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담뱃값 인상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증세 논란은 가열될 전망이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11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평균 2,000원 정도의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했다. 앞서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한 대로 기존의 담뱃값에 새로운 세목을 신설해 세금을 붙이고 물가와 연동하는 방안과 같았다. 겉으로는 ‘담뱃값 인상’안이지만 정확한 실상을 뜯어 보면 '담뱃세 인상안'으로 보기에 무리가 없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이 발표되자 정치권과 여론에서는 우회적인 증세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인상 논의에 앞서 국회 예산정책처는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됐을 경우 연평균 4.6조의 세수증가가 있을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추석이 끝나니 세금정국이 기다리고 있다”며 “담배세, 주민세 인상은 시민을 울리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서민증세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흡연율을 낮춰 국민건강을 증진시킨다는 명분으로 우회증세 논란을 진화하고 나섰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향후 주류세 인상·복권 판매처 증가 등 국민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추가적인 세수확보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것이 ‘아베노믹스’를 벤치마킹한 ‘최경환노믹스’의 귀결이기 때문이다.

◇ 아베노믹스의 실패 이유, ‘소비세’ 증세 역풍

‘최경환노믹스’가 일본 ‘아베노믹스’를 벤치마킹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아베노믹스가 시행 2년차를 지나면서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노믹스는 흔히 세 개의 화살로 구성돼 있다고 알고 있다. 첫 번째 화살은 국가 재정 확대 정책으로 사회간접 자본에 국가의 투자를 크게 늘리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시장에 무제한 적으로 돈을 풀어 유동성을 공급하고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양적완화 정책이다. 아베는 ‘두 개의 화살’을 쐈고 시행 초반에는 과녁에 맞추는 듯 했다. 주식과 부동산은 반등했고 낮아진 엔화 가치로 수출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에 온기가 돌았다. 그러나 ‘세 번째 화살’이 빗나가면서 아베 정권은 위기를 맞았다.

‘세 번째 화살’은 앞서 두 개의 화살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국가 재무건전성 확보에 있다. 국가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방안은 단순하게 두 가지로 축약될 수 있다. 하나는 국가 재정이 낭비되는 공공기관에 대한 개혁이고 다음은 ‘증세’ 등을 통한 세수 확보다. 이를 위한 각종 규제완화는 옵션이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공공기관 개혁에 소홀했고, 5%에서 8%로 올린 소비세의 후폭풍을 맞고 말았다.

일본의 세수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감소했고 급기야 GDP대비 국가부채가 230%를 기록한 이례적으로 빚이 많은 국가다. 이자부담이 일본 세출예산의 7~8%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서 내수부양과 ‘증세’를 통한 세수확보는 필연적인 아베노믹스의 귀결이었다. 그러나 3%의 소비세 인상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됐고, 후쿠시마 원전 중단으로 일본의 에너지 수입이 크게 늘면서 낮은 엔화로 인한 국제경쟁력도 상쇄됐다. 급기야 올해 7월 기준 -6.8%의 다소 충격적인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바바 나오히코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베노믹스에 심판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아베 정부가 소비세율 추가 인상을 유보할 경우 이는 아베노믹스의 실패이자 재정건전화 포기로 받아들여져 큰 위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최경환노믹스 공무원 연금 등 ‘공공기관 개혁’과 ‘우회적 세수확보’가 핵심 될 것.

▲ 담뱃값 인상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 <출처 = 국회 예산결산처>
아베노믹스와 마찬가지로 최경환노믹스의 성공 여부 역시 국가 재무건전성 확보에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때문에 정부의 방향은 낭비되는 재정을 막기 위한 공공기관 개혁이 될 것이고, 대표적으로 국민연금·건강보험·공무원연금 등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증세는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과 같이 직접적 증세는 없을 전망이다. 조세저항이 심한 소득세나 법인세 등은 물론이고, 내수부양을 위해 소비세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담뱃값 인상안은 이미 나왔고 복권 판매점 증가, 주류세 인상 등 우회적인 세수확보 방안이 추가 검토될 수 있다.

최경환노믹스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선순환을 통한 세수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재정 확대와 개혁의 효과는 천천히 나타나는데 반해 정책 추진을 위한 ‘실탄’은 현재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도 세수확보에 대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담뱃값 인상이 세수 확보 목적이 아니라고 부인함에도 증세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이전부터 정부는 ‘증세없는 세수확보 방안’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증세보다는 비과세·감면 등을 줄이고, 세출 구조조정과 복지행정·재정 개혁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재원을 증세없이 조달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고 담뱃값 인상도 그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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