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같은 당 정몽준 전 의원의 관계가 부쩍 가까워진 모습이다. 김 대표는 이례적으로 공식석상에서 정 전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의 노조 파업을 비판하며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정 전 의원이 감사의 뜻을 전했다는 후문도 나온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혁신’ 의지는 여전했다. 그는 오는 8일 의원총회를 직접 주재하며 한 달 가까이 표류 상태를 이어온 혁신안 추인에 정면돌파를 예고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달 11일 의원총회에서 혁신안 추인이 무산된 이후 상임위원회별로 의원들을 만나서 동의를 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원안에 가까운 혁신안을 확정한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었다.

이로써 김 대표는 또 한 번 리더십을 평가받을 시험대에 올랐다. 결과에 따라 ‘개헌 봇물’ 발언으로 사그라진 대세론의 불씨를 되살릴 수도 있는 기회다. 혁신안 추인을 앞둔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김 대표의 독무대가 전망되는 가운데 정작 혁신안을 주도해온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의 존재감은 약하다. 혁신위 출범 당시만 해도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과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 ‘시한부’ 김문수 혁신위원장의 역할 종지부

실제 김 위원장의 기는 한풀 꺾였다. 지난달 24일 혁신안에 반대 의견을 가진 자당 의원들과 토론을 벌일 계획이었으나 초청자 15명 가운데 4명만 참석하는 등 원외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도리어 불통 논란만 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남은 3개월의 임기를 걱정한다. 당초 임기 6개월의 시한부를 우려했으나 현재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 대표와 불화설이 불거지면서 김 위원장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두 사람은 혁신위 출범 초 전권 위임 여부로 갈등을 빚은 데 이어 당내 반발을 산 혁신안 수정 여부에 입장을 달리해 혁신위의 위기를 불러왔다. 물론 김 대표와 김 위원장은 불화설에 대해 부인했다.

▲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혁신위원장은 서로 불화설에 대해 일축했으나 혁신위 출범 전후로 김 위원장을 향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내부의 토로가 두 사람의 관계를 시사했다.
김 대표는 “(김 위원장과) 이견이 없다”면서 혁신안 수정안 지시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거부한 것에 대해 “김영우 대변인이 혁신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해 공식적으로 (당 지도부의 의견을) 전달하려고 했는데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서 서로의 의사전달이 잘못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 또한 “지금까지 한 번도 불화를 느껴본 적이 없다”며 불화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당 안팎의 시각은 다르다. 혁신안 추인 불발로 김 위원장의 위상이 떨어지면서 혁신위 출범 전후로 달라진 분위기를 느낀다는 것. 이와 관련, 김 위원장 측에선 취임 초기 높은 기대를 받은 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 게 아닌가 해석하기도 했다.

김 대표와 김 위원장이 미온적 관계로 변화된 반면 김 대표와 정몽준 전 의원은 부쩍 가까워진 모양새다. 김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잇따라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을 거론하며 관심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정 전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대주주다.

김 대표는 지난 10월3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이어 이달 4일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 7개월간 55차례에 걸쳐 임금답체협약 교섭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파업이라는 불행을 맞게 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우회적으로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을 비판했다.

뿐만 아니다. 김 대표는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현대중공업을 방문해 조선업계 불황과 노사 임단협 진행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김 대표는 당시 울산항만공사 등의 국감을 위해 현장을 찾았으나 당초 예정에 없던 현대중공업까지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전 의원이 김 대표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 ‘사돈’ 정몽준 재영입으로 비박 연대 시동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정 전 의원을 재영입하기 위한 김 대표의 포섭 작업으로 보고 있다. 실제 김 대표는 당대표 취임 이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김 위원장과 함께 정 전 의원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대표가 조직 개편을 하면서 제2사무부총장에 정 전 의원의 측근으로 불리는 정양석 전 의원을 임명한 것도 정 전 의원을 배려한 인사로 해석됐다. 일각에선 정 전 대표를 위해 기존 당직이 아닌 새로운 요직을 만들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정 전 의원이 과거 당대표를 지낸 만큼 최고위원과는 ‘급’이 맞지 않다는 지적에서다.

김 대표와 정 전 의원의 인연도 두 사람을 가깝게 하는 요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사실 두 사람은 사돈 관계다. 김 대표의 누나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의 딸이 바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다. 정 전 의원의 형수인 셈이다. 따라서 두 사람 모두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히지만 대선정국까지 2년여 시간이 남은 만큼 비박진영에서 연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당 안팎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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