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 누가 먼저 튼튼하게 키워낼 것인가?

▲ 동아시아 카지노 산업을 둘러싼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홍콩과 마카오를 중심으로 아시아 카지노 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을 비롯해 2020년 '오픈 카지노' 개장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일본의 아베정부까지 경쟁을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동아시아 카지노 산업을 누가 먼저 튼튼하게 키워낼 것인가?

카지노 산업의 확대를 둘러싼 한·중·일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일본은 2020년 개장을 목표로 카지노 관련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고, 이미 홍콩과 마카오에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중국도 본토에 카지노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중·일 동아시아 3개국 중 유일하게 국가적으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은 가장 발 빠르다. 현재 제주도를 비롯해 총 17개의 ‘외국인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은 추가로 영종도에 3개의 대규모 카지노를 유치한 상태다. 부산에서도 일본 ‘세가사미’의 투자를 받은 외국인 카지노 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라스베가스 카지노 기업 ‘샌즈’와 합작해 북항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홍준표 경남지사도 ‘경남미래 50년’ 계획을 밝히며 진해에 대규모 테마파크와 카지노 유치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전 세계 카지노 사업의 규모는 약 1,5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절반인 780억 달러가 아시아에 몰려있고 마카오의 경우, 매년 10%이상 증가하는 놀라운 성장률을 보여준다. 현재 아시아 카지노 시장은 마카오와 홍콩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와 한국 등이 나머지를 보유하고 있다.

카지노 사업은 자체 수익 뿐 아니라 대형 리조트와 테마파크, 쇼핑몰 등 연계사업까지 포함하면 그 경제효과와 고용창출은 어마어마하다. 관광객이나 고객층만 충분하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이에 아시아 관광사업의 핵으로 떠오른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뿌려대는 돈을 잡기위해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까지 카지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세가사미를 비롯해 카지노 사업에 뛰어든 일본 파칭코 기업들은 한국에 시장선점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본기업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이 카지노 사업자의 규제 장벽을 대폭 낮추고 공모제를 시행하는 등 시장 선점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카지노 운영경험이 없는 일본은 한국 카지노 사업에 일부분 진출해 운영경험을 쌓으면서 성패를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파라다이스세가사미’ 등 한일 합작 법인을 설립해 영종 카지노 사업에도 참여하는 중이다.

◇ 장밋빛 전망 경계해야...

그러나 동아시아 카지노 사업에 장밋빛 청사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 카지노 시장의 청사진은 중국 ‘요우커’들의 소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시장의 성패가 외부요인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 리포-시저스 그룹이 추진하는 대형 복합 리조트 인천 영종의 '미단시티' 전경, 정부에 따르면 영종에 카지노를 비롯해 대형복합 리조트 유치로 8조에 달하는 투자효과와 5,000여개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마카오의 카지노 업계도 중국 정부의 카지노 규제 움직임에 주춤한 상태다. 중국 정부가 카지노를 통한 ‘국부유출’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 카지노 관광을 규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경쟁상대가 같은 중국어권인 홍콩과 마카오라는 점도 한국의 카지노 사업에 장밋빛 전망만 할 수 없는 이유다.

또 일각에서는 카지노 사업의 경제효과가 과대포장 됐다고 지적한다. 현재 정부 전망에 따르면 영종도 카지노의 경제효과는 8조에 달하는 투자창출과 약 5,0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전망치는 영종 카지노 사업에 진출한 ‘리포-시저스’ 컨소시엄의 보고서에 따른 것인데, 문제는 전망치의 근거인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카지노는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형 카지노’라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사업에 참여하려는 기업의 전망치를 정부가 그대로 인용한 것도 문제지만, 그 경제효과 전망치도 오픈 카지노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서둘러 카지노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과대포장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울 튼튼한 울타리가 우선

▲ 현재 진행중이거나 검토중인 카지노 유치사업, 대형 복합 리조트 사업과 연계된 대규모 투자유치가 필요한 사업이다.
현재 카지노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 규정이 전무하다는 것도 문제다. 한국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카지노규제청’을 따로 설립해 카지노 인·허가와 갱신을 비롯해 회계감사 업무 등을 통합해 전담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과에서 카지노 발전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회계감사나 관리·감독은 따로 기관이 없어 효율적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카지노 유치에 앞서, 관리·감독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 경우, 높은 진입장벽에 비해 이미 허가권이 있는 사업자의 경우는 정부의 규제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때문에 카지노 사업자의 매출 축소신고를 비롯해 ‘검은 돈’ 상납 의혹 등이 끊이지 않았다. 더구나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산업에 기여하는 부분도 정확히 파악이 어려워 카지노 산업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 카지노 테이블 분양과 관광객 유치 커미션 등 수익구조가 베일에 가려져 불투명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 현재 국회 계류 중인 2만t급 크루즈선에 선상카지노를 허가하는 크루즈산업 육성법도 논란이다. 법안에 따르면 카지노 영업장을 갖는 2만t 규모의 크루즈선이 오가고, 시설 관리·감독을 정부가 아닌 ‘크루즈산업협회’가 실사할 수 있게 되는데 과연 제대로 된 안전관리와 감독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야권의 한 의원은 “(크루즈산업협회 관련) 박근혜 정부가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면서 새로운 해피아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카지노 관리·감독이 화두에 오름에 따라 원희룡 제주지사는 카지노 허가권의 유효기간을 3년으로 정하고 갱신기준을 마련함과 동시에 사업권의 양도·양수 과정도 심의하겠다는 내용의 ‘카지노 산업 제도정비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제도정비 전에는 추가 카지노 사업 허가는 없다”며 카지노 사업에 대한 관리와 감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권의 한 관계자도 “카지노 사업을 덮어놓고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가 발표한 경제효과를 보기 위해서라도 회계감사 등 정확한 관리·감독 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이어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무리한 대형 사업 유치는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며 “카지노 사업을 유치하기 전에 면밀한 사전검토와 수익성을 살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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