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왼쪽부터), 조현아 부사장, 조현민 전무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한진가(家) 삼남매가 정석기업의 지분을 전량 매각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석기업은 그룹 순환출자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지주사 전환’ 및 ‘오너일가 지배권 강화’를 위해 이 회사의 다양한 ‘역할론’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오너 3남매의 주식 처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아 부사장, 조현민 전무가 각각 보유했던 자사주 2만3,960주(1.28%)를 59억3,700만원씩에 장외 취득했다고 지난 27일 정석기업이 공시했다.

이에 따라 삼남매의 정석기업 주식 보유율은 ‘0’이 됐다. 한진가 삼남매는 이번 주식 매각으로 총 178억1,100만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지배구조 핵심계열사 지분 매각, 총 178억원 현금화  

또한, 정석기업은 계열사 한진정보통신이 갖고 있던 1만1,324주(0.6%)의 자사주도 28억600만원에 취득했다. 이로써 정석기업의 자사주는 8만3,204주(4.44%)로 늘어났다.

이같은 정석기업의 ‘자사주 취득’은 예고됐던 사안이다. 지난달 정석기업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이달 6일부터 27일까지 주주들로부터 자사 보통주 11만2,610주에 대해 양도신청을 받을 것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여기에 한진가 삼남매도 참여를 한 것인데, 재계에선 이를 ‘이례적인 행보’로 보고 있다. 부동산 관리 회사인 정석기업은 핵심 계열사로,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위해 지주사인 한진칼과의 합병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곳이다.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 향후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한진그룹은 정석기업→한진→한진칼→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지주사 요건을 갖추려면 내년 7월까지 이같은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시나리오로는 ‘정석기업-한진칼-한진’ 합병이나, ‘정석기업-한진칼’ 합병안 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석기업의 주주들은 합병법인의 신주를 배정받게 돼 지주사 지배력을 자연스럽게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지난달 정석기업이 자사주 취득 사실을 알렸을 때, 조양호 회장과 자녀들이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거의 점쳐지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현재 정석기업의 주요 주주는 최대주주인 한진칼(48.28%), 조양호 회장(27.21%), 정석물류학술재단(10%), 조 회장의 매형인 이태희 대한항공 상임법률고문(8.06%) 등이다.

◇증여세 납부와 승계 재원 마련 차원 해석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진가 삼남매가 지분을 매각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련한 ‘현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시장에선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지분 확보 자금’과 ‘증여세 납부용’으로 쓰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5월 세 남매에게 70만4,000주씩 총 211만2000주를 증여했다. 이는 당시 주가 기준으로 약 760억원 규모였다. 해당 증여로 조현아 부사장의 대한항공 지분은 0.11%에서 1.06%로, 조원태 부사장은 0.12%에서 1.06%로, 조현민 전무는 0.11%에서 1.06%로 각각 늘었다. 반면 조 회장 지분은 9.53%에서 6.68%로 줄었다.

이에 따른 증여세 규모는 300여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주식 처분이 해당 증여세 납부를 위한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여기에 후계 승계시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진가 삼남매들은 지난해부터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사 자리를 꿰차며 경영 보폭을 발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업계에선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이 대한항공 핵심 사업을, 조현아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가 각각 호텔업과 저비용 항공사인 진에어를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이번 주식 매각에 대해 대한항공 홍보팀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주식으로 매각한 것이라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순환출자구조 해소방안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