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2차중간평가…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사느냐 죽느냐’ 갈림길
자칫하면 기관장 해임 위기, 일부 공공기관 연휴도 반납하고 구슬땀

▲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5월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개혁추진 점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 장관은 앞서 경영정상화 성적이 미흡한 기관장에 대해 ‘해임’하겠다며 ‘최후통첩’을 날린 바 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좌불안석이다. 조만간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에 대한 2차 중간평가가 예정돼 있어서다. 앞서 ‘경고’ 대상에 올랐던 공공기관들은 사실상 추석연휴도 반납하고 정부에 제출할 최종 실적보고서 작성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사장님을 보호하라!” 생사 갈림길 놓인 공공기관들

공공기관의 ‘부채’와 ‘방만경영’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수천억원이 넘는 복지비 지출, 직원 자녀에 대한 고액 학자금 지급, 적자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규모의 성과급 잔치 등은 납득하기 어려운 공공기관 방만경영의 심각한 실태다. 해마다 국감이 되면 공공기관 기관장들이 이런 문제로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 마치 추석연휴 특선영화처럼 해마다 ‘재방송’돼 왔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부채는 결국 국민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사실 심각한 문제다. 급기야 정부는 ‘강경책’을 꺼내 들고 ‘군기잡기’에 나섰다.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이 그것. 정부는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내걸고, 지난해 말부터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을 통해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 자산매각 등의 부채감축 및 방만경영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단 ‘블랙리스트’ 수준인 ‘중점관리대상기관’에는 총 38개 공공기관이 이름을 올렸다. 가스공사, 석유공사, 동서발전, 서부발전, 전력기술주식회사 등이 대거 포함됐다. 이들 공공기관은 지난달 말 ‘방만경영 개선 이행 실적’을 보고한 데 이어, 오는 15일까지 부채감축 이행 실적이 포함된 최종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중에선 가스공사를 비롯해 광물자원공사, 석탄공사, 남부발전, 동서발전 등 5곳이 지난 7월 말까지 부채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발등에 불 떨어진 일부 공공기관들은 이번 추석연휴도 사실상 반납하고 막바지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연휴까지 반납한 것은 이번 2차 평가가 ‘수장’의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경영정상화 성적이 미흡한 기관장에 대해 ‘해임’하겠다며 최후통첩을 날린 바 있다. 2차 중간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장이 해임될 수도 있는 만큼 ‘빨간불’이 켜진 각 기관 입장에선 ‘황금연휴’가 사실상 사치에 불과한 셈이다.

◇ 밖에선 손가락질ㆍ안에선 채찍질… 직원들 ‘소리없는 아우성’

▲ 사진은 특정기사와 무관함.
현재 중점관리대상에 이름을 올린 한 공공기관 홍보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사실 정부의 이번 공공기관 중간평가는 각 기관장들의 경영능력을 가늠할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크다”면서 “앞서 윤상직 장관이 기관장들에 대한 ‘해임’까지 언급하며 선전포고한 만큼 자칫하면 사장(기관장)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기관장 해임’이라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 자료보완 및 재점검 등 최종보고서 작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마지막 실적보고서 작업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내심 불만이 적지 않은 눈치다. 밖에서는 ‘제 배만 불린다’고 비난을 받고 있고, 안으로는 ‘사장 지키기’ 압박에 고통분담 눈치보기까지 내우외환이라 속앓이가 이만저만 아닌 것이다.

특히 부채 중점관리 기관에 이름을 올린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보이지 않는 반발이 거세다. 부채감축을 명분으로, 기본급 외에 지급되는 업무추진비ㆍ후생복지비 등을 줄여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대외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가계가 어려우면  외식과 문화생활비를 줄이듯, 기업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선 가장 먼저 홍보비에 칼을 대는데, 이런 사정을 모르는 외부에서는 광고홍보비 집행에 인색하다는 뒷말을 쏟아내 본의아니게 시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누구하나 입 밖으로 불만을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세금으로 배불려온 게 얼마냐’는 비난이 폭우처럼 쏟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철저히 익명을 요구한 한 공공기관 직원은 “사실 억울한 점도 없지 않다”면서 “국민세금으로 흥청망청 쓴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정한대로 성과급을 지급받고 업무처리도 그에 준해서 진행한 것인데 이제와 방만경영․부채관리기관이라며 낙인찍고 비난하고 있으니 안팎으로 맘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어째튼 지금으로선 무사히 이번 중간평가를 통과해 빨리 ‘중점과리대상’ 꼬리표를 떼기만을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푸념했다.

일단 기재부는 38개 중점 관리기관(부채 18, 방만 20개)과 10개 중점 외 점검기관(부채 5, 방만 5개) 등 48개 기관에 대해 9월 22일부터 10월 8일까지 중간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중간평가 결과에 따라 방만경영 정상화 계획을 이행한 기관은 방만경영 중점 또는 점검 기관 지정을 해제하게 된다. 우수 기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실적 부진기관에 대해서는 임원 해임건의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일부 공공기관들. 과연 정부의 서슬퍼런 칼날에 누가 살아남고, 또 누가 떠나게 될 지, 도마 위에 오른 기관들의 체감온도는 벌써 한겨울이다. 

                <중간평가 대상 기관 / 자료= 기획재정부> 

①부채 중점관리 기관(18개) : 가스공사, 도로공사, 석유공사, 수자원공사, 전력공사, 철도공사, 토지주택공사, 대한석탄공사, 광물자원공사, 남동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한수원, 예보, 장학재단, 철도시설공단

 ②방만 중점관리 기관(20개) : 인천공항공사, 지역난방공사, 대주보, 부산항만공사, 마사회, 방송광고진흥공사, 조폐공사, 무역보험공사, 거래소,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예탁결제원, 원자력안전기술원, 강원랜드, 그랜드코리아레저, 부산대학교병원, 한국수출입은행, 코스콤, 가스기술공사, 전력기술주식회사, 투자공사

 ③부채 점검기관(5개) : 여수광양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④ 방만 점검기관(5개) : 기술신용보증기금,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과학기술원,  한전원자력연료, 정책금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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