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은 지난해 12월 여성가족부와 '여성 일자리 확대와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은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오른쪽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여성 직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성 인력의 잠재력을 회사 발전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10대 재벌그룹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여직원 비율을 자랑한다. 다른 대기업들의 여직원 비율이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늘어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육아휴직제도 및 복직 지원, 육아 지원 제도 등 여성 직원들을 위한 각종 복지제도도 잘 갖추고 있다. 특히 롯데백화점이 미혼 여직원들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홈 안전서비스’는 좋은 호응을 이끌어내며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이 지난해 여성가족부와 맺은 ‘여성 일자리 확대 및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 협약 역시 이러한 노력과 맥이 닿아있다.

이러한 노력 덕에 신동빈 회장은 지난 2월 (사)전문직여성 한국연맹으로부터 ‘BPW 골드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여성의 사회 참여 기회와 지위 향상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 여성 인력 강조하는 롯데, 급여 여건은 최악

이처럼 롯데그룹의 여성 인력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 하지만 정작 임금과 승진에서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롯데그룹의 진정성에 의심을 품게 만들고 있다.

롯데쇼핑의 경우를 살펴보자.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롯데백화점에는 정규직과 계약직을 포함해 2,201명의 남자직원과 3,860명의 여직원이 근무 중이다. 그러나 남자직원의 1인당 평균 급여는 3,178만원인데 반해 여직원의 평균 급여는 1,455만6,000원에 불과하다. 롯데마트 역시 남자직원이 4,079명, 여직원이 9,189명인데 평균 급여는 각각 2,276만2,000원, 1,100만5,000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다른 사업부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손해보험은 남자직원과 여직원의 평균 급여가 각각  3,055만3,000원과 1,846만8,000원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음료부문은 남자직원 평균 급여가 2,600만원, 여직원의 평균 급여가 1,200만원이다.

이처럼 롯데그룹의 여직원 급여는 10대 그룹 중 최하위 수준이다. 또한 여직원과 남자직원의 급여 격차도 10대 그룹 중 가장 크다.

▲ 10대 그룹의 여성임원 수와 및 직원 대비 임원 비율. <출처=CEO스코어>
뿐만 아니다. 여성 임원의 숫자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롯데그룹은 6명의 여성임원을 두고 있는데, 이는 10대 그룹 중 5위에 해당하는 숫자다. 하지만 여성직원 대비 여성입원 비율은 0.03%에 불과하다. 여직원은 많지만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는 비율은 극히 적다는 것이다. 그나마 6명의 여성임원 중 2명은 올해 1월 승진한 것이었다.

이렇듯 여성 인력을 강조하고 있는 롯데그룹에서 여직원들의 급여 수준은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때문에 신동빈 회장의 여성 인력 강조에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의 시선도 제기된다. 겉으로는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값싼 인건비에만 주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의 여성 인력 강조가 여러 복지제도 강화와 더불어 급여 여건 향상으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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