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카지노 사업의 '장밋빛 미래' 롤모델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 <사진=마리나베이샌즈 홈페이지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지난 20일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의 기공식을 시작으로 카지노와 대형 리조트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선상카지노를 허가하는 내용의 크루즈법과 경제자유구역특별법을 상정하면서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같은 시간 제주도 외국인 카지노에서는 불법 환치기와 탈세로 업주가 구속되기도 했다. 여전히 ‘블랙 카지노’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부유층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면서 이들을 붙잡기 위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도박’이라면 좋아하기로 유명한 중국인들을 유도하기 위한 카지노 사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한국은 인천 송도에 파라다이스-세가사미 등 굵직한 대형리조트와 카지노 사업을 유치하며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시각, 제주도에서는 불법 카지노 영업이 적발되면서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 암운을 드리웠다. 중국계좌에 위안화로 입금을 받고 국내카지노에서 칩을 지급하는 일종의 ‘환치기’ 수법이 수사결과 드러난 것이다. 이 같은 환치기 수법으로 매출을 축소 신고한 카지노 업체사장은 탈세혐의로 입건됐고, 환치기 업자는 위안화 밀반입으로 현재 조사 중이다.

◇ 현재 카지노 사업은 감시의 ‘사각지대’

음성적 도박을 양성화한 카지노 사업의 성패는 아이러니하게도 ‘신뢰’에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의 선결조건은 무엇보다 투명한 사업구조라는 것이다. 매출이 정확해야 세수가 늘어나고 외국인 자본을 유치하기에도 용이하다. 고객 역시 투명하게 운영되는 업장을 더 선호하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검찰의 불법 바카라 도박장 압수수색 <사진은 기사와 직접관련 없음>
문제는 이러한 신뢰성을 확보할 만큼 카지노 사업에 대한 우리의 관리‧감독 체계가 라스베가스나 홍콩 등에 비해 허술하다는 점이다. 카지노 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특별관리가 필요함에도 일반적인 탈세나 외국환관리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외국인 카지노라는 이유로 한국 수사당국의 출입도 절차가 까다롭다.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 경찰이 카지노 영업장에 들어가 수사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카지노 사업자를 관리‧감독 규정이 전무하고 관련 전문 인력도 1~2명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업계에 있는 사람도 공감하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지노 전문 모집인(에이전트)은 “중국인 고객을 유치하는 영업과정에서 이 같은 환치기는 정말 비일비재한 일”이라며 “환치기 뿐만 아니라 테이블 분양과정에서의 검은 내막과 외화 밀반입 등 사실상 카지노는 감시의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제주도 카지노 사업의 실태를 보면 이 같은 문제점은 더 명확해진다. 새정치민주연합 강찰일(제주시 갑) 의원에 따르면 제주도의 카지노 업체가 6년간 납부한 세금은 650억 원에 그쳤다. 반면 세금없이 카지노 에이전트들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지불된 금액은 1,917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전트들에게 지급된 이 같은 수수료에는 불법 환치기로 인한 금액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 ‘신뢰’없이는 외자유치 없다

이에 원희룡 제주지사는 “관리·감독 규정 정비 전에 추가 카지노 사업 허가는 없다”며 카지노 사업의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가 진행한 카지노 감사 결과, 지난 12일 환치기로 매출을 조작해 50억 상당을 빼돌린 업체 대표들이 무더기 기소됐다. 17일에도 다른 업체가 서울지방경찰정 국제범죄수사대에 환치기가 적발되기도 했다. 

한편 한국의 카지노에 투자한 외국 기업의 심사는 복잡하다. 외국 투자자 입장에서 카지노 설립까지 복잡한 규제가 있어 한국 업체에 투자하거나 합작법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카지노 사업에 투자 중인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합작법인을 운영하든 투자를 하든 한국 기업에 경영을 맡길 수밖에 없는데, 사업 운영이 투명하지 않아 의심스럽다”며 “대규모 투자에 앞서 이런 점들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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