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김영진 한독제약 회장이 선친의 주식을 단 한 주도 상속받지 않은 가운데,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별세한 고(故) 김신권 명예회장이 보유 중이던 주식 13만주와 현금 15억원을 한독제석재단에 기부한 것인데, 결국은 재단 뒤에 숨어 상속을 받고 상속세는 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한독 측은 유족과 고인의 뜻을 훼손하는 황당한 오해라며 억울함을 표하고 있다.

▲ 김영진 한독 회장.
◇ “아버지 뜻 따르기 위해 기부”

고 김신권 한독제약 명예회장은 지난 4월 30일 향년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국내 제약산업 1세대이자 제약업계의 선진화를 이끈 인물이다.

고 김신권 명예회장이 별세한지 약 6개월이 흐른 5일, 한독은 그의 재산 45억원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발표했다. 한독 주식 13만주와 현금 15억원을 한독제석재단에 기부한 것이다. 총 45억원 규모다.

김영진 회장은 “아버님은 기업인의 사명은 ‘기업이윤을 창출하고 고용을 증대하며,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라고 하셨다”며 “평생의 숙원이었던 한독제석재단을 만드시고 무척 기뻐하셨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 위해 기부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독제석재단은 고 김신권 명예회장이 지난 2006년 회장직을 김영진 회장에게 물려주고 설립한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설립 당시 고 김신권 명예회장은 10억원을 출연했고, 이후 2억원을 더 내놓았다. 현재 한독제석재단은 한독의약박물관을 운영하고, 장학사업 및 의약학 후원활동을 하고 있다.

▲ 한독제석재단 주요사업. <사진=한독제석재단 홈페이지>
◇ 상속세 회피? “현금 15억원도 기부했다”

고 김신권 명예회장의 기부는 완벽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기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영진 회장이 상속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재단을 앞세웠다는 것이 골자다.

고 김신권 명예회장이 남긴 주식은 총 62만1,584주다. 이 주식은 4:4:2 비율로 각각 고 김신권 명예회장의 장녀와 차남, 한독제석재단에 상속됐다. 이로써 장녀의 지분은 3.60%, 차남의 지분은 5.67%로 1.97%증가했고, 한독제석재단은 처음으로 1.04%의 한독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반면, 장남이자 회사 경영권을 물려받은 김영진 회장은 선친으로부터 전혀 주식을 상속받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여기에 ‘꼼수’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공익법인이 특정회사의 지분을 5% 이하로 출연 받을 경우 상속세는 면제된다. 따라서 1.04%의 지분을 상속받은 한독제석재단은 이에 대한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한독 최대주주인 김영진 회장의 총 지분에는 전혀 변동이 없다. 한독제석재단이 특수관계인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김영진 회장은 한독제석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결국 고 김신권 명예회장의 주식 중 일부를 한독제석재단에 기부하면서 김영진 회장은 1석 2조의 효과를 거두게 됐다. 지분은 그대로 유지하고, 상속세는 피한 것이다. 여기에 한독의 공익적 이미지를 제고한 것 역시 긍정적인 효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각의 지적에 한독 측은 억울하고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독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재단에 기부한 주식을 김영진 회장이 상속받았을 경우 최대 14억원의 상속세가 발생한다. 그런데 주식과 더불어 현금 15억원도 재단에 기부했다. 이게 어떻게 상속세 회피인가”라고 설명했다.

▲ 한독.
그러면서 “국가에서도 사회 환원을 장려하기 위해 5% 이하의 지분을 재단에 기부할 경우 면세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다. 고 김신권 명예회장의 유족들이 고인의 뜻을 존중해 45억원이라는 큰 금액을 기부했다. 대단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데, 뜻밖의 오해가 나와서 당황스럽다”며 “한독은 모범납세자상을 수상하는 등 사회적 책임에 성실한 회사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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