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가 정기적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십상시’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사진출처=YTN방송 캡처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정윤회 문건’의 파문이 ‘십상시’로 번지는 모양새다. 정윤회 씨가 여권 관계자 10여명과 정기적으로 만난 모임이 ‘십상시’로 표현된 것. ‘십상시’란 중국 후한 말 영제 때 정권을 잡고 조정을 농락했던 10명의 환관을 일컫는 말이다.

유출된 청와대 감찰보고서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월 2회씩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을 포함한 10여명과 회동을 갖고 청와대 내부 사정과 인사문제를 논의해왔다. 특히 정 씨는 이 모임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연말 교체설을 정보지와 언론을 통해 “바람을 잡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정 씨와 ‘십상시’ 모임의 멤버로 거론된 인사들은 하나같이 ‘사실무근’으로 입을 모았다. 언론을 통해 적극 대응하고 있는 정 씨의 경우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면서 “너무 황당하다”는 입장을 표현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청와대 행정관도 “보는 눈이 얼마나 많은데 정 씨와 ‘3인방’이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건지 모르겠다. 더구나 10명씩 모여서 회의를 했다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 보고서. 해당 문건에 ‘십상시’로 명명된 모임의 정황이 적혀있다. / 사진출처=세계일보 제공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를 피해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해당 문건에 대해 “60%이상 맞다고 본다”면서 문건 속 내용 역시 ‘십상시’로 명명된 모임의 참석자가 박관천 경정에게 전달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에게 정 씨의 감찰을 지시했고, 박 경정은 감찰 내용을 문건으로 작성해 보고했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이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십상시’에 대한 실체 규명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문고리 권력 3인방 외에는 ‘십상시’ 멤버로 알려진 인사가 없다. 다만 해당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청와대 인사들이 ‘십상시’의 멤버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많다. 고소인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과 함께 신동철 정무비서관, 조인근 연설기록비서관, 음종환 홍보수석실 행정관, 김춘식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 이창근 제2부속실 행정관 등 8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체가 불분명한 만큼 거론되는 인사들 역시 한정된 인원보다 5명이 초과한 15여명에 이른다. 3인방을 제외한 나머지 12명 인사들 가운데 현직 청와대 행정관·비서관은 7명이다. 이들은 각각 친박계 실세 의원의 보좌관이나 새누리당 당직자 출신으로, 지난 대선 당시 캠프에서 맡았던 역할을 청와대로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3인방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1998년 정치에 입문할 당시 보좌관·비서관으로 함께 일하다 현재 이 비서관은 청와대 살림과 인사 실무를 맡고 있고, 정 비서관과 안 비서관은 각각 대통령의 일정과 메시지, 수행을 담당하고 있다.

청와대 외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2007년 경선캠프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 청와대까지 함께 입성했다가 자리를 옮긴 전직 행정관이 ‘십상시’에 포함됐다는 전언이다. 이외 여권 핵심 인사의 보좌관들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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