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 박병모:현 광주뉴스통 발행인, 전 광주 FC 단장,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
[시사위크] 구원투수가 등판했다. 한시적이지만 끝까지 잘 던져 볼 테니 "도와 달라, 살려 달라"며 간절함으로 부탁했다. 겉은 비록 장비 같지만 속은 조조처럼 꾀가 많은 사람이다. 5선 중진에 당내 갈등을 비교적 무난하게 봉합시킬 것 같아 적임자로 찍었다 한다.

우여곡절 속에 새정치연합의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문희상 의원을 두고 한 말이다. 대선 직후인 지난해 1월에 이어 두 번째다.

7·30 재보선 참패로 당 지도부가 사퇴하고 세월호 협상 실패로 유가족들에게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 못했던 새정치연합으로선 달리 대안이 없었을 게다.

그런 만큼 그의 앞길이 밝지만은 않다. 산적한 과제도 하나 둘이 아니다. 억지 춘향이처럼 박영선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 자리에 올려놓고 흔들어 대다’보니 제대로 굴러갈 리 없었기 때문이다.

‘안철수 신당’과의 합당 이후 공석이 된 시·도당 위원장 선출과 조직강화특위 구성에 이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 등 당내 현안을 처리하려면 갈 길이 멀다.

◇ 문희상-계파 갈등과 국민불신 회복 과제

이런 와중에 문 비대위원장이 우선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게 있다. 계파 갈등과 국민의 불신을 어떻게 추스르느냐가 관건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당의 혁신=새 정치’ 보다는 당의 화합에 무게를 두는 관리형 CEO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왔다. 쉽게 말해, 잘하면 본전이고 잘못하면 박영선처럼 볼썽사나운 꼴을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기에 그렇다.

기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이후 지금까지 15년 동안 야당 대표가 21명이나 갈렸다.  평균 임기가 고작 8개월에 불과함이 이를 방증해주고 있다. 상대방이 빈틈을 보이면 곧바로 끌어내리거나 공격하는 계파 간 이해관계가 빚어낸 결과다.

어찌 보면 박영선의 패착은 세월호합의 실패와 ‘이상돈 파동’에 대한 책임도 있지만   그 보다는 앞으로 치러질 전당대회와 대권을 향한 헤게모니 싸움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강경파와 온건파간 고래싸움에 새정치연합은 뒤뚱거렸다. 야당에 대한 지지도가 이렇게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것은 흔치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런 와중에도 안철수 대표 체제하에서 숨을 고르던 친노 세력들은 문재인을 당 대표로 부상시키는 행보를 가감 없이 진행시킨다.

하지만 단식 과정에서 당의 외연확장 보다는 당권 도전을 위한 자신의 계파를 챙기는 바람에 ‘속 좁은 리더십’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부인사인 이상돈 비대위원장 영입을 둘러싸고 진실 되지 못한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여 여론의 뭇매를 맞고 말았다.  

문 의원의 이런 갈 짓자 걸음은 리더십 측면에서 친노 세력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고 상대적으로 안희정 충남지사가 주목을 받는 기회로 이어지게 됐다.  

하지만 안 지사는 전국적인 인지도가 매우 낮다. 리얼미터가 최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 지사는 3.0%로, 문 의원의 14.8%에 비하면 격차가 심해 아직은 대선 잠룡으로 분류될 뿐이다. 

이렇게 문·안 등 친노 적자를 비롯한 차기 대권주자들의 치열한 다툼은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점입가경으로 치달을 게 불 보듯 하다. 이번에 선출된 당 대표가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고, 자신의 계파가 대선고지를 선점할 수 있도록 밀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당권 도전에 나설 정세균 의원도 따지고 보면 지난번 총선에서 당 대표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휘둘러 당내 초·재선 의원을 다수 거느리게 됐다. 그래서 문재인 보다 더 무게가 있는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안 지사와도 관계가 두텁다. 

◇ '민집모' 등 온건파 단일화 관건

친노 세력에 맞서 당내 온건파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의 향배도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당권 도전에 나설 박주선, 김동철을 포함 장병완·황주홍 등 광주·전남의원들이 다수 포진한 민집모는 세월호 특별법 투쟁 과정에서 장외 투쟁보다는 원내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강경파에 눌려있던 온건파로서는 모처럼의 뚝심을 보인 셈이다. 국회의원 각자가 하나의 입법기관인 만큼 길거리에서 보다는 국회에서 싸우자는 얘기다.

친노가 당을 박차고 나가거나 분당을 감행하지 못할 처지에서 다소 세 싸움에 밀리더라도 온건파는 어차피 구도 싸움으로 한판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다. 단지 민집모 내에서 당권에 도전한 의원 간의 단일화가 급선무다. 4년 전 민주희망쇄신연대가 결국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친노에게 당권을 빼앗긴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전제하에서다.

새정치연합 당 대표를 향한 강경파와 온건파의 본격적인 싸움이 갈수록 흥미를 더해가는 것은 이런 점에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예측 불가능의 이런 정치판에서 문 비대위원장의 역할은 막중할 수밖에 없다. 야당의 태 자리요, 큰 선거 때마다 표를 몰아주고는 되레 홀대를 받는 호남권의 당심도 이젠 변해야 한다.

전략적 선택이 ‘승리의 저주’로 매번 변했다는 점에서다. 호남의 정치복원을 위해서, 이제 새정치연합은 변해야 한다. 혹여 광주시민들을 야당의 들러리쯤으로 여겨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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