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오롱 해고자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들

최일배 위원장을 만나기 전, 기자는 코오롱타워 주변을 둘러봤다. 건물 주변은 매우 한적했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것들이 있었다. 가로수 사이로 줄줄이 연결돼 코오롱타워를 둘러싸고 있는 작은 현수막들이다.

이 현수막에는 코오롱 해고자들의 복직투쟁과 단식투쟁을 지지하고, 코오롱의 무자비한 횡포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온라인을 통해 응원문구를 적으면, 5,000원당 1개의 응원현수막이 자신의 이름으로 걸리는 방식이다. 단식투쟁이 시작된 지난 5일부터 신청을 받고 있으며, ‘10년 투쟁’을 의미하는 3,65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코오롱타워를 포위한 현수막에는 ‘코오롱 노동자들을 응원합니다’, ‘함께 합니다’, ‘노동자가 살아야 기업도 산다’, ‘정리해고로 10년간 투쟁하신 분들의 목소리를 지금이라도 들으세요’, ‘악랄한 정리해고, 코오롱 OUT’, ‘코오롱 이웅열 회장이 답하라’, ‘이웅열 회장님 이야기 좀 합시다’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코오롱타워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응원현수막 만이 아니었다. ‘경찰통제선’이라고 적힌 노란테이프가 건물을 다시 한 번 둘러싸고 있었다. 덕분에 코오롱타워에 들어가기 위해선 이 테이프를 넘거나 몸을 숙여야 했다.

또 다른 한쪽 벽에선 서울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보내온 응원 편지와 코오롱 불매운동 포스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정리해고’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 수밖에 없는 중학생이 보낸 편지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아는 브랜드인 ‘코오롱’이 대기업인 줄만 알았지, 이런 나쁜 일을 저지른 줄 몰랐어요”, “작지만 힘을 보태고, 응원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썼어요”, “복직 될 때까지 코오롱 옷을 입지 않고, 부모님께도 말씀드릴 거에요”등의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피켓을 들고 서명을 받고 있던 한 남성은 “서울에서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데, 코오롱 해고자들의 투쟁과 최일배 위원장의 단식투쟁 소식을 듣고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려 나왔다”며 “10년이 가까워오고 있는데, 어서 빨리 해결돼야 한다는 마음과 정리해고 문제가 단순히 당사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마음에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의 투쟁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더하는 이들의 모습은 너무나 따뜻해보였다.

이들이 내민 서명지에 서명을 하고 응원을 보내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서명을 한 한 중년 남성은 “저 천막에서 오랫동안 지내고 있는 걸 빤히 다 아는데 어떻게 외면하겠느냐”며 “우리도 결국 다 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과천 코오롱타워는 스산하고 조용했다. 하지만 그 속에선 보이지 않는 따뜻함과 힘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