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이형운 시사위크 발행인
[시사위크=이형운 발행인] 새정치연합의 차기 대권 주자 중 한명인 문재인 의원이 24일 광화문광장에서 엿새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가 단식 끝에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고, 그 빈자리를 문재인 의원이 대신하고 있다.

문재인 의원이 단식에 나선 배경은 의외로 간단하다. 문재인 의원은 측근들에게 “첫째도 생명, 둘째도 생명, 셋째도 생명”이라며 김영오 씨와 함께 공동으로 단식에 나섰다.

평소 정치적 이해관계보다는 자신의 소신에 따라 움직였던 문재인 의원의 단식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 모른다. 단식에 따른 정치적 손익계산을 따지는 정치인에 비하면 문 의원의 단식이 정치적으로 훨씬 순수하다는 평가가 정치권에 많은 게 사실이다.

문 의원의 단식은 ‘지지층 결집’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를 얻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에게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지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32%를 얻어 박원순 서울시장을 앞서 1위를 차지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6%)

새정치연합 지지층은 박원순 서울시장 보다 문재인 의원을 차기 유력 대권후보로 꼽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새정치연합 지지층은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대항마로 문 의원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문 의원의 단식이 꼭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백척간두(百尺竿頭)에 놓인 당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당을 곤란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새정치연합은 7·30 재보선에서 참패한 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물러나고 박영선 원내대표가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을 맡으며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재보선 이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20%대 초반에서 헤매며 국민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영선 대표는 당 비상대책위원회 격인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을 맡은 만큼 어떤 식으로든 당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링거를 꼽고 있는 응급환자와 다를 바 없다.

국민의 신뢰를 얻은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새정치연합 중진 의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개인 소신이 확고하더라도 백척간두인 당의 사정을 생각하면 한번쯤 그 소신을 재고할 필요도 있다는 게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의 말이다. 특히 문재인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범야권의 대선후보였던 만큼 그 역할이 누구보다 막중하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그런데 문 의원이 세월호와 관련, 광화문광장에서 동조 단식에 들어감으로써 당도 난처한 입장에 빠지게 됐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세월호특별법에 합의한 박영선 대표는 정치적으로 모든 것을 잃었지만, 문재인 의원은 동조단식 때문에 정치적으로 많은 것을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문 의원은 세월호 정국의 한복판에 서 있다.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단식’이 주는 의미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문 의원의 동조단식은 ‘투사’의 이미지로 투영될 수도 있다. 개혁성향의 새정치연합 지지층에게 ‘투사’는 신념이 뚜렷한 정치인으로 해석된다. 반면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에게 ‘투사’는 ‘나라를 맡기기에 불안한 정치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더구나 국회라는 제도의 틀을 버리고 거리에 나선 정치인이란 비판도 받을 수 있다. 대선후보였던 문 의원이 국회라는 제도의 틀에서 세월호특별법 등을 정치적으로 해결할 때 그의 정치력은 더욱 빛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문재인 의원의 단식이 세월호 참사의 꼬인 실타래를 푸는 계기가 된다면 ‘투사 문재인’의 이미지가 ‘정치인 문재인’으로 거듭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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