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그룹 계열사 오리콤에 합류한 박서원 CCO.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다른 재벌가 회장과 다른 독특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독특함이라면 빠지지 않는 그의 장남이 두산그룹 계열에 입성해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두산의 4세 경영이 서서히 닻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박서원 CCO의 오리콤 합류 배경은?

박용만 회장의 장남 박서원 빅앤트인터내셔널 대표는 지난 1일 두산그룹 계열의 광고회사 오리콤에 전격 합류했다. 그가 맡은 직책은 크리에이티브 총괄 CCO(Chief Creative Officer)다.

당초 박서원 CCO는 두산그룹의 장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룹과 거리를 유지해왔다. ‘재벌 2세’로 경영 승계를 준비하기보다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랬던 그가 두산그룹 계열사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롭다.

박서원 CCO의 두산그룹 합류는 그의 회사 빅앤트인터내셔널(이하 빅앤트)이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관련법상 법인으로 전환한 빅앤트는 두산그룹 계열사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산그룹에는 이미 광고 사업을 하는 계열사 오리콤이 있었다. 이에 빅앤트와 오리콤은 광고 부문을 통합하기로 했고, 박서원 CCO의 두산그룹 합류로 이어졌다.

이로써 박서원 CCO는 향후 오리콤의 광고 사업 전반을 총괄하게 됐다. 더불어 디자인 특화 사업과 아이디어 콘센츠 사업 등에 주력하게 될 빅앤트의 대표직도 유지한다.

이처럼 박서원 CCO가 두산그룹에 합류하자 일각에서는 두산그룹의 4세 경영승계가 닻을 올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두산그룹이 국내를 대표하는 재벌 대기업이라는 점과 지금까지 3세 경영승계를 이뤄냈다는 점 등 때문에 관심은 더욱 집중됐다.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 박용만 회장의 파격적 행보 ‘눈길’

박용만 회장의 독특한 행보 역시 이러한 추측에 힘을 보탠다. 경영승계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와 관련된 논란 및 이미지 훼손은 최대한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박용만 회장은 지난달 한겨레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른 재벌 총수들에게선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발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재벌 대기업 회장이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맡고 있는 그가 경제민주화 이슈를 회피하지 않고 솔직한 입장을 전한 것이다. 더불어 부자증세 등 민감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을 밝히는 등 색다른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다. 박용만 회장은 SNS를 통한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열풍이 일었던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동참해 얼음물을 뒤집어썼고,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아이폰6 개봉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확실히 50~60대 보다는 20~30대에 가까운 모습이다.

또한 박용만 회장은 지난달 27일 고려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 깜짝 방문해 2시간 동안 특별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도 그는 파격적인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과거 경제 범죄에 연루됐던 일도 숨기지 않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냉철한 시각을 선보였다.

◇ ‘뭔가 다른’ 아버지와 아들, 경영승계엔 긍정적 요인

박용만 회장의 이러한 행보는 두산의 이미지 형성에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다. 권위적이고, 딱딱하고, 무언가 숨기고 있을 것 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개방적이고, 젊고,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경영승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재벌들의 경영승계는 늘 무성한 뒷말을 낳는다. 그동안 부의 세습으로 인한 문제점들이 누적돼왔고, 경제 발전에 따라 서민과 재벌의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두산그룹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896년 박승직 상점을 모태로 삼고 있는 두산그룹은 한국기네스협회로부터 가장 오래된 국내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한 세기가 훌쩍 넘는 세월 동안 3세까지 경영승계를 이어오고 있다. 박용만 회장 역시 태어날 때부터 재벌이었고, 아버지의 자리를 물려받아 회장에 올랐다.

그런데 박용만 회장의 파격적인 이미지는 이러한 내막과 큰 차이를 보인다. 경영승계로 인한 부정적인 시각을 박용만 회장의 이미지로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는 셈이다.

박서원 CCO가 걸어온 길 역시 이와 맥이 닿는다. 박서원 CCO의 독특한 이력은 젊은이들에겐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광고 사업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뽐냈다. 베일에 가려진 재벌 2세와는 거리가 멀다. 기존의 재벌 2세를 향하는 부정적인 시선에서 자유로울 뿐 아니라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동참한 박용만 회장과 직접 얼음물을 끼얹고 있는 박서원 CCO.
이처럼 ‘뭔가 다른’ 재벌 회장과 아들의 경영승계는 다른 회사의 그것보다 부정적인 시각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물론 두산그룹의 경영승계를 논하는 것이 지나치게 섣부른 일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1955년생인 박용만 회장은 아직 50대다. 박서원 CCO 역시 1979년생으로 30대 중반에 불과한 상황이다. 또한 박서원 CCO는 이미 광고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어 오리콤 입성에도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다만, 향후에도 두산그룹과 박서원 CCO의 경영승계 문제는 꾸준히 주목을 끌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에 대해 두산그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박서원 CCO는 그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로 오리콤에 합류한 것이지 경영승계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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