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홍원식 동덕여대 교양교직학부 교수
[시사위크] MBC가 결국 교양국을 해체했다. 지난 1일 MBC는 교양제작국의 해체를 발표하고 소속 PD들을 예능국과 외주제작물을 관리하는 콘텐츠제작국 등으로 분산 배치했다. 이에 따른 인사발령으로 과거 굵직한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이름만 대도 알만한 PD들 다수가 방송제작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비제작부서로 재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BC 측은 이번 조직개편을 수익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밝히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과거 김재철 전사장 시절부터 교양제작국 PD들은 적잖은 인사상의  불이익을 감수해왔다. 일례로, 다수의 PD들이 MBC 아카데미로 쫓겨나서 ‘내가 만드는 브런치’, ‘파워 클래식’ 같은 강의를 듣게 만든 이른바 ‘신천교육대’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한창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사람들을 비제작부서와 재교육장으로 내몰았으니, 이를 합리적으로 이해할 방법은 많지 않다.

김재철 전사장이 온갖 논란 속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사장이 선임되면서 혹시라도 MBC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있었지만, 결국 우리가 확인하게 되는 것은 교양제작국의 해체라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PD 수첩’을 비롯한 MBC의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은 오랫동안 MBC의 공영성을 뒷받침해온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MBC가 민영방송과 같이 광고 수익으로 운영되면서도 여전히 공영방송의 모습을 잃지 않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힘이 바로 교양 프로그램에 있었다고 평가해 볼 만하다. 온갖 사회적 비난과 압력 속에서도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을 밝혀낸 것도 바로 교양국의 ‘PD 수첩’이었으며, ‘휴먼 다큐-사랑’으로 시청자들의 감동을 만들어낸 것도 바로 교양국이었음을 떠올려 보면 그간의 MBC 교양국의 성과가 결코 작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교양제작국의 해체를 통해서 MBC가 얻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MBC 경영진이 개편의 명분으로 수익성과 효율성을 내세운 것은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서 공영방송의 책임 따위는 내던져 버리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어 보인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공영방송이던 민영방송이던,  MBC는 여전히 국민의 자산인 전파를 쓰고 있으며 MBC가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도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의 수익성 개선은 단순히 교양 대신 예능 프로그램 몇 개 더 편성해서 시청률 높인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방송 환경 속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간광고 허용과 같은 방송광고제도의 개선을 통해 구조적 돌파구를 찾는 일이다. 이는 상당부분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지상파 방송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수익성 때문에 교양 프로그램 만들기를  포기한다면, 무슨 명분으로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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