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인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대표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지난 2월 취임한 정승인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대표가 심란한 처지에 내몰렸다. 취임 이후 세븐일레븐의 실적이 신통치 않은데다 점주들과의 크고 작은 분쟁도 계속되면서 그의 경영리더십에 ‘의문 부호’가 붙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편의점업계는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파란만장한 해를 보냈다. 점주들이 일제히 본사의 불공정한 가맹계약 횡포를 성토하고 나서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커지자 편의점 본사들은 부랴부랴 ‘상생 방안’을 내놓으며 시정에 들어갔다.

세븐일레븐의 본사인 코리아세븐 역시 ‘갑질’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곳 중 하나다.

이에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지난 2월 취임했다. 추락한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내부에선 정 대표가 롯데백화점에서 오랫동안 ‘마케팅’과 ‘동반성장’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 대표 역시 ‘상생’을 중요한 키워드로 삼고,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의지를 밝혀 기대를 끌어올렸다. 실제로 정 대표는 올 2분기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 ‘세븐일레븐’을  1위 기업으로 올려놓는 성과를 이뤄냈다. 

◇신통치 않은 실적, 상반기 영업이익 반토막   

그런데 취임한 지 8개월여가 지난 현재, 정 대표 ‘경영 리더십’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선도 적지 않아 주목을 끌고 있다. 우선 ‘경영 성과’ 평가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실적’이 신통치 않으면서 구설이 나오고 있다. 

업계 3위인 세븐일레븐은 올 상반기 2위인 GS25와 가맹점수와 실적 등에서 간격이 점점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한 때 세븐일레븐과 2위 다툼을 벌였던 GS25가 세븐일레븐과 차이를 벌리고, 선두인 CU를 바짝 뒤쫓고 있는 것이다.

세븐일레븐의 상반기 매출은 1조2,629억원으로 전년동기(1조2,306억원) 대비 2.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1억원으로 전년 동기 265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장수도 지난해 말 보다 14개 줄었다.

무리한 출점을 지향하고 마케팅을 강화한 탓이라고는 하나,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아쉬운 실적이 아닐 수 없다. GS25은 올 상반기 전년보다 6.0% 감소한 42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지만, 감소폭은 세븐일레븐보다 적었다.

여기에 점주들과 분쟁도 이어지면서 ‘상생 의지’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태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보복 출점’ 논란에 휘말렸다.

▲ 세븐일레븐

지난 4월 한 점주가 가맹계약을 중도해지하고, 다른 브랜드 편의점으로 간판을 바꾸자 50m 근방에 곧바로 직영 편의점을 열어 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해당 점주는 “세븐일레븐이 보복출점을 했다”고 주장했다. 가맹점주와 세븐일레븐의 입장이 서로 달라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가맹주’를 배려하는 출점을 하겠다”고 정 대표가 호언장담한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일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세븐일레븐 가맹점주 협의회 카페엔 여전히 본사의 횡포를 고발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강원도 삼척에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다 3개월 만에 휴업했다는 정라점 점주는 가맹계약도 체결하지 않고, 영업을 시작했다가 ‘폐점 비용’ 등으로 현재 본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점주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관련 건을 제소해 분쟁조정협의를 하고 있는 상태다. 

◇가맹점주와 분쟁도 여전해 … '상생 의지' 도마위 

또한 손해배상과 관련한 가맹계약 규정도 점주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세븐일레븐 본사는 점주 귀책 사유로 영업정지(또는 취소) 처분을 받을 경우 이로 인해 감소된 회사의 이익 배분액을 손해배상금으로 회사에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담배나 복권 등을 청소년에게 판매하다 적발된 점주가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당할 시 별도의 손해배상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점주들은 “점주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안기는 이중처벌 규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담배나 복권을 청소년에게 판매하다 적발되면 보통 1~2개월의 영업정지와 50~1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되는데, 점주들은 “매출도 줄어드는데다 회사 측의 손해까지 떠안는 이중부담을 안게 된다”며 불편한 마음을 내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선 정승인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는 형편인 것이다.

물론 일각에선 아직 취임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정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실적 부진 역시 정 대표가 ‘내실 경영’ 위주로 방향을 잡으면서 발생한 일시적인 부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븐일레븐은 ‘저수익 점포’를 정리하고 있다. 

◇ 세븐일레븐 “현재는 과도기 단계. 좀 더 지켜봐달라”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세븐일레븐 측은 “좀 더 지켜봐달라”는 입장이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취임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 리더십을 평가하긴 이르다고 생각한다”며 “게다가 상생 부분은 정승은 대표 취임 이후 좋아지면 좋아졌지 결코 나빠지지 않았다. 공정위에 제소되는 건도 전보다 훨씬 줄었다”고 말했다.

손해배상 규정에 대해선 “그 규정은 실제로 적용한 적이 없고, 적용할 계획도 없는 사문화된 조항”이라며 “어쨌든 일부 점주들께서 문제를 삼으니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라 점주와의 마찰과 관련해선 “현재 공정위 분쟁조정협의 단계를 거치고 있다. 가맹계약서를 안 쓴 이유는 인테리어 과정에서 점주님이 원하시는 것이 있어서 이후에 쓰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후에도 다른 부분을 추가적인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이견이 생겨 공정위에까지 갔다”며 “분쟁 조정 건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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