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정화계획 효과 미미… 차수벽 외부는 아예 ‘자연정화’로 방치
“폐쇄적·독단적 태도 고치지 않으면 문제제기도 영원히 계속될 것”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6월, <시사위크>는 포스코 옥계 페놀 유출 사고와 관련해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를 인터뷰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박창근 교수는 사고원인과 유출규모 조사가 처음부터 잘못됐으며, 오염 확산 방지 대책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포스코가 정화계획 단계에서 ‘꼼수’를 부릴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내놓았다. 그리고 지난 14일, <시사위크>는 환경운동연합에서 박창근 교수를 다시 만났다.

 

▲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

 

박창근 교수는 포스코가 내놓은 정화계획이 엉망진창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포스코는 옥계 페놀 유출 사고와 관련해 지난 6월 토양정밀조사보고서를 강릉시에 제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정화계획을 마련해 지난 8월 강릉시에 제출했다. 포스코의 정화계획을 살펴보면, 우선 차수벽(오염 확산을 막기 위해 설치한 차단벽) 내부에 대해서만 정화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차수벽 외부는 자연정화에 맡긴다. 말이 ‘자연정화’일뿐 사실상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박창근 교수의 지적이다.

문제는 차수벽 외부에서도 심각한 오염이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박창근 교수가 직접 차수벽 외부 토양을 굴착해 조사한 결과 페놀의 경우 기준치의 1만5,700배가 검출됐으며, 비소 역시 기준치의 1.2배가 검출됐다. 비소는 포스코의 1·2차 토양정밀조사보고서에 등장했다가 최종 3차 보고서에서는 사라져 은폐 의혹이 제기됐던 오염물질이다.

박창근 교수는 “이미 오염 확산이 심각하게 진행돼 차수벽 외부의 오염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조사를 위해 토양을 굴착했을 당시 금세 두통과 구역질이 일어날 정도였다. 또한 주민의 페놀 중독이 확인되고, 물고기가 폐사하는 등의 피해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포스코는 잘못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잘못된 정화계획을 수립한 채 차수벽 외부에 대해서는 ‘자연정화’라는 어이없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900억 들여 11년 정화해도 30~40%만 정화

차수벽 내부의 정화방식도 문제점이 많다. 박창근 교수에 따르면 포스코는 약 20~30%에 대해서만 토양을 직접 퍼내 세척하는 ‘토양세척법’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오염된 토양에 특정 약품을 통과시키는 ‘지하수정화법’을 사용할 예정이다. 허나 박창근 교수는 실제 토양세척법이 적용되는 비율이 10%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양세척법은 학계에서 가장 확실한 오염 정화방법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과거 오염사고에도 대부분 적용됐던 방법이다.

정작 정화계획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하수정화법의 효과는 극히 낮다. 박창근 교수는 “이 방법은 특정 물질을 오염된 토양에 투입한 뒤 다른 쪽에서 뽑아내는 방법이다. 해당 물질이 오염된 토양을 통과하면서 오염 물질을 씻어내는 방법인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을 쓰면 포스코가 밝힌 정화기간 11년이 지나도 30~40% 정도만 정화될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토양 아래 깊숙한 부분은 아예 정화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포스코의 토양정밀보고서에 따르면 오염된 토양의 깊이는 2~15m다. 그런데 박창근 교수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평균 5m까지 매립층과 모래층으로 이뤄져있고, 그 아래는 대부분 진흙층이다. 정화 물질의 통과가 불가한 진흙층은 사실상 지하수정화법의 효과를 전혀 볼 수 없다.

박창근 교수는 “심지어 정화에 사용되는 과황산나트륨 역시 오염 물질이다. 자칫 오염되지 않은 토양에 2차 오염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 토양오염에 대해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포스코의 정화계획이 잘못됐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다. 포스코의 정화계획은 이미 학계에서도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확실하게 정화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오염된 토양을 모두 퍼내 일일이 세척한 뒤 다시 매립하는 ‘토양세척법’이다. 과거 토양오염 사례에서도 가장 많이 적용돼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애초부터 토양세척법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페놀 유출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도로를 포장하고, 공장 건물을 세웠다. 토양세척법을 위해선 토양을 퍼내야 하는데, 그걸 빤히 아는 포스코가 그 위를 도로와 공장으로 덮어버린 것이다.

◇ “포스코, 지금처럼 간다면 사태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 박창근 관동대 교수.

그렇다면 포스코 옥계 페놀 유출 사고는 왜 계속해서 비슷한 논란과 의혹이 반복되고 있을까. 앞서 포스코가 관련 업체에 의뢰해 조사한 사고원인 및 유출규모는 축소·은폐 의혹에 휩싸였다. 포스코가 정한 정화계획 역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처럼 사고를 낸 포스코가 오염범위를 조사하고 대책까지 수립한 상황인데, 이를 감시하고 제재해야할 관계기관은 제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박창근 교수는 그 원인을 제도적 허점과 이를 악용하고 있는 포스코에 있다고 봤다. 박창근 교수는 “현행법상 환경부는 포스코를 제재할 권한이 전혀 없다. 토양오염과 관련된 모든 업무가 기초 지자체에 이관돼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강릉시는 포스코에 대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오염사고에 대해 중앙 정부 차원에서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포스코는 계속해서 악수를 두고 있다. 토양·지하수 오염의 특성상 100% 완벽한 정화는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포스코가 지금처럼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시민사회계에서는 100% 정화가 이뤄질 때까지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의 차수벽 외부 정화계획은 ‘자연정화’이기 때문에 사실상 정화기간이 영원하고 볼 수 있다. 이는 곧 시민사회계의 문제제기가 영원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포스코가 정한 정화기간 11년이 끝나도 계속해서 문제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반면 포스코가 사고원인 및 유출규모 조사를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하고, 정화 등 대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적극 나선다면 시민사회계 역시 일정 부분 현실적인 정화계획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이 문제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박창근 교수는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등 정치권에서 제안하고 있는 ‘민·관 합동조사 위원회’ 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오염범위조차 정확하게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조사가 가능한 범대책기구를 마련해 오염범위부터 확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정화계획도 제대로 수립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박창근 교수는 “포스코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은폐·축소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일관적으로 보이고 있다. 포스코가 내놓은 정화계획 역시 말이 정화계획이지 실상은 정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대한 문제는 끝까지 제기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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