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단 사건사고로 세종청사 내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공무원들의 기강해이에 대한 단속도 중요하지만,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환경 개선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왜 자꾸 이런 일이….” 28일 세종청사에서 근무 중인 모 부처의 공무원 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청사 내 또다시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 청사를 지은 게 아니냐는 것. 터를 둘러싼 괴담이다.

실제 사망한 A씨는 “원만한 성격과 일 잘하는 직원”으로 조직 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실종된 지난 22일에도 A씨의 이상 징후는 없었던 상황. 그의 아내는 금요일인데도 수도권에 있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연락이 되지 않자 경찰에 실종 신고를 냈다. 그로부터 3일 뒤. A씨는 세종시 첫마을 옆 금강 세종보에서 익사체로 발견됐다. 정황상 단순 사고사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경찰은 정확한 사안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다.

◇ 스트레스와 회의감 토로 “남일 같지 않다”

사건을 접한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남일 같지 않다”고 말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청사 내 불안한 기색도 엿보인다. 2012년 9월 국무총리실 일부 직원을 시작으로 세종청사 이전 후 2년여 동안 각종 사고와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한 공무원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된 자살 사건만 3건에 이른다.

지난 7월 해양수산부 소속 B씨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을 맸다. 세월호 침몰로 촉발된 해피아 비리 조사를 받고 있던 그는 검찰로부터 출석 통보를 받자 종적을 감춘데 이어 검찰의 체포 직전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지검을 통해 알려진 그의 뇌물 수수 금액은 2,000여만원에 불과했다.

B씨의 자살 전후로 해수부는 2명의 공무원을 더 잃었다. 평소 앓아온 지병 탓이라는 게 부처 안팎의 설명이다.

앞서 4월에는 보건복지부 소속 C씨가 숙소인 세종시 첫마을 오피스텔에서 자살했다. 그의 결근을 이상히 여긴 동료들이 오피스텔을 찾았을 땐 이미 숨진 뒤였다.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번개탄을 피워 20대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불륜으로 죄책감에 시달리다 자살을 택한 여성 사무관도 있다. 지난해 6월 기획재정부에 근무하던 D씨는 같은 부처의 직원과 불륜 관계가 드러나자 서울 모 호텔에서 자살했다.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D씨가 고민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D씨처럼 가족들과 떨어져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상당수에 이르면서 청사 내 불륜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급기야 지난 연말엔 한 경제부처 간부의 부인이 남편의 외도 확인을 요구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세종청사로 내려간 남편이 휴일에도 상경하지 않는가 하면 퇴근 후에도 부하 여직원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 불륜으로 의심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해당 부처는 사실 확인에 나서며 곤혹을 치른 바 있다.

당초 세종청사 시대가 열리면서 ‘꽃뱀주의보’가 강타했으나 현재는 ‘불륜주의보’로 불릴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하다못해 카풀 금지까지 나올 정도다. 잇단 사건사고에 세종청사 내 각 부처들이 단속을 펼치고 있으나 그 효력은 미지수다. “언론 보도 외에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게 해수부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공무원들의 기강해이에 대한 단속도 중요하지만,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환경 개선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세종시 주변은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출퇴근에 대한 고충 또한 적지 않아 공무원들의 스트레스가 높다는 것. 여기에 회의감을 토로하는 젊은 층의 공무원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게 청사 내 지배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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