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좌).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고속’ 되찾기 작업이 순탄치 않은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금호고속의 매각을 앞두고 현 소유주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 사모펀드(PEF)'가  매각작업 방해를 이유로 김성산 금호고속 대표이사를 해임하며 사실상 금호아시아나 측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날렸기 때문이다.

그간 사모펀드 측은 금호아시아나 측이 ‘금호고속 몸값 상승’ 분위기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며 여론 몰이에 나서자 불만을 내비쳐왔다. 이번 해임 조치를 통해 내재됐던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측은 “불법적 해임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양측의 갈등은 법적 소송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 금호고속 최대주주, 김성산 대표 해임 조치
    "그룹 측 지시로, 매각 작업 방해했다" 주장

금호고속의 지분 100%를 보유한 ‘IBK투자증권-케이스톤 사모펀드(이하 PEF)’는 지난 12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김성산 금호고속 대표이사를 전격 해임 조치했다. 대신 PEF 운용인력인 김대진·박봉섭씨를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다만, 금호고속의 일상적인 경영과 조직안정을 위해 김 전 대표이사의 집행임원 사장 지위는 유지시켰다. 

김 전 대표는 1972년 광주고속에 입사해 1994년 금호건설 상무이사, 2005년 금호렌터카 사장을 거쳐 2006년부터 금호고속 대표이사를 맡아 온 최장수 CEO다.

이런 김 전 대표를 해임한 배경에 대해 PEF는 “금호고속의 매각 가치를 훼손시키고, 매각절차를 방해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PEF 측은 우선 “김 전 대표이사가 금호고속 이사회에서 결의한 금호리조트 유상증자 참여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금호고속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또한 금호고속 매각절차 방해를 주도하고 있는 사내 ‘구사회’의 활동을 방치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어 100% 주주인 PEF의 요청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등 상법상 보장된 주주 및 이사의 회사에 대한 기본적 정보접근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런 김 전 대표의 행동이 아시아나그룹 측의 지시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해임안’을 의결했다.

PEF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의 매각 방해 행위가 지속될 경우 형사상 고소·고발 및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로써 금호고속 매각을 둘러싼 현 소유주와 옛 주인의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금난 해소를 위해 2012년 3,300억원을 받고 PEF에 금호고속의 경영권을 매각했다. 이번에 매각 제한이 풀리면서 시장에 다시 나온 금호고속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반드시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를 천명해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의 지분에 대한 우선 매수권을 갖고 있다. 

◇ 매각가를 둘러싼 갈등, 법정 소송으로 비화되나   

문제는 가격이다. 앞서 시장에선 금호고속의 매각가가 5,000억 원대 까지 뛸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비싸게 팔려는 사모펀드와 조금이라도 싼 값에 되찾으려는 금호아시아나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이번 사태가 발발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지난 8월부터 과도한 인수 경쟁에 따른 ‘매각가 상승’을 우려하며 사모펀드 등 제 3자 인수를 견제하기 위한 ‘여론전’에 나서면서 사모펀드와 갈등을 빚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 인수의 당위성’과 ‘제 3자 인수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지난 9월에는 금호고속 사내 조직인 구사회 대표 명의로 “재무적 투자자의 인수 시도를 반대한다”는 취지의 편지가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던 사모펀드들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이 때문일까. 금호고속 예비 입찰 과정에서 입찰 후보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매각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금호고속 예비 입찰에선 국내 대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 등 2군데만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도 매각 개시시점보다 다소 떨어진 상태다.

사정이 이렇자, 사모펀드가 ‘대표이사 교체’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조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견제하는 동시에 ‘금호고속 매각’을 이슈화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조치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불법적 해임 조치”라며 발끈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홍보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사모펀드의 대표이사 해임은 절차상 하자가 있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위반한 것”이라며 “불법적 해임이고 무효인 만큼 적절한 대책 강구 등 법적 대응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의 주장에 대해선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매각 작업 방해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사모펀드와의 갈등은 박삼구 회장에게 또 다른 숙제를 안겨 주게 됐다.  금호고속은 경영권에 대한 정통성을 상징해줄 뿐아니라, 캐시카우를 되찾는다는 의미 등 다양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반드시 되찾아야 와야 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PEF 측의 이번 대표이사 교체로 향후 매각 작업에 다양한 변수가 등장할 여지가 생김에 따라 박 회장의 머릿 속도 복잡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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