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두산가(家)가 또 다시 ‘자녀 외국인학교 편법 입학 의혹’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의 셋째 며느리가 ‘외국인학교 입학비리’에 연루돼 재판을 받았는데, 이번엔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차남을 외국인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지난 2012년 재계는 ‘외국인학교 부정 입학 비리’로 발칵 뒤집혔다. 주요 재벌가 후손들이 자녀를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브로커에게 돈을 건네고, 해외 시민권이나 국적 등을 불법으로 취득하려한 혐의가 적발돼 대거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두산, 범LG, 범 현대가 자녀들의 ‘꼼수 입학 정황’이 또 다시 포착됐다. 논란이 된 이들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장녀와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차남,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의 두 딸, 정일선 BNG스틸 사장 차녀 등 5명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영주권이나 국적을 취득하기 쉬운 싱가포르나 에콰도르, 캄보디아의 영주권이나 국적을 취득해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는 꼼수를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현지에 투자만 하면 손쉽게 영주권을 내어주는 곳이다. 이 맹점을 이용해 영주권을 취득했다는 것이 논란의 골자다. 

◇ 박정원 회장 싱가포르 현지법인에 등기이사 등재로 아들 영주권 취득

이 중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 회장은 2005년 당시 11살이던 둘째아들을 ‘싱가포르 영주권자’ 자격으로 경기도 성남시 모 외국인학교에 입학시켰다.

‘영주권 취득’은 2004년 당시 두산상사 사장이었던 박 회장이 현지 법인의 등기이사로 등재된 덕에 가능했다. 싱가포르법에 따라 현지법인의 등기이사 가족은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싱가포르에 거주한 적도 없었던 박 회장의 차남은 손쉽게 ‘영주권’을 얻어 외국인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지만, ‘꼼수’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박 회장이 현지법인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외국인 학교는 당초 외국인들을 위해 설립된 것이다. 그러나 재벌가 자제들이 재력을 이용해 손쉽게 ‘영주권’을 획득해 외국인학교에 입학했고, 그 속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설립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재벌가 사이에서 외국인학교는 자녀에게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맥까지 쌓을 수 있는 곳으로 각광받고 있다.

게다가 두산그룹 일가의 경우, 지난해에도 이 문제로 큰 망신을 당한 전력이 있다.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의 셋째 며느리인 박모 씨가 딸을 외국인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유학원에 거액의 돈을 주고 불법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 박모 상모의 아내인 박씨는 당시 유학원 원장에게 1억5,000만원을 주는 대가로 위조된 외국의 시민권이나 여권 등을 취득,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부정 입학시키려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재판 과정에서 박씨 측은 “외국 국적 취득하는 것과 관련해 불법 여부를 수차례 박 원장에게 확인했으나, 박 원장의 합법적이라는 주장에 외국 국적 취득일을 그대로 진행했다”면서 “위조된 시민권인지도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여론은 싸늘한 반응을 보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박정원 회장 차남의 외국인학교 입학 논란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더욱 곱지 않다. 특히 박정원 회장의 경우, 두산그룹 4세 경영인의 대표주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실망감을 토로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박 회장은 두산의 지주부문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경영 전면에 서 있는 인사다.

한편 이번 논란에 대해 두산그룹 측은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다. 두산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특별히 언급할 말은 없다”며 “다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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