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 인감도장이 날인되어 있고 인감증명서까지 첨부되어 있는 경우, 대부분 당사자가 직접 날인한 것으로 갈음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직접 관여한 서류가 아님에도 인감도장이 날인된 경우 그 서류에 대한 책임까지 본인이 져야 할까요? 이에 대한 사례가 있어서 소개해 볼까 합니다.

A씨는 B씨 소유로 되어있는 빌딩 2개층을 보증금 1억원에 임대하기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을 진행하면서 A씨는 일단 계약금으로 2,000만원을 B씨에게 지급한 후, 인테리어 공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러나 A씨의 자금사정이 급격히 안 좋아지면서, 인테리어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공사가 3개월 만에 중단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A와 계약시점에서 약 1년 2개월이 지난 후 B씨와 B씨의 동생은 A씨가 임대해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다 중단했던 2개층을 횟집과 노래방으로 각각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A씨는 “인테리어 비용을 정산해 주고, 상가를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게 되면 인테리어 공사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합의각서를 B씨가 써줬다”면서 공사비 3억1,500만원과 함께 B씨에게 건넨 보증금 1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B씨는 A씨의 청구에 “합의각서와 영수증은 위조된 것이고 계약금 2,000만원 외에 잔금 8,000만원은 받지도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A씨가 증거로 제출한 합의각서와 영수증에는 B씨의 인감도장이 찍혀있어 인감도장이 찍힌 서류의 효력이 중요한 쟁점이었던 사건이었습니다.

1·2심 법원은 “영수증과 합의각서에 B씨의 인감도장이 찍혀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날인 행위가 B씨의 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된다”면서 “B씨는 공사비 지출내역 중 입증되지 않은 3억800만원과 5개월 간의 월세 등을 제외한 보증금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앞서 1·2심 법원의 판결을 깨고 A씨 패소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앞서 1·2심 재판부가 인감도장이 날인되어 있고 B씨가 ‘특별한 사정’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인감은 B씨의 날인으로 추정한 것과 다르게 본 것입니다.

대법원은 “A씨가 영수증 및 합의각서가 완성된 상태에서 입회인으로부터 건네받았다고 주장할 뿐, 문서의 필적이 누구이고 도장을 누가 찍었는지 등 구체적인 작성 경위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B씨의 뜻에 따라 인감도장의 날인이 이뤄진 게 아니라는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같은 대법원 판단에 따르면 비록 인감도장이 날인돼 있는 서류라도 그것만 가지고서는 B씨의 의사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기 어렵고, 그 제반사항을 고려해 해당 문서의 진위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태도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자료제공 = 법률사무소 한세(http://lawsos.kr)

▲ 강길 변호사의 법률상식. 인감 날이되어 있는 서류의 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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