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우승준 기자] 피부에 백색반점이 나타나는 질환인 ‘백반증’이 최근 몇 달 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미화원의 얼굴장애인정(얼굴의 70% 이상) 판결과 국민권익위의 군복무 중 공상 인정 권고안 등 백반증 환자에 대한 제도권의 보호를 종용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의 공상 권고안을 이끌어낸 A일병(27)은 군복무 중 백반증이 얼굴과 손발, 사타구니 등 몸 전체로 악화됐고, 그로 인한 우울증까지 생겨서 지난 8월 현역복무 부적합으로 전역 조치되기도 했다. 환경미화원 한모(71)씨는 자외선이 백반증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사실 때문에 부득이하게 직장을 그만뒀으며 이로 인해 사회생활은 물론 경제생활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토록 무서운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백반증은 제도권에서 소외된 질환이나 다름없었다. 실제 백반증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수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통증, 가려움, 진물 등 보통 피부질환에 나타나는 증상과도 무관했기 때문이다.

◇ 백반증 환자들이 느끼는 '삶의 질', "대체로 낮아"

하지만 백반증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여타 피부질환과 크게 다르지 않다. 꽃다운 나이에 온 몸이 얼룩덜룩하다면 자기비하감과 남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민소매 노출은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 우보한의원이 올해 초 백반증환자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피부질환자 삶의 질 만족도 평가’에 따르면, 대부분의 백반증 환자들이 느끼는 삶의 질은 대체로 낮았다. 뿐만 아니라 견디기 어려운 심각한 수치심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백반증은 정신적 문제만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백반증이 발생한 피부는 일광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백반증은 멜라닌색소의 결핍 등으로 발생하는데, 이 멜라닌색소가 사실은 피부에 유해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올 여름 국민건강보험공단도 백반증의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해 강한 자외선으로 인한 과도한 피부자극이나 외상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백반증은 아토피나 건선에 비해 환자 수는 적지만 그래도 국민 1%인 약50만 명이 앓고 있는 질환이며,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3.29%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백반증 환자들은 10분의 1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반증이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인 특성상 단기간 내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시도조차 하지 않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백반증은 과학적인 발생기전이 밝혀지지 않아서 명확한 치료법이 없는 상태다. 다만 레이저치료나 한약을 이용한 한방요법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추세다. 최근 임상조사를 통해 ‘피부과적인 대증요법과 한방요법 병행’이 백반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조사데이터가 부족한 것이 흠이다.

이진혁 우보한의원 원장은 “백반증을 단순히 미용적인 결함 정도로 여겨졌던 과거의 분위기가 급변한 것에 대해 상당히 고무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국가가 나서서 백반증 환자들의 치료부담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토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환자들이 호전반응에도 불구하고 중도에 탈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본인비용부담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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