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동제약.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비타민음료, 생수, 스파클링워터…. 일반 음료회사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이 아니다. ‘아직은’ 제약회사로 이름을 내걸고 있는 광동제약(대표이사 사장 최성원)의 제품들이다. 익히 잘 알려져있다시피 광동제약은 ‘비타500’이 성공대박을 터트리고 난 후 본연의 업종인 ‘제약’보다 ‘음료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옥수수수염차, 헛개차, 비타500, 뷰핏 등이 모두 광동제약에서 만든 음료 제품들이다.

물론 제약회사에서 음료를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제약업계의 환경이 예전만 못하고, 제약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에 비해 음료 쪽 성공가능성이 더 높게 판단된다면 ‘신성장동력’ 차원에서 투자가 불가피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썩 곱지 못하다. ‘제약회사’로서의 정체성이 불투명한데다,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조차 불안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 매출비중 30% ‘삼다수’, 판권 기한 종료되면 타격 클 듯 

현재 광동제약의 주력 상품은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삼다수, 헛개차 등이다. 생수시장에서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 스파클링 음료에 이어, 최근엔 카페드롭탑과 RTD커피음료 업무제휴를 통해 커피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하지만 제약회사의 ‘새로운 사업 동력’이라고 보기엔 이들 음료제품의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광동제약의 전체 매출 중 70%가 음료부문에서 발생했다. ‘주력사업’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이는 지난 2001년 비타민음료인 ‘비타500’으로 성공 대박을 이룬 후 음료 생산에 공을 쏟을 결과다. 반면 의약품 매출은 30% 수준에 불과했다. 제약업계의 평균 의약품 매출은 전체 50%를 넘어서는 규모다.

문제는 광동제약이 재미를 보고 있는 음료부문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 광동제약이 홈페이지를 통해 <베스트상품>으로 소개한 제품.

실제 광동제약 매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삼다수’는 지난 1월(46.3%)에 비해 8월(42.5%)로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유통업체가 자체생산하는 PB제품을 포함할 경우 삼다수의 생수시장 점유율은 3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설상가상 최근 제주도개발공사가 삼다수를 자체적으로 유통하겠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광동제약은 고민스런 상황에 놓였다. 계약이 2017년까지여서 당장의 여파는 없겠지만, 광동으로선 ‘최악의 경우’도 고려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만약 계약 연장에 실패할 경우, 광동제약은 전체 매출 30%(삼다수 매출 비중)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수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광동제약으로선 불리하다. 현재 남양, 동아쏘시오, 롯데칠성 등 생수시장에 뛰어들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제약회사인 광동제약으로선 타 유통업체들보다 유통망이 적다는 약점이 있다.

◇ ‘덩치만 커진 허약체질’ 우려 목소리도…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광동제약은 지난 3분기, 매출이 11.1%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0.7% 증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상 덩치만 커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삼다수나 비타500 등 일반 음료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지는 반면, 제약사업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수익성 정체로 나타난 것이라는 평가다.

외부에서 광동제약의 ‘외도’를 우려스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정 상품(삼다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다, 주력사업이 제약부문에 대한 연구개발(R&D)투자 비중 역시 제자리걸음이어서다. 광동제약은 2010년 연구개발비 비중이 1.8%였으나 2011년에 들어서면서 1.6%로 하락했다. 그것도 지난해에는 1.2%로 더 떨어졌다. 올 상반기만 보더라도 지난해 1.2%에서 1.1%로 하락했다. 2011년을 마지막으로 제네릭 외 개량신약이나 신약개발 건수는 전무하다. 이는, 최근 한미약품이 분기 사상 최대규모인 410억원을 신약 개발에 투자한다는 소식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미약품의 R&D 투자규모는 매출액 대비 22.4% 수준이다.

▲ 광동제약이 창립 51주년을 맞아 최근 새롭게 리뉴얼한 CI.

지난해 영면한 고(故) 최수부 회장은 1963년 광동제약사를 창업한 이래 광동 경옥고와 광동 우황청심원, 광동 쌍화탕 등 우수한 의약품으로 한방의 과학화를 이끌어 왔으며, ‘최상의 재료로 최고 품질의 의약품을 생산하여 공급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광동제약을 성장시켰다. 특히 생전 최 회장의 경영철학은 ‘최씨고집’과 ‘뚝심경영’이라 불리며 정도경영의 표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의 광동제약은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제약사들의 사업 다각화는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쌍화탕’ ‘우황청심원’이 아닌 ‘비타500’ ‘삼다수’로 대표되는 광동제약의 정체성이 언제까지 시장에서 ‘통할 것이냐’는데는 의문이 여전하다.

한편 본지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한 광동제약의 입장을 전해 듣고자 여러차례 취재를 시도했으나,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얼마 전 창립 51주년을 맞아 새로운 CI를 선포한 광동제약. 변화된 CI만큼 정체성에도 변화가 생길 지 광동제약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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