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살고 있는 이혜영(가명, 32세) 씨는 최근 임대로 살고 있던 원룸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큰 곤욕을 치렀습니다. 부채에 허덕이던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은행이 원룸에 대해 경매신청을 하는 바람에 보증금 8,000만원을 고스란히 잃어버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이혜영 씨는 주변의 권유로 주민센터에 전입신고와 함께 확정일자를 받아 예상치 못한 손해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법률상 전세계약의 경우, 등기부에 전세권 등기를 마쳐야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집주인이 전세권 등기를 기피하고 있고, 원룸과 같은 소액임대차 계약이 활성화되면서 전세등기가 유명무실해진 면이 있습니다. 이에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차물에 실제 거주한다는 가정하에 임대차계약증서에 확정일자를 날인 받는 것으로 권리를 보호해주고 있습니다. 법률상 용어로는 임차인이 ‘대항요건’을 갖추었다고 표현합니다.

혜영 씨와 같은 경우, 전입신고를 하는 날에 확정일자를 날인 받았기 때문에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이후에 생긴 다른 담보권이나 채무자들보다 우선적으로 보증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혜영 씨 사건에서는 확정일자보다 은행이 먼저 담보권을 설정했기 때문에 은행이 가장 먼저 대출금을 회수했습니다.

뿐만아니라 확정일자는 권리의 보호측면에서 소액임차인에 더 중요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11조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보증금 9억500만원 이하의 소액임차인에 대해 일정액의 최우선 변제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소액임차인이 ‘대항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혜영 씨의 사안과 같이 은행이 선순위 채권자로 있다고 해도 3,200만원에 대해서는 최우선적으로 변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항요건을 갖춘 혜영 씨는 3,200만원에 대해서는 선순위권자인 은행보다 먼저 변제를 받고, 나머지 4,800만원에 대해서는 은행보다 나중 순위로 변제를 받게 됩니다. 

이처럼 확정일자를 받아두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임대차계약체결 전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혜영 씨 사례와 같이 경매절차에 참가하여 배당요구를 하고 보증금을 수령하는 등 법적 절차를 이행하는 것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몸이 아프기 전에 운동을 열심히 해서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것처럼 법적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임대차계약에 있어서는 최고의 예방법은 계약 전에 등기부등본 ‘을구’에 다른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자료제공 = 법률사무소 한세(http://lawsos.kr)

▲ 강길 변호사의 법률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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