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아이폰6가 대단하긴 한 모양이다. 정부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고수했지만, 아이폰6발 파도에 모래성 무너지듯이 무너졌다. 정치권과 법에 대한 신뢰와 함께 말이다.

▲ 단통법은 시행전부터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렸고, 시행 후부터는 '통신사만 배불리는 법'이라며 각종 비난을 받았다.
불법 보조금 차별을 잡아 가계 통신비를 낮추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단통법은 시행전부터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렸다. ‘통신사만 배불리는 법’, ‘시장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 등 수많은 비난여론속에서도 정부의 시행의지는 단호했다. 휴대전화 판매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시민들의 비난이 이어졌지만 말이다.

정부는 “시간을 갖고 지켜보면 자리가 잡힐 것”이라며 단통법의 효과가 나타나길 기다려 보자는 관망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아이폰6의 국내 상륙과 동시에 단통법의 효과는 물거품이 됐다. 아니 오히려 단통법 시행 전보다 더 처참했다.

법 시행 전, 게릴라성 보조금 투하 조건은 6만원대 요금제에 유지기간 3개월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 보조금의 조건은 8만원대 요금제에 유지기간이 최소 6개월로 전보다 더 가혹한 조건으로 변했다. 단통법 시행으로 게릴라성 보조금 투하도 막지 못했고, 통신요금은 더 높아지는 정반대의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부랴부랴 대응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후속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며, 일선 판매점과 통신사에 과징금과 형사처벌 검토를 지시했다. 정홍원 국무총리까지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후속대책을 강구하는 등 단통법 수호에 나섰다. 그런데 한 가지, 단통법이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잃은 신뢰는 회복이 불가능해 보인다.

단통법이 왜 이런 결과를 불렀을까. 법안 심사의 중간단계에서 덧칠이 이어지면서 누더기가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간 차별적 보조금은 통신사와 판매점간의 보이지 않는 ‘리베이트’가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높은 출고가격을 결정해 놓고, 고가 요금제를 미끼로 고객들을 가입시키면 통신사는 대리점에 일정부분 리베이트를 지급했다. 그런데 일부 대리점들이 리베이트 일부를 고객들에게 돌려줌으로서 소비자들 사이 보조금 차별이 생긴 것이다.

단통법은 이 ‘리베이트’ 구조를 투명화하기 위해 발의됐다. 그래서 통신사 보조금과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을 공시 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다르게 법안 논의 과정에서 통신사들의 요구로  보조금 제한 규정이 포함됐고, 발효를 앞두고 제조사들이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도 가려졌다.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유다. 결국 통신사와 제조사, 대리점의 리베이트 수익구조는 투명화하지 못한 채, 보조금 제한 규정의 벌칙규정만 신설된 셈이나 마찬가지다.   

이 같은 문제는 결국 법안을 만드는 정치권의 철학 문제로 귀결된다. 당초 차별적 보조금 지급을 막고 통신요금의 정상화가 취지였다면, 일부 이해당사자들의 손해를 감수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통신사의 요구에 눈감아주고, 제조사의 입김에 흔들려 누더기 같은 법안을 결과물로 내놨다. 그렇게 만들어진 단통법은 ‘아이폰6 대란’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앞으로 어떤 소비자가 단통법을 믿고 단말기를 구입할지 의문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게릴라 보조금이 터지진 않을까?’ 라는 생각이 더 먼저 떠오를테니 말이다.

왜 국민이 뽑은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정치인이 꼽히는 지, 왜 국민의 정부 신뢰도가 낮은지, 정치권이 고민해봐야할 문제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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