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해당기사와 무관함.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택시 카드단말기를 둘러싸고 롯데그룹의 이비카드와 인천지역 택시업체 및 기사들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수수료 조정 및 장비 개선을 요구해온 인천 택시운송사업조합이타 업체 단말기로 교체를 단행하자 이비카드가 두 차례에 걸친 가처분신청으로 맞선 것이다. 이에 택시노조 측이 탄원서 제출로 대응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법정다툼마저 예고하고 있다.

지역 내 60여개 택시 업체가 속한 인천 택시운송사업조합은 지난 2003년 (주)이비와 계약을 맺고 카드결제 단말기를 장착했다. 지금이야 대중화됐지만, 당시만 해도 택시비를 카드로 지불한다는 것은 꽤나 획기적인 일이었다.

이어 지난 2008년 이비와 인천 택시운송사업조합은 무려 10년에 달하는 재계약을 체결해 2018년 9월까지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단말기 지급과 서버 증축을 위해 100억원을 투자한 이비가 수익을 내려면 장기계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후 2010년 이비는 해당 사업 분야를 롯데그룹에게 매각했고, 롯데그룹 이비카드가 탄생하게 됐다.

그런데 최근 인천 택시운송사업조합은 이비카드 측에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타 업체인 한국스마트카드 단말기로 교체했다. 그러자 이비카드는 지난달 13일과 지난 11일 연이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 내용은 타업체와 계약을 체결하지 말 것과 이비카드 단말기를 철수하지 말 것 등이다.

그러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인천지역본부와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인천지역본부는 이비카드 단말기의 문제점을 담은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택시 카드 단말기를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 인천 택시 “수수료 높고, 단말기는 문제투성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크게 두 가지 부문이다. 먼저 택시비 카드 결제가 대중화되면서 수수료 비율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택시 카드 단말기 도입 초기만 해도 카드 결제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 재계약이 이뤄진 지난 2008년 10월 약 47만건, 18억원 가량의 택시비가 카드로 계산됐다. 그리고 약 6년이 흐른 지난 5월, 카드 결제 건수는 약 140만건으로 크게 늘었고 규모도 1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2008년 10월 4%의 수수료로 약 7,000만원 가량을 챙겼던 이비카드는 올해 5월엔 2.4%의 수수료만으로도 2억4,000만원 정도를 챙길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이비카드는 예상보다 빨리 투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거두는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택시 입장에서는 비슷한 규모의 매출에서 카드 결제 비율이 늘어나다보니 수수료 부담이 가중됐다. 이에 인천 택시운송사업조합은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지만, 이비카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갈등 요인은 이비카드 단말기의 잦은 오류다. 인천지역 한 택시기사는 “처음 이비카드 단말기를 사용했던 2003년부터 문제가 심각했다”며 “일단 카드 결제를 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다보니 술에 취한 손님이나 주변 차량과 마찰을 빚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서버가 아예 다운돼 결제가 되지 않거나 오류를 일으키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비카드의 가처분신청에 맞서 탄원서를 제출한 노조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비카드 단말기 장착 초기부터 계속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지만 이비카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강조했다.

▲ 사진은 해당기사와 무관함.
◇ 난감한 이비카드 “상도덕 무시한 일방적인 계약해지”

이비카드는 난감하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이비카드는 인천 택시운송사업조합이 계약해지 의사를 내비치자 협상을 위해 노력했지만, 외면당했다고 밝혔다.

이비카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인천 택시운송사업조합 측에 몇 차례 협의를 시도했지만 만나주지도 않았다”며 “당초 4%였던 수수료가 2.4%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다시 1.7%로 낮추겠다고 제안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얼마 전부터 한국스마트카드 측이 인천 택시운송사업조합에 접촉해 이비카드와의 해약에 따른 비용을 보전해주겠다며 계약해지를 종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비카드는 인천 택시운송사업조합이 계약해지를 강행하려하자 지난달 13일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이와 관련 첫 심리가 열린 바로 다음날 인천 택시운송사업조합은 한국스마트카드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비카드 관계자는 “사업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투입됐고, 장기적인 수익을 내다본 사업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렇게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다면, 어느 누가 계약을 맺고 질서를 지키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이는 인천 택시운송사업조합의 입장과 전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인천 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미 계약을 맺고 있었던 만큼, 이비카드와 협상을 통해 수수료를 낮추는 게 1순위 목표였다. 이는 올해 사업계획서에도 명시돼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이비카드는 이에 대한 응답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리가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려하자 뒤늦게 수수료 인하를 제안했다. 그런데 이비카드는 협상 제안과 동시에 가처분신청이라는 법적 조치도 실행에 옮겼다. 이는 받아들이기 힘든 이중적인 태도였다”고 말했다.

이비카드 측은 노조가 지적한 단말기 문제 및 개선 부족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가 생기면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 이비카드 측의 설명이다. 이비카드 관계자는 “한 번도 고장이나 오류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에 맞는 조치를 취했고, 개선 노력도 기울여왔다”고 말했다.

또한 이비카드 관계자는 “한국스마트카드가 서울에서 많은 영업이익을 남겨, 그 돈으로 지방 택시 사업체를 빼앗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난감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양측이 다시 동반자 관계를 회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인천 택시운송사업조합은 한국스마트카드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보상비용을 한국스마트카드가 부담한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즉, 이비카드가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면 이를 한국스마트카드 측에서 부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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