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월 중앙대의 학과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중앙대 이사로 합류한 가운데, 중앙대가 또 다시 학과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31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중앙대 대학평의원회는 최근 ‘학문단위 구조개편 추진계획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교육부의 대학 입학정원 감축 정책에 따른 학과 구조조정 추진이다. 현재 운영 중인 48개 학부, 22학과 체제를 44개 학부로 통합하고, 이후 평가를 통해 통폐합할 학과를 정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계획안은 지난 2008년 중앙대가 두산그룹에 인수된 뒤 네 번째 학과 구조조정 방안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평가 기준은 대학정보공시 자료 등을 통한 대회경쟁력 평가와 재정 기여 등 내부역량 평가로 이뤄져 있다. 또한 이 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취업률 향상과 국내 대학 순위 상승 등을 이루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중앙대 내부는 또 다시 들끓고 있다. 우려를 표하는 이들은 특히 “통폐합 선정 기준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대학의 순수한 학문보다는 ‘취업 잘되고 인기 많고 돈 되는’ 학과에 무게를 두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중앙대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중앙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학문단위 구조개편에 따른 학내 의견수렴이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학과 구조조정 계획이 확정돼 발표된 것은 전혀 아니다. 보도된 내용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어 정정을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중앙대 이사에 선임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 박용만 회장 합류, 달라지는 건 없다?

공교롭게도 또 다시 불거진 중앙대의 학과 구조조정 논란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중앙대 이사로 합류한지 얼마 안 돼 벌어졌다.

박용만 회장은 지난 9월 열린 이사회를 통해 이사로 선임됐다. 건강상의 문제로 물러난 이복형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을 대신해 중앙대 이사를 맡게 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파격적인 행보를 자주 보여준 박용만 회장의 합류가 중앙대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 올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다. 박용만 회장이 평소 SNS를 통한 소통에 적극적이고, 인터뷰를 통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는 등 기존의 재벌 총수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용만 회장이 합류한지 한 달여 만에 중앙대의 학과 구조조정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이러한 기대는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물론 중앙대 측은 그저 학내 의견수렴 단계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중앙대의 과거 행보와 무관하지 않은 논란이다.

이에 박용만 회장 역시 대학을 ‘자본주의의 눈’으로 바라본 다른 형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중앙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중앙대 인수 당시 “자본주의 논리가 어디 가나 통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중앙대 학생은 “워낙 구조조정 얘기가 자주 나와서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언제 내가 공부하던 학과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불안한 마음이 있다”며 “젊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편인 박용만 회장이 이사로 와서 조금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까 기대했는데, 또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시끄러워지니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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