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산.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벽산그룹이 오너일가 개인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보여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의 대상이 된 회사는 아직 10대에 불과한 오너 일가 4세가 다수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일찌감치 승계 작업의 초석을 마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벽산그룹은 건축자재재와 도료(페인트 등), 주방기기 등을 제조·판매하는 중견그룹이며, 벽산, 하츠, 벽산페인트, 벽산LTC엔터프라이즈(이하 벽산LTC) 등으로 이뤄져있다. 고(故) 김인득 창업주가 1951년 벽산의 효시인 동양물산을 창업한 뒤, 1962년 한국스레트공업주식회사(현재 벽산)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90년대 중반까지 크게 성장했다. 한때 유통, 금융, 방송, 자원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18개의 계열사를 영위했을 정도다. 하지만 IMF를 지나면서 덩치가 작아졌고, 지난 4월 벽산건설이 파산하면서 4개의 계열사만 남아있다.

▲ 벽산LTC엔터프라이즈 총매출 및 내부거래 비중.
◇ 내부거래 비중 높은 벽산LCT엔터프라이즈, 벌써부터 승계 작업?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벽산LTC다. 벽산LTC는 지난 2010년 건축자재, 철물, 난방장치 도매업을 사업목적으로 설립됐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벽산LTC의 임직원수는 7명이다. 허나 매출 규모는 상당하다. 지난해 343억원, 2012년 40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문제는 이러한 매출이 대부분 벽산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벽산LTC는 지난해 343억원의 총매출 중 323억원을 벽산과 하츠, 벽산페인트를 통해 올렸다. 2012년엔 404억원의 총매출 중 339억원, 2011년엔 457억원의 총매출 중 353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나왔다. 내부거래 규모는 꾸준히 유지되는 반면 총매출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내부거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그런데 벽산LTC는 벽산그룹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회사’다. 우선 김희철 벽산그룹 회장의 세 자녀 중 김성식 사장과 김찬식 부사장 형제가 각각 20%를 보유 중이다. 그리고 김성식 사장의 세 자녀가 각각 20%씩 60%를 나눠 갖고 있다.

▲ 벽산그룹 가계도.
즉, 벽산그룹이 그룹차원에서 오너 일가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벽산LTC의 사업 분야가 도매업이라는 점은 소위 ‘통행세’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러일으킨다.

특히 벽산LTC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는 김성식 사장의 세 자녀는 모두 아직 10대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희철 벽산그룹 회장이 일찌감치 4세 승계 작업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중견기업에서 오너 일가가 더 많은 꼼수를 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개인회사를 설립해 그룹의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아주 전형적인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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