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 박병모:현 광주뉴스통 발행인, 전 광주 FC 단장,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
[시사위크] 지난 25일 전남 곡성에서 열린 이정현 의원의 의정보고회는 여느 의정보고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지난 7·30 재보선 때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이후 두 달하고 25일 만에 마련된 자리였다. 농번기 임에도 행사장은 주민들로 가득 찼다. 

야당의 텃밭에서 새누리당의 옷을 입고, 그것도 ‘동서화합의 아이콘’으로 17년 만에 당선돼 이미 전국적인 스타가 된 탓도 있을 터. 하지만 그 보다는 이정현 의원 특유의 열정이 녹아내리는 자리라고 해야 적절한 표현인 듯싶다.

이 의원은 순천에 이어 25일 오후 곡성 군민회관에서 열린 의정보고회에서 700여명의 주민들을 향해 특유의 열변으로 거침없는 말을 이어갔다. 호남을 위한 발전 청사진과 인재육성에 관한 로드맵을 제시할 때마다 터져 나오는 박수소리에 흥이 난 듯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저는 매일 아침 눈만 뜨면 ‘6만815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 재보선 때 ‘미치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국회의원으로 당선 시켜주십시오’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던 저에게 한 표, 한 표를 몰아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미 짜인 순천·곡성 아니 호남지역에 대한 중앙부처 예산을 뒤늦게라도 챙기기 위해 세종시를 직접 찾아가 6시간 반 동안 돌아다녔습니다. 국·과장은 물론 심지어 필요하다면 계장까지 만나며 여러 차례 애걸복걸 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부처 공무원들은 국회의원이 이렇게 부탁하는 데 속절없이 거절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가슴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대기업과 공기업 대표들을 만났고 지역발전을 위한 투자와 함께 지역 대학생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앞으로 중견기업도 만나겠습니다.”

이 의원은 쩌렁쩌렁한 말을 계속 이어갔다.

“특히 어쩔 수 없는 ‘탯줄’ 때문에, 호남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능력은 있지만 인사에서 차별을 당하는 일이 있다면 이는 인권침해라고 못 박고 싶습니다. 이러한 사례가 적발된다면 국회 대정부질의를 통해서라도 이를 시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일 겁니다. 그래도 안 되면 비록 구속력은 없지만 그 분과 싸우기 위해서라도 법안을 개정할 방침입니다.”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하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쏟아져 나오면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잠시 쉬어가자며 물 한잔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그는 전남 동부의 젖줄인 보성강과 섬진강 유역의 건천화로 항상 물 걱정을 해왔으나 앞으로는 전기 생산은 물론 생활·공업용수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그 물을 순천·곡성·광양·여수로 보내는 방안을 전문가들과의 연구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아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마련하는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그는 자신이 지역감정 해소에 앞장서고 있는 만큼 현재 단절된 경남과 전남 광양을 잇기 위해서는 국도 77호선 한려대교를 해저터널로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되면 2시간에서 10분으로 단축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영·호남의 화합을 상징하는 자리로 우뚝 서고 산업도로로, 관광문화 이벤트까지 추진할 정도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매주 토요일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마을을 정해 그곳에서 묵는다. 막걸리로 소통하면서 아침밥을 얻어먹는다. 이른바 발품을 파는 의정활동을 한다는 얘기다. 

그는 “여러분들이 저를 불러주시고 그 대가로 막걸리 5병만 준비해 주신다면 제가 잘 부르는 ‘울고 넘는 박달재’를 구성지게 부르겠노라”고 너스레를 떤다.
이 의원은 “당선 이후 언론인과의 회동이나 전국에서 쇄도하는 특강도 사절하고 있다”고 말한 뒤 “여러분이 곧 저에게는 가장 큰 백”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 의원은 의정보고회를 마친 뒤 석유공사가 마련한 LPG저장탱크 보급사업 지원금 전달식에서 겸면 상덕마을 주민들을 만났고 이어 순천으로 달려가 행사에 참석했다.

그런 뒤 매주 토요일 어김없이 찾아가는 마을단위 의정보고 겸 간담회 자리가 마련된 오곡면 오지리 마을로 줄달음을 쳤다. 그곳에는 이장단과 마을에서 계란줄 깨나 세는 이른 바 ‘시골 유지’ 등 20여명이 밤 8시께 한 자리에 모였다. 큰 상위에 마련된 약간의 다과와 함께 막걸리를 들이키면서 밤이 깊은 줄 모른 채 농촌 현안문제가 오갔다. 이정현 특유의 “하~하~하”라는 웃음소리가 퍼지고 입담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장 집에서 잠을 자고 아침밥을 얻어먹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한 이장의 한마디가 심금을 울렸다.

“지금껏 여느 국회의원이 이렇게 마을을 찾아다니며 간담회를 한적 있느냐, 이렇게 얼굴을 마주보고 오랜 시간 얘기하는 건 생전 처음이다. 지금껏 높으신 줄로만 알았던 국회의원과 막걸리 한잔에 취해 얘기하다 보니 시골 무지랭이인 자신들을 알아주는 것 같아 대단히 행복했다. 국회의원 한번 잘 뽑았다.” 

이에 이 의원은 “정기국회가 끝나면 지금은 한 개 면을 돌지만 앞으로 2개면씩을 돌 예정”이라며 “못 다한 얘기는 시간이 충분이 있으니까 그때 하자”며 끝을 맺었다. 

이 의원 특유의 스킨십으로 마을을 돌며 발품을 파는 ‘이정현식 의정보고 겸 간담회’는 앞으로 값진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지역발전에 대한 진정성과 간절함이 이정현 한 사람의 얘기라기보다는 대한민국 모든 국회의원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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