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강원랜드 노조위원장이 노사 간에 맺은 임금협약 이행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여름 노사합의를 놓고 극심한 진통을 겪은 강원랜드가 신임 사장의 낙하산 논란에 이어 또 다시 갈등에 휩싸이는 모양새다.

▲ 조용일 강원랜드 노조위원장이 지난 2일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조용일 강원랜드 노조위원장은 지난 2일 직원식당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노사가 체결한 임금협약이 이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랜드 노조에 따르면, 강원랜드 노사는 지난 10월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8월 사상 첫 총파업을 실시하는 등 극심한 갈등은 겪은 뒤였다. 이어 노조는 이러한 조합원 총회를 통해 노사 합의사항을 가결시켰고, 11월 11일엔 노사 양측이 임금협약에 최종 서명했다.

그런데 이렇게 체결한 임금협약은 정부당국의 승인 절차를 넘지 못하고 있다. 강원랜드 노조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미 노사가 합의한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산업부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승인하지 않고 있다”며 “그 중에는 근로조건저하를 막기 위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사안들도 있는데, 산업부는 이러한 것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조용일 노조위원장은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그러면서 노사 합의 당시 교섭대표였던 산업부 출신 김시성 경영지원본부장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또한 노조는 3일부터 김시성 본부장에 대한 퇴진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원랜드 노조 관계자는 “산업부 출신인 해당 본부장은 교섭 당시 문제될 것이 없다며 호언장담 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산업부 출신 낙하산에 대해 노조가 꾸준히 반기를 들었는데, 이 때문에 산업부가 노조 길들이기를 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 바람 잘 날 없는 강원랜드… 무거워진 함승희 사장 어깨

▲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
조용일 강원랜드 노조위원장은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생명을 담보로 단식농성을 지속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로써 강원랜드는 연말에 또 다시 갈등 국면을 맞게 됐다. 더불어 지난달 14일 취임한 함승희 사장과 김경중 부사장은 초반부터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강원랜드는 지난 8월 첫 파업 사태를 맞는 등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었다. 특히 광복절 연휴기간에 파업이 벌어져 적잖은 혼란을 빚기도 했다. 사상 첫 파업으로까지 이어진 노사갈등의 원인은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대책이 컸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그동안 누려왔던 각종 복지 혜택이 대폭 축소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에 강원랜드 노조는 강원랜드 설립 취지와 환경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직원의 80%가 지역민이고, 교육, 의료 등의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강한 의지를 등에 업은 강원랜드 사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강원랜드 노사는 지난 8월과 10월 잇따라 복지제도를 대폭 축소하기로 합의하며 급한 불을 껐다. 허나 진통 끝에 합의한 사항이 산업부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강원랜드의 갈등은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14일 새로 취임한 함승희 사장과 김경중 부사장의 어깨도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

강원랜드는 지난 2월 최흥집 전 사장이 강원도지사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수장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 그리고 이 공백은 지난달까지 무려 9개월간 이어졌다. 그만큼 신임 경영진의 부담이 크고, 당면과제가 많은 상황이다.

여기에 노조 문제까지 겹치면서 함승희 사장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노조와 정부 사이에 낀 애매한 입장이라는 점도 그리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더욱이 함승희 신임 사장은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며 강원랜드의 ‘낙하산 잔혹사’를 끊지 못했다. 검찰 출신인 함승희 사장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서울 노원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까지 지낸 그는 2007년 돌연 친박(친박근혜) 캠프에 합류해 친박연대 최고위원을 맡은 이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낙하산 논란’에 대해 함승희 사장은 “정치를 떠난 지 오래기 때문에 낙하산 논란은 말도 안 된다”며 “고향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강원랜드 노조 관계자는 “함승희 사장은 이번 사태와 무관한 만큼 책임을 요구할 수는 없다”며 “다만, 이제 강원랜드의 대표가 된 만큼 그에 맞는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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