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제약업계가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약 8곳의 제약사가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엔 업계 2위 녹십자도 국세청의 타깃 안에 들어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녹십자 측은 “정기세무조사 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지만, 3년 만에 실시되는 ‘세무조사’에 업계에선 뒷말이 무성한 상황이다. 특히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까지 더해져 이목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중부지방국세청 조사국 요원들을 경기도 용인시에 소재한 녹십자 본사에 파견해 수개월 일정으로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 조사1국 국제거래조사과 요원 투입

이번 세무조사는 지난 2011년 정기세무조사 이후 3년 만에 실시되는 것이다. 통상 세무조사가 4~5년 주기로 실시되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경우로 볼 수 있다. 2011년 녹십자의 세무조사의 경우, 6년 만에 실시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세무당국이 수상한 정황을 포착해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특별세무조사’ 성격을 띠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조심스럽게 피어올랐다. 

‘중부국세청 조사1국 국제거래조사과’가 조사를 전담하는 점도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국제거래조사과는 해외 거래가 빈번하거나 ‘역외탈세 혐의’가 포착된 경우에 투입되는 부서로 통한다. 이 부서는 지난 2012년 ‘역외탈세’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신설됐다.

이에 따라 이번 세무조사에서 녹십자의 ‘해외 수출 거래’ 등에 대한 조사가 면밀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독감백신을 주력 제품으로 하고 있는 녹십자는 해외 수출 호조로 매출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해외 수출 금액은 1억4,000만달러 수준으로 2012년보다 36% 올랐다.

여기에 녹십자의 ‘주식 변동’ 내역도 조사 사안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녹십자는 올 초 일동제약의 지분을  29.36%로 늘려 2대주주로 등극했다. 이에 따라 녹십자는 올해부터 지분법이익을 누리게 됐다.

연결손익계산서 상 지분법이익은 회사가 20~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관계기업이 낸 이익에서 가지고 있는 지분율만큼을 회사의 이익으로 계산한 것을 말한다. 이에 이런 지분 및 재무상 변화에 대해 국세청이 들여다볼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녹십자 측은 “정기 세무조사 일 뿐”이라는 입장만 재차 강조했다.

◇녹십자 "정기 세무조사 일 뿐" 확대해석 경계 

이에 대해 녹십자 홍보팀 관계자는 “정기 세무조사라는 것 외에는 뭐라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국제거래조사과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거래 매출과 이번 세무조사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녹십자는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애써 담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에게 세무조사가 썩 달가운 이슈가 아닐 터. 자칫하면 추징금을 부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구설수에도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녹십자는 2011년 세무조사에서 8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한편 제약업계는 녹십자에 대한 세무조사 소식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올 들어 국세청은 제약사 여러 곳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 강도도 전보다 강화돼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업계에선 ‘리베이트 경력’과 ‘매출 성장률’이 높은 제약사들이 주요 세무대상 타깃이 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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