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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필 박사의 세상사는 이야기]H에게㉖-올림픽의 생태계 파괴
[김재필 박사의 세상사는 이야기]H에게㉖-올림픽의 생태계 파괴
  • 시사위크
  • 승인 2014.09.29 13: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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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김재필(미 델라웨이대학 사회학 박사)
[시사위크] 먼저 내가 좋아하는 정현종 시인의 <나무에 깃들여>라는 짧은 시부터 읽어보게나. “나무들은/ 난 대로가 그냥 집 한 채./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들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 우리는 정말로 우리들이“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모르는 것 같지? 나무가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 보게나. 끔찍하지 않는가? 그래도 우리가 어떻게 나무에게 깃들여 사는지 모르겠다고? 그게 옳은 대답일지 모르지. 우리 인간들은 다른 사람들이나 생명체들의 도움으로 살아가면서도 그 고마움을 알지 못하지. 물론 우리들이 무례하거나 교만해서가 아니라 타자의 존재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기 때문이네.

먼저 프로메테우스가 누군지는 알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신이 감춰둔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가져다 준 ‘불의 신’이네. 하지만 불(火)만 있으면 뭘 하나? 물을 끓이고, 음식을 만들고, 방을 따뜻하게 데우기 위해서는 땔감이 필요하지. 그 땔감을 어디서 구할까? 바로 나무라네. 자넨 우리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욕구가 뭐라고 생각하나? 먹는 것일세. 한 끼만 굶어도 배고프다고 아우성치는 게 인간이지.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수렵채취를 하든, 일정한 장소에 살아갈 터전을 잡고 농경을 하든,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각종 도구들이네. 청동기시대건 철기시대건, 나무 없이는 청동도, 철도, 도구도 얻을 수 없었네. 많은 학자들이 인간 문명의 출발을 ‘불의 사용’에서 찾지만 그 불도 땔감인 나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었네. 종이를 사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인류 문명이 한참 발달한 후에 중국에서 처음 발명된 그 종이도 나무로 만들었지. 이렇게 나무는 10만 년 전에 인류가 이 지구상에 존재하기 시작할 때부터 인간들에게 아낌없이 자신을 내주는 마음씨 착한 바보였다네.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자신을 주는 존재가 나무야.  

나무가 물질적으로 인류문명의 발전에 많은 공헌과 희생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건 우리 주위를 들러보면 금방 알 수 있네. 우리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복용하고 있는 의약품 등에도 나무를 이용한 게 많네. 하지만 그런 실용적인 측면을 떠나서도 나무는 우리들에게 돈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혜택을 주고 있지. 우리 지구와 가까운 행성인 금성이나 화성에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이유가 뭔지 아는가? 이산화탄소만 많고 산소가 없기 때문일세. 산소가 없는 지구를 상상해보게. 모두 생명 있는 것들의 절멸이지. 그러면 그런 산소를 누가 만들어낼까? 나무를 비롯한 녹색식물들이 지구 산소의 99%를 공급하고 있다네. 그런데 약 1만 년 전에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면서 지구 공기 중 산소 농도는 아주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는군. 농사를 짓는다는 건 어떤 식으로든 식물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이니 당연하지. 그러다가 18세기에 서구에서 석탄과 기계를 사용하는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었네. 19세기에 석유까지 파서 쓰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었고. 화석연료에 기초한 산업혁명은 필연적으로 지구 환경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었지. 거기다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해야만 유지될 수 있는 자본주의 체제였으니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Gaia)가 제 정신을 차릴 수 있겠는가.   

지난 200~300년 동안 온 지구로 확대된 산업화의 결과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이네. 꽃 사진 찍으면서 식물들과 가깝게 지내다보면, 우리 한반도의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하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네. 예전에는 남부지방에서만 보던 식물들이 요즘에는 서울 근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네. 이미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상당히 진행된 거지. 머지않아 우리 민족에게 친숙한 나무였던 소나무를 한반도에서 보기 힘들 줄도 모른다고 하는군. 그래서 난 소나무를 볼 때마다 측은하게 생각하네. 우리나라에 소나무와 진달래가 많은 이유를 아는가? 원래 한반도에는 활엽수들이 많았다네. 하지만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면서 활엽수들은 줄고 토양이 거칠어졌다고 하는구먼. 소나무와 진달래는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네. 그렇게 이 땅에 자리를 잡은 식물들이 앞으로 아열대화가 더 가속화되면 쫓겨 월북을 해야 한다니 가련하게 보일 수밖에 없지. 지구의 기후 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열대우림들이 속속 사라지고 있으니 지구온난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네. 누구든 남미 아마존 유역의 열대우림 한 그루가 어떻게 우리들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면 날마다 나무에게 절을 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실제로 나무에게 절을 하던 시절이 있었지.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정월 대보름이면 동네 당산나무 앞에 많은 음식들 차려놓고 절을 했네. 옛사람들은 나무가 땅과 하늘을 연결해주는 신성한 존재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나무를 신처럼 모셨던 거고. 그런 당산나무나 신단수들이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우상숭배라고 고난을 당하다가 급기야는 새마을운동이라는 관제 폭력에 의해 미신이라는 오명을 쓰고 하나 둘 사라지고 말았네. 그래서 요즘은 그런 당산나무도 보기 힘들지. 사람과 똑 같은 생명을 갖고 있는 살아 있는 것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는 건 인간의 교만이네. 그런 교만에 대한 자연의 복수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일세. 

아직 밖은 어두운데 저 멀리 강원도 가리왕산에서 나무들의 신음소리가 들려오는구먼. 2주 동안의 동계올림픽, 그것도 단 3일 동안의 알파인 스키 경기를 위해 500년 이상 보존해온 원시림을 망가뜨리고 5만 8,000그루의 나무를 베기 시작했다는 슬픈 소식을 들었네. 인간들은 참 어리석은 족속이지? 생태계를 파괴하는 올림픽이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난 올림픽 같은 대규모 행사는 필연적으로 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믿네. 국제올림픽위원회나 피파의 배만 불려주는 상업화된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계속 되어야만 하는지 의문일세. 몇 년 전에 가리왕산에서 보았던 마가목과 별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새벽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