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갑질 횡포' 부린 롯데백화점에 부과된 과징금 45억원 적합" 판결

▲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윤리경영’을 강조하며 이미지 개선에 노력해온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가 심란한 상황을 맞이했다. 최근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또 다시 롯데백화점이 이미지에 생채기를 입었기 때문이다. 최근 법원은 납품업체에 경쟁사의 매출 정보를 요구하거나 할인행사를 강요하는 등 횡포를 부린 롯데백화점에게 부과된 ‘45억원대의 과징금’이 적합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소송’도 지고, ‘이미지’도 구긴 롯데백화점

8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민중기)는 롯데쇼핑(롯데백화점)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롯데백화점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45억7300만원을 부과 받은 조치에 불복해 제기한 것이다.

당시 공정위 조사 결과, 롯데백화점은 2012년 1∼5월 35개 납품업체들에 매출 자료를 요구하고, 취합한 정보를 토대로 경쟁 백화점에 비해 자사의 ‘매출대비율’이 낮을 경우 ‘판촉행사’를 요구하거나 경쟁사에서 판촉행사를 못하게 하는 횡포를 부렸다. 또한 이를 따르지 않는 업체에는 ‘마진 인상’, ‘매장 이동’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측은 “브랜드별 매출 자료는 일부 직원이 개인적 업무 편의를 위해 요청한 것에 불과하고 회사 차원에서 이를 수집하거나 ‘매출대비율’을 관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에선 이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롯데백화점)는 백화점업계 1위의 대규모유통업자이며 비협조적인 납품업자에 대해 페널티를 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실제로 페널티를 부여한 사례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납품업자들에게 매출 자료를 요구한 행위는 공정거래의 기반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가 납품업자들로부터 경쟁 백화점에서의 매출 자료를 제공받아 자사의 ‘매출대비율을 관리하게 되면 납품업자들로서는 각 백화점별로 비슷한 행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고, 이는 각 백화점 간의 경쟁을 감소시켜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롯데백화점 직원이 납품업체에 매출 자료를 요구한 행위가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행해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롯데백화점의 내부 회의 자료에 대표이사가 ‘경쟁사 대비 매출 관리’를 수차례 지시한 내용이 있다는 점이 판단의 근거로 활용됐다. 

이번 판결은 2012년 1월 대규모유통업법 시행 이후 최초의 법원 판례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측은 말을 아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별도로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며 “현업 부서에 상고 여부 등 계획을 물어봤는데, 아직 답변을 못 들었다”고 말했다.

◇ 쉽지 않은 '갑질 오명' 벗어나기

소송 패소로 롯데백화점은 또 다시 이미지에 생채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미 지난해 적발돼 알려진 사안이지만, 이번 판결 패소로 다시 한 번 ‘갑질 기업’으로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는 그간 회사의 이미지 개선에 힘써왔던 이원준 대표에겐 더욱 심란한 일로 작용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대표는  ‘납품비리 파문’으로 물러난 신헌 전 대표에 이어 지난 4월 롯데백화점의 수장에 오른 인사다. 

▲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

회사의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했을 때 ‘구원투수’로 투입된 그는 취임 이후 ‘윤리경영’을 강조하며 내부 시스템과 이미지 개선에 힘써왔다.

지난 10월엔 롯데백화점의 ‘창립 35주년’을 맞아 ‘러블리 라이프’란 슬로건을 내걸고 ‘긍정적인 이미지’ 확산을 위한 노력도 전개했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먼 실정이다. 

유통업계에선 백화점업체들의 보이지 않는 ‘횡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높은데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선 “백화점들이 지나치게 편중된 특약매입거래로 입점(납품)거래업체들에게 외상매입 상품에 대한 반품 책임과 재고 부담을 전가시키고, 판촉·인테리어 등  비용 떠넘기기로 손익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에 이번에 소송까지 패소하면서 이 대표에게 또 다른 숙제를 안겨줬다. 

이같은 시선에 대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자정 노력을 열심히 있으니 좀 더 지켜봐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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