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시 등교 정책' 시행 첫 날, 학생들의 등교 모습
[시사위크=신승훈 기자] 지난 1일 시행된 경기도 지역 초·중·고등학교의 9시 등교 정책에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동시에 쏠리고 있다. 경기도 내 9시 등교에 참여한 학교는 약 90%에 달한다. 경기도 지역 대부분의 학교가 참여를 결정한 만큼 많은 찬반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9시 등교 정책은 학교들이 참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경기도내 초중고 중 9시 등교 시행학교가 83.9%로 많은 것은 학교현장의 호응이 높아서가 아니라 막강한 인사권을 가진 교육청의 유무형 압박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총은 “교육감이 전면에 나서 심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시행을 강요당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며 “응답교원의 36.9%가 교육청 차원의 9시 등교 강제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교육학과 신현석 교수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등교시간을 늦추는 것이 과연 교육감이 결정해서 단위 학교에 일률적으로 적용시킬 사안인지 의문이다. 제한된 지역에서 수렴한 9시 등교 의견을 경기도내 전체에 적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교총과 의견을 같이했다.

우려의 목소리는 교육계 밖에서도 나오고 있다. 학생들이 등하교를 위해 이용하는 경기도 마을버스 업체 및 기사들은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경기도 마을버스 운송조합 학생통학분과위원회 소속 운수종사자 200여 명은 2일 경기도교육청 정문에서 집회를 갖고 9시 등교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조합 측은 “경기도교육청의 일방적인 9시 등교 정책 추진으로 인해 학생 통학용 마을버스 종사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대책 없는 9시 등교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반대 의견에 이의를 표하며 9시 등교를 지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좋은교사운동의 김진우 대표는 “교총에서 9시 등교와 관련해 시행한 교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80%가 반대했다고 발표했으나, 표본 중 교장·교감이 23%, 부장교사가 32%를 차지한다”며 “실제 교장·교감 비율은 3%, 부장교사도 많아 봐야 10% 정도여서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설문”이라고 주장했다.

▲ 9시 등교 정책에 반대 시위 중인 경기도마을버스 운수종사자들
전교조 하병수 대변인은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 아침에 늦게 일어나게 하는 아이들의 생태리듬을 확인했다”며 “충분한 수면이 건강한 신체의 성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높아 9시 등교 시행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9시 정책 시행으로 인한 교육계 안팎에 문제점을 전해들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일부에서 9시 등교 시행에 따른 하교시간 연장, 맞벌이 부부문제. 학생 통학문제 등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며 “9시 등교는 학생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시행을 하면서 문제점이 있으면 보완하겠다”고 말해 9시 등교 정책을 이어나갈 것임을 암시했다.

한편 9시 등교 정책의 한가운데 있는 학생들의 반응도 엇갈리게 나타났다.

백양고 2학년 김지원 양은 한 매체에 기고문을 통해 “학생들은 늦어진 하교시간으로 인해 줄어든 공부시간을 오히려 밤에 더 공부함으로써 보충할 것이다. 이는 결국 ‘조삼모사’격이다”라며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출근 시간과 겹쳐 아이를 제대로 봐주지 못할 수 있고,등교가 늦춰져 오히려 가족과의 아침식사 시간을 뺏기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반대의견을 밝혔다.
 
반면 9시 등교 정책 시행 첫날 등교하던 한 고등학생은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며 “매일 버스 타거나 택시 타고 등교했지만, 지금은 친구랑 걸어갈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좋다”고 9시 등교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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