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부가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와 관련해 운항정지 45일 처분을 내렸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부가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노선에 대해 45일 운항정지 처분을 내린 가운데, 국내 항공업계의 쌍두마차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또 한 번 설전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어느 쪽이 미소를 짓게 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서로의 시각을 살펴봤다.

◇ 운항정지 45일… 처참한 사고와 헌신적 구조 사이

국토교통부는 지난 14일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노선에 대해 45일 운항정지 처분을 내린다고 전격 발표했다. 지난해 7월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에 대해 마침내 행정처분을 내린 것이다.

앞서 정부 당국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운항정지’ 처분을 내리느냐는 항공업계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6월 미국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사고 원인을 조종사 과실로 최종 결론지은 가운데, 남은 것은 ‘처벌수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좀처럼 행정처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상황이 다소 애매했다. 우선 조종사 과실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잘 훈련된 승무원의 기지가 ‘참사’를 막은 것 또한 외면할 수 없었다. 처참한 사고에도 불구하고 탑승자 307명 중 304명이 생존했다.

여기에 운항정지 처분이 내려질 경우 국민들이 겪게 될 불편과 항공업계에 미칠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항정지 대신 과태료 처분을 호소하는 아시아나항공과 운항정지 처분을 촉구하는 대한항공의 엇갈린 목소리도 정부의 고민을 깊게 했다.

결국 국토부는 ‘장고’ 끝에 운항정지 45일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조종사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고, 항공사의 교육훈련이 미흡했던 점을 지적한 것이다. 더불어 주로 운항정지 처분을 내렸던 과거 사례와 운항정지 대신 과태료 처분을 내릴 경우 금액 차이가 크다는 점도 고려됐다.

다만, 운항정지 기간은 최대한 짧게 적용됐다. 아시아나항공이 일으킨 사고는 원래대로라면 운항정지 90일 처분이 내려져야 한다. 그러나 승무원들의 헌신적이고 적절한 구조가 사고 피해를 최소화시킨 점,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상태가 어려운 점 등이 감안돼 운항정지 기간이 반으로 줄었다. 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감경 폭이 적용된 것이다.

국토부의 결정이 발표되자 ‘라이벌’ 대한항공은 발끈했다. 운항정지 처분이 내려지긴 했지만 그 기간이 턱없이 짧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토부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운항정지 처분 결정을 발표한 날, 대한항공은 이례적으로 입장자료를 발표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이번 행정처분은 법에서 정한 최대한의 감경 폭을 적용한 것으로 ‘아시아나항공 봐주기’의 일환이라 납득할 수 없다. 현행법 자체가 아시아나항공의 주장이 반영된 ‘아시아나 법’이다”라고 강한 어조로 국토부를 규탄했다.

과거 대한항공이 사고를 일으켰을 때는 최대한의 처벌을 내려놓고, 아시아나항공에겐 최대한의 감경폭을 적용하는 것은 법 집행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무시한 조치라는 것이 대한항공의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997년 225명이 사망한 괌 사고와 관련해 운항정지 2년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 아시아나 “국토부가 수상해…”

그러자 아시아나항공은 더욱 강경한 태도로 어조로 나왔다. 아시아나는 지난 17일 입장자료를 발표하고, 이의신청은 물론 법적대응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국토부의 운항정지 처분에 대해 크게 세 가지를 지적했다. 먼저 국토부가 운항정지 처분을 미리 결정하고, 대한항공과 사전협의까지 마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근거로 제시한 것은 행정처분 위원회가 개최되기 사흘 전인 지난 10일, 국회 상임위에 배포된 국토부의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사고 관련 행정처분 계획’이란 2쪽짜리 문건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해당 문건에 아시아나항공 운항정지 시 수송방안으로 ‘대한항공에서 대형항공기로 교체(B777→B747) 투입 예정으로 117석이 증가되어’라는 언급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토부가 이미 아시아나항공 운항정지를 전제로 대한항공과 기종변경 협의까지 마쳤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아시아나항공의 입장이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은 국토부가 아시아나항공 운항정지에 따른 국민 불편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하루에 약 61석정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3개 항공사 전체의 탑승률을 100%(요금이 비싼 비즈니스 및 퍼스트 클래스도 포함)로 가정했을 때라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해당 노선이 성수기·비수기 구분 없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국토부가 의도적으로 예상되는 불편을 축소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은 “항공편 이용자들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운항정지가 아닌 과징금으로 할 수 있다는 법의 취지가 구현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지적은 운항정지 처분이 ‘후진적 행정처분’일뿐 이라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국토부의 이번 운항정지 처분이 항공 안전에 역행할 뿐 아니라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후적 징계가 안전을 도모하기는커녕 더 큰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00년대 이후 OECD 국가에서 사후적 징계로 특정노선의 운항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며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이 ‘발끈’하고 나섬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처벌 수위’는 다시금 정부로 공이 넘어가게 됐다. 국토부는 아시아나의 이의제기에 따라 재심의 절차를 거쳐 다음 달 초쯤 최종 행정처분 수위를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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