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운 시사위크 발행인
[시사위크=이형운 발행인] 새정치연합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와 대권주자 분리론’에 들썩이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는 이번 전당대회 당권주자로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게 요지다.

박지원 의원은 “당권과 대권이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권 후보가 당권에 도전한다면 다른 대권 후보들은 뒷짐만 지고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권 후보가 전당대회를 통해 ‘상처’ 입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게 박 의원의 의중이다.

하지만 박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문제에 대해 “당헌에 대권주자는 대선 1년 전에 당대표를 그만두라고 나와 있다”며 “당대표 임기가 2년이고 대선이 3년 남은 시점에서 전대에 나오지 말라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의 ‘당권·대권 분리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사람들은 당 대표 출마를 염두에 둔 비노진영이다. 아무래도 친노진영인 문재인 의원의 당선가능성이 높아지자 이 같은 주장이 나온 것으로 정치권은 분석하고 있다.

앞서 문희상 위원장이 밝힌 것처럼 문재인 의원의 당 대표 출마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의 의사에 달려있다. 당헌 상 문 의원의 당 대표 출마가 문제되지 않는다면 비노진영에서 출마자체를 문제 삼아선 안된다.

무엇보다 문 의원도 당 대표를 지냄으로써 ‘집권 가능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꼭꼭 감싼다고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박 의원이 주장한 것처럼 당 대표는 싸울 때는 싸우고 협상할 때는 감동적으로 해야 하고 상처 입는 것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또 집권을 위해서 대권 후보는 정책을 제시하고 이미지도 관리하며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들과 함께 몸과 마음을 섞어야 한다.

박 의원의 주장처럼 정치적 상처가 무서워 차기 대권 후보가 당 대표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검증을 회피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 대권 후보가 장막 뒤에 숨어 인기관리에만 치중하게 될 경우 국민들은 그 후보의 인성과 품성 나아가 협상능력을 검증할 길이 없다.

집권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당 대표를 맞더라도 이를 현명하게 풀어갈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당을 합리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대여 협상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겠는가.

따라서 새정치연합의 유력 대권후보로 꼽히는 문재인 의원도 당당하게 당 대표 경선에 나서야 한다. 당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해 당 대표에 낙선한다면 이 또한 여론이다. 당원들의 지지도 받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대권에 도전할 수 있겠느냐는 여론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이 또한 검증의 한 방법이다.

또한 문 의원이 당 대표 도전에 성공하게 되면 본격적으로 차기 대권후보로서 국민의 검증을 받게 된다. 당과 국회 혁신 뿐 아니라 대여협상 능력 등 다양한 검증을 국민들로부터 받게 된다. 이런 검증절차를 통해 문 의원이 더욱 탄탄한 집권 기반을 갖출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새정치연합 전당대회에 문 의원이 반드시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제까지 ‘장막의 정치’를 펼칠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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