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9개월간 경영진 공백 사태를 빚었던 강원랜드가 드디어 새 수장을 맞이했다. 그런데 지역사회와 노조에선 ‘환영’보다는 ‘실망’의 빛이 역력한 모습이다. ‘낙하산 인사’ 결사반대 외침이 무색하게 ‘친박계 인사’인 함승희 전 국회의원이 선임돼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그가 가진 정치 이력은 자연스럽게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역사회에선 “관피아(관료+마피아)가 떠나니 ‘정피아(정치+마피아)’가 왔다”는 탄식이 절로 흘러나오고 있는 분위기다. 강원랜드는 ‘방만경영’과 횡령, 사기도박 등 ‘도덕적 해이’를 비롯해 각종 문제점을 드러내온 공공기관이다. ‘비경영인’ 출신인 함 사장이 과연 ‘혁신’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인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 대표적인 친박 주자 … 정피아 논란 가열

함승희 사장은 14일 제 8대 강원랜드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하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전날 강원랜드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함 사장의 선임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함 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2017년 11월 12일까지다.

함 사장은 취임식에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강원랜드가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어떤 경우에도 권력이나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자유와 창의로서 영업활동을 할 수 있고, 바깥에 나가 임직원임을 자랑할 수 있는 일류 직장을 만들어갔다”는 말을 직원들에게 건넸다. 

하지만 ‘강원랜드’의 새로운 선장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일단 ‘낙하산 논란’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함 사장은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로 분류된다. 

이력을 살펴보면, 강원 양양 출신인 함 사장은 사법연수원 12기로 서울지검·수원지검 특수부 검사, 대전지검 서상지청장을 지냈으며, 검찰을 떠난 후엔 정치계에 입문했다. 지난 2000년 당시 새천년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나, 2007년 당내 갈등 속에 탈당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 경선 캠프에 들어가면서 ‘친박계 인사’로 변신했다.

이후 17대 박근혜 대통령후보 클린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과 2008년 친박연대 최고위원을 역임했을 정도로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활약을 했다. 제18대 총선에선 ‘친박 연대’ 후보로 서울 노원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 같은 이력 때문에 ‘친박 낙하산’, ‘보은인사’ 논란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게다가 함 사장의 경우, 여의도 정가에선 사장 공모 단계부터 일찍 감치 이른바 ‘내정설’이 돌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사기도 한 인물이다.

▲ 강원랜드

지난달 강원랜드 소액주주협의회는 “리조트 운영 경험이 전무한 정치인들로만 사장 후보를 선임한 것은 회사 발전과 주주이익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사장 공모절차중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가처분 신청은 곧바로 기각됐으나, ‘정치권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강원랜드는 사장 선임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었다. 강원랜드 역대 사장 7명 가운데, 5대 사장인 조기송 전 사장을 제외하고 모두 정부관료 출신이었다. 이처럼 ‘관피아’ 인사들이 들어오면서 방만한 경영이 이뤄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관피아’ 인사 대신 정치권 출신 인사가 선임되자 이 같은 반감은 더욱 커졌다.

‘낙하산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경영전문성’이 부재하다는 문제가 떠올랐다. 함 의원은 검찰과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만 활동해온 인사다. 당연히 리조트나 카지노 운영에 대한 전문성은 전무한 형편이다.

◇ 경영전문성 부재도 문제

이런 인사가 강원랜드의 복잡한 현안을 해결할 ‘경영능력’과 ‘비전’을 갖췄을 지에 대해 지역사회와 내부에선 의문을 보내고 있다.

▲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
현재 강원랜드는 어느 공공기관보다 ‘혁신’과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직원의 원정 해외도박’과 ‘회삿돈 횡령’, ‘사기도박’ 사건 등으로 몸살을 앓았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인근 테마파크 조성사업에 대해서 뒷돈이 오갔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공공기관경영정상화 이행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쌓여있다. ‘파업 사태’까지 벌였던 ‘노조’와의 관계 개선도 과제로 남아있다. 이에 사장의 경영 마인드와 전문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함 사장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낙하산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함 사장은 “2007년 이후로 국회의원 근처에 가본 적이 없다”며 “이 자리가 내가 그동안 살아온 경력에 비춰보면, 큰 혜택이고 보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잠시 정치적 행보를 같이했다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자리에 앉는 사람들이 문제지, 나하곤 아무 관계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공공성을 강화하고 카지노 등 도박보다 관광과 레저를 중시하는 기업으로 이미지를 변화시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 홍보 관계자는 “공정한 절차를 통해 선임이 됐기에 더 이상 드릴 말이 없다”며 신임 사장을 둘러싼 논란에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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