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랜드.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가 운영되고 있는 강원랜드가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 16일, 강원랜드는 설립 이후 첫 파업 사태를 겪었다. 지난 1998년 강원랜드가 설립됐으니 16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이 진행된 셈이다.

특히 강원랜드 노조 조합원 2,500여명이 모두 참여한 이번 파업은 광복절 연휴 한 복판에서 진행돼 여파가 컸다. 사측은 비조합원과 아르바이트 등 800여명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했지만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카지노의 경우 슬롯머신 게임기는 정상 운영됐지만, 테이블게임은 200대 중 1/4인 50여대만 운영됐다. 또한 카지노 체류 인원을 2,500명으로 제한해 16일 오전 11시부터는 입장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발생했다. 이는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원이었다. 덕분에 연휴를 맞아 강원랜드를 방문한 고객들 중 일부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차질을 빚은 것은 카지노뿐이 아니었다. 호텔과 콘도 역시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했다. 객실 운영은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부대시설 운영이 중단 또는 축소돼 고객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호텔 및 콘도 내부 음식점의 경우 1~2 곳만 영업을 했고, 그마저도 메뉴가 한정됐다. 수영장 역시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없었다.

▲ 강원랜드 노조가 지난 16일 전면 파업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카지노는 평소의 절반도 되지 않는 2,500명만 입장할 수 있었다.

◇ 공기업 정상화 대책 바라보는 노사의 시각차

강원랜드의 파업 사태는 정부의 ‘공기업 방만경영 개선’ 대책에서 비롯됐다. 기획재정부는 강원랜드의 복지제도 중 18가지를 폐지하라고 지적했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감사원은 5가지 항목을 지적했다. 기재부가 기적한 항목 중엔 ▲자녀 대학 학자금 ▲취학 전 보육비 ▲의료비 ▲경조사비 ▲재해보험 ▲휴가비 ▲휴직비 등도 포함돼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정부의 지침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복지제도 축소에 나서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우선 강원랜드는 다른 부실 공기업과 달리 매년 높은 수익과 세금 창출효과를 내고 있는데,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여기에 지역적 특성상 교육, 문화, 의료 등의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한 복지혜택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강원랜드는 올해 1·2분기 2,065억2,8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의 실적을 모두 가볍게 뛰어넘었다. 실적이 부진하고, 빚더미에 오른 상황에서도 방만경영을 일삼아 온 다른 공기업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 강원랜드 노조의 파업으로 호텔 부대시설 영업 역시 차질을 빚었다.

강원랜드 노조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강원랜드의 설립 목적과 배경도 고려해야 한다”며 “강원랜드는 지역 발전을 위해 폐광 지역에 들어선 회사이고, 직원 중 80%가 지역민이다. 직원에 대한 복지혜택은 지역 발전이라는 회사 설립 목적과 부합하는 것이다. 그런데 천편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복지 축소를 강요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강원랜드 노조는 진정한 공기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낙하산 인사 중단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강원랜드가 지적받은 여러 방만경영 문제는 낙하산 경영진이 초래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 책임을 일개 직원의 복지혜택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하지만 강원랜드 사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교섭이 진행 중인 와중에 노조가 일방적으로 파업을 진행했다”며 “파업 이전에는 어떠한 합의의 여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노조가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면 교섭이 어려울 수 있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공기업 방만경영 개선은 정부에서 지적한 것이기 때문에 사측에서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획재정부에서 지적한 18가지와 산업통상자원부, 감사원 등이 지적한 5가지 모두 진행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워낙 첨예해, 강원랜드 노사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원랜드 노조는 교섭에 진척이 없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처럼 광복절 연휴에 이어 추석연휴에도 또 다시 강원랜드 파업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노사의 평행선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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