가 선거구라는 50대 택시기사는 “솔직히 말해 남 씨 집안 독재와 다름없지 않는가” 반문하며 “남 경기지사는 지난 총선에서도 당선을 확신하고 선거운동을 소홀히 했다. 지역민을 만만하게 본 것 같아 불쾌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 후보의 재산 축소 신고도 변수로 등장했다. 김 후보는 경기도 남양주 화도읍 창현리에 남동생과 공동명의로 논을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이 토지는 지난해 논에서 대지로 지목이 변경돼 결과적으로 5억여원의 재산이 축소 반영됐고, 김 후보의 거짓 신고가 돼 버렸다. 이에 김 후보는 실무자의 실수로 해명하며 “고의성은 없었다”고 밝힌 상태다.

이와 관련, 경기도당선거관리위원회는 ‘김용남 후보가 5억여원의 재산을 축소 신고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내용의 공고물을 28일부터 선거일까지 투표구 54곳에 각각 5장씩 부착하기로 결정했다. 김 후보는 공고물 부착에 대해 “유권자들께 정확한 내용을 알려드려야하기 때문에 당연하다. 하루라도 빨리 정확한 정보를 알려드리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담담하게 말했지만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손학규 후보에겐 김 후보의 재산 축소 신고가 호재로 해석될 일이지만, 캠프 측에선 말을 아꼈다. 공세의 고삐를 잡는 대신 현장에서 지역민들과 소통을 강조했다. 캠프 관계자는 지난 2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손 후보가 네거티브 없는 깨끗한 선거를 지향하고 있거니와 정치 신인을 끌어내리기 위해 진흙탕 싸움에 끼어드는 것은 급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손 후보가 내세운 ‘문제는 정치다. 민생에 답하다’ 슬로건처럼 실종된 정치의 회복을 통한 민생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손 후보는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조용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당 지도부에서 지원 유세차 지역을 방문해도 굳이 일정을 조율해가며 만나진 않는다. 우연찮게 만났을 때도 간단한 인사가 전부였다. 혼자서 지역민들과 만나며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눴다. 때문일까. 손 후보를 만난 지역민들은 “어느 당에서 나왔어요?”라고 묻기도 했다. 보수 텃밭임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하는 순간이다. 캠프 관계자는 “남경필 부자의 22년 아성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민주공화당 이병희 의원부터 50년 보수 텃밭”이라면서 “처음만 하더라도 손 후보를 냉랭하게 대한 지역민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씩 손 후보에게 마음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손 후보 선거 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유정 전 의원도 “분위기가 좋다. 인지도가 높기도 하지만 인기도 한 몫하고 있다”면서 “이 분위기가 투표장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기대하고 있는 것은 역시 ‘흐름’이다. 김 대변인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야권 후보의 염태영(55.5%) 수원시장이 김용서(41.6%) 새누리당 후보를 13.9%P 앞서 승리한 점을 근거로 “보수 텃밭이긴 하지만 변화의 흐름이 보인다. 손 후보의 진정성이 결국 승리를 이끌어낼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주말 저녁 유권자보다 ‘수원벨트’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지역을 찾아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실제 손 후보가 찾은 나혜석 거리는 지역민의 차지 비율이 30%에 불과한 곳이며, 전날 찾은 로데오거리 또한 지역민이 50%가량 차지한 곳으로 알려졌다./소미연 기자
실제 손 후보의 유세 현장은 팬미팅을 능가했다. 26일 토요일 밤, 인계동의 나혜석 거리를 찾은 손 후보는 주변의 기념사진 요청으로 한 걸음 옮기기가 어려웠다. “오래 기다렸다”는 한 주민의 투정에 손 후보가 “미안하다”고 사과할 정도다. 분위기는 ‘저녁이 있는 삶’이 화두에 오르면서 더욱 뜨거워졌다. ‘저녁이 있는 삶’은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손 후보의 슬로건이었다. 손 후보는 즉석에서 자신의 정치 핵심이 담긴 ‘저녁이 있는 삶’ 노래를 열창한 뒤 “제가 좀 흥분했다”며 웃었다. 손 후보의 노래를 들은 주민들은 “가사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며 엄지손을 치켜들었다.  

손 후보의 등장으로 나혜석 거리는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손 후보가 휴대폰에 사인을 할 때는 더더욱. 휴대폰 메모장에 사인을 요청받은 손 후보는 “익숙하지 않다”면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어렵게 쓴 사인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다시 한 번 쓰자”며 그 자리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사인을 요청한 주민은 고마우면서도 “시간을 뺏어 죄송하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자 손 후보는 “괜찮다”면서 또다시 사인에 집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주변에선 손 후보의 진심어린 마음에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 손학규… 상승세 경계, 현장 인기가 투표장으로 이어질지가 관건

물론 손 후보를 외면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손 후보가 다가오자 얼굴을 돌리며 시선을 피한 것. 옆에 있던 다른 주민이 “아무리 싫어도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눈총을 줬지만 소용없었다. 자칫 난감한 상황으로 몰릴 수 있지만 손 후보는 자신을 외면한 주민에게도 악수를 건넸다. 결국 냉랭했던 주민도 손 후보의 손을 잡았다. 이를 지켜본 다른 주민들도 “손 후보가 유명한 정치인인줄은 알았는데, 성품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분위기만 보면 손 후보가 상승세를 탄 모습이지만 캠프 측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수원병은 초접전 때마다 항상 보수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수원병이 큰 힘이 됐다. 당시 수원갑(장안), 수원을(권선), 수원정(영통)에서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과 다른 표심이었다. 그만큼 보수가 강한 지역이 수원병이다. 다만 ‘큰 인물론’을 내세운 손 후보의 등판으로 고민이 깊어진 것은 사실이다. 팔달문 인근 통닭거리에서 손 후보와 김용남 후보를 차례로 만나봤다는 A씨도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누굴 뽑아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 두 후보가 만만찮아요. 주변 사람들도 ‘박빙’이라면서 선거에 대해 말은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데 누굴 뽑을지는 말을 안 해요. 저처럼 고민이 많다고만 하죠. 하지만 마음속에 이미 생각해 둔 후보가 있을 거라 봅니다. 투표율이요? 좀 오를 것 같아요. 저 같이 장사하는 사람도 집에 들어가면 TV보면서 지역 토박이냐, 거물이냐 관심을 갖고 지켜보니까요. 결국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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