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OCI그룹(회장 이수영)의 지난해 계열사 간 내부거래 중 98.9%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수의계약’ 형태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높지만, OCI의 ‘제  식구 챙기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OCI그룹(이하 OCI)은 이회림 회장이 1959년 설립한 동양화학공업을 모태로 성장한 기업이다. 무기화학, 석유·석탄화학, 정밀화학, 태양광 등을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화학기업 OCI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재계 순위 24위의 탄탄한 기업으로 통한다. 그리고 OCI 역시 다른 여타 재벌 그룹들과 마찬가지로 ‘일감몰아주기 그림자’가 그리워져 있는 곳 중 하나다.

OCI그룹의 경우 지난해 내부거래 가운데 98.9%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등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의계약은 사업 발주자가 경쟁 입찰하는 방식이 아닌 임의로 거래 상대방을 지정해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기업성과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최근 국내 49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38개 그룹(금융계열사 제외)의 내부거래 수의계약 비중을 조사한 결과. OCI의 9개 계열사는 지난해 발생한 총 92건의 내부거래 중, 91건(98.9%)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38개 그룹 중 10번째로 높은 수의계약 비중이다.

◇ 오너일가 지분 많은 OCI, 수의계약 금액 가장 많아  
 
내부거래를 한 계열사는 OCI, 디씨알이, OCI정보통신, OCI스페셜티, 이테크건설, 이테크인프라, OCI상사, 쿼츠테크, 군장에너지 등 9곳이다.

계열사 간 수의계약을 통해 거래된 금액은 4,946억900만원(99.8%)에 달했다. 지난해 진행한 92건의 내부거래 중 이테크인프라의 지명경쟁입찰(7억7,600만원)을 제외하면, 단 한건의 경쟁 입찰도 없었다. 8개사 계열사는 수의계약 비중이 100%였다.
 
계열사 중 수의계약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OCI와 디씨알이로 각각 25건 씩이었다. 특히 OCI의 경우 수의계약 건수가 디씨알이와 같았지만, 금액은 2,088억원으로 계열사 중 가장 컸다. 디씨알이의 수의계약 금액은 319억원대였다.

OCI는 오너일가가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최대주주는 지분 10.92%를 보유한 이수영 회장이며, 이 회장의 동생인 이복영 삼광글래스 회장, 이화영 유니드 회장도 각각 5.49%, 5.43%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 OCI정보통신과 OCI스페셜티의 수의계약 건수는 각각 14건과 12건이었고, 이테크건설 등 나머지 5개사는 한 자리 건수에 그쳤다. OCI계열사 중 이테크인프라만 1건의 내부거래를 지명경쟁입찰로 진행했다.

 

▲ 이수영 OCI그룹 회장

◇ OCI "사업연계성 때문에 불가피"

수의계약은 중소기업의 시장 참여와 성장기회를 막고 오너일가 회사의 재산 증식을 돕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기업들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여전히 이러한 영업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OCI 측은 “사업 연계성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하며 이같은 ‘수의계약 영업 행태’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다.

OCI 홍보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OCI 정보통신은 애초에 OCI의 내부 전산관리팀을 독립시켜 만든 회사”라며 “매출의 100%가 본사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사업 특성상 다른 외부에 맡기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OCI스페셜티도 폴리실리콘 제작 시 사용되는 자재 공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회사이기 때문에 수의계약 형태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수직계열화 차원으로 세운 회사인 만큼,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일감몰아주기 지적에 대해선 “우리가 삼성이나 LG처럼 큰 기업도 아니고, 그에 비하면 내부거래 매출 규모도 많지 않다”는 말로 해명을 대신했다.

물론 수의계약을 통한 대기업들의 내부거래 문제는 비단 OCI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지난해 38개 그룹의 수의계약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8,158건의 거래 중 87.8%인 7,161건이 계열사와의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내부거래에서 수의계약비중이 100%를 보인 그룹도 있었다. 이같은 거래 행위가 공정한 경쟁을 통한 성장을 방해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많은 대기업들은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들며 그간의 거래 행태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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