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3일 부인 리설주와 함께 만수대예술극장에서 모란봉악단의 신작 음악회를 관람한 이후 현재 26일까지 23일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에 열린 제13기 최고인민회의 2차 회의에도 불참하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을 둘러싼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출처=노동신문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김정은 시대’ 3막은 리수용 외무상의 활약과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부상으로 점철되는 모양새다. 오는 12월17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주기를 맞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공격적인 외교와 권력 개편으로 체제 안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반기문 만나는 리수용, 인천 아시안게임 선전으로 외교 ‘활짝’

리수용 외무상의 나이는 올해 79세. 팔순을 눈앞에 뒀지만 그의 ‘순방 외교’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알제리에서 열린 비동맹운동 외교장관 회의를 시작으로 아세안지역안보포럼과 아시아·아프리카법률협상기구 회의에 잇따라 참석하며 10여개국을 방문한 그는 오는 27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 나선다. 이후엔 반기문 사무총장과 면담도 예고됐다.

▲ 리수용(사진에서 왼쪽) 외무상은 지난 23일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찾았다. 오는 27일엔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반기문 사무총장과 면담할 예정이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북한 외무상이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것은 1999년 백남순 외무상 이후 15년 만의 처음이기 때문. 아울러 리수용이 ‘대외 환경을 유리하게 만들라’는 김 위원장의 특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 전문가들은 리수용의 광폭 행보를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리수용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24일에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것으로 알려져 국내 언론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무엇보다 국내 언론의 관심을 모은 것은 북한의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다. 우리 정부와 신경전 끝에 입국한 북한 선수단은 26일 현재 금 6개, 은 7개, 동 9개, 총 22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순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12년 만에 10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는 북한의 초반 선전에 ‘스포츠 외교’도 활발해졌다. 조선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장수명 북한 체육성 부상이 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장을 만나는 등 북한 체육 분야 간부들이 스포츠를 통한 국제사회와 교류를 공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 ‘황병서 시대 개막’ 최룡해 후임으로 발탁, 군 장악력 속도전

리수용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얼굴’로 활약하고 있다면, 내부에선 황병서가 군부 1인자로 불리는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오르며 차세대 신진세력으로 부상했다. 김정은 시대 1막을 장식한 장성택, 2막의 포문을 연 최룡해에 이어 3막의 주인공으로 황병서가 낙점 받은 것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황병서가 최룡해보다 군을 담당한 경력이 많아 김 위원장의 군 장악력을 높이기에 적합한 인사로 평가하고 있다.

사실 그의 발탁은 이미 예고된 일이다. 황병서는 지난 3월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에서 제1부부장에 올랐고, 지난달 15일에는 대장으로 진급한 사실이 확인된데 이어 11일 만에 차수 계급장까지 달았다. 또 김 위원장의 현지시찰에 가장 많이 수행하고 있는 인물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가 ‘김정은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 김정은 위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황병서(사진에서 오른쪽)가 지난 25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2차 회의에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오르며 실세로 부상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생모 고영희에게 신임을 받았고, 김정은의 후계체제 구축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노동신문
하지만 황병서의 부상이 최룡해의 하향세를 뜻하는 것으로 판단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난 최룡해의 후퇴를 둘러싸고 견제와 숙청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나 현재로선 견제에 가깝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직무를 보기가 힘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장성택이 맡았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의 후임으로 임명돼 건재함을 과시했다.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아래로 당 비서들이 이름을 올리면서 사실상 최룡해가 당 비서들보다 서열이 높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 23일째 두문불출, 김정은의 발목 이상은 비만과 통풍 탓?

관건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의 여부다. 지난 25일에 열린 제13기 최고인민회의 2차 회의에 불참하면서 그의 건강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커진 상태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후 4차례 진행된 최고인민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이를 두고 북한 전문 소식통은 하나같이 김 위원장의 다리를 주목했다.

김 위원장의 다리에 이상이 생긴 것은 두 달 전부터다. 지난 7월 김일성 20주기 추모를 위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을 때 다리를 저는 모습이 카메라에 처음 포착됐다. 그러다 지난 3일 모란봉악단의 신곡 음악회 관람을 끝으로 김 위원장은 관영 매체에서 모습이 사라졌다. 때문에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회의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 ‘최근 양쪽 발목 관절 수술을 받은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다리를 저는 이유는 비만과 통풍으로 분석됐다. 특히 통풍은 김일성 주석 때부터 내려온 집안 내력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고요산혈증, 비만, 당뇨, 고혈압 등을 동반한 통풍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확대해석은 금물이다. 과거 김정일 위원장도 최고인민회의 제11기 제2차, 4차, 6차 회의 등 짝수 차 회의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징후도 발견되진 않았다. 김 위원장이 불참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라는 표현을 지속적으로 사용했다. 국방위원회 인사를 발표하면서도 “김정은 비서의 제의에 따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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