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부토건이 급증한 차입금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엔 실적악화에 노조파업까지 겹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을까…’
실적부진에, 수백억 이자비용, 임금체불, 그리고 노조 파업…. 토목·건축 전문업체 ‘삼부토건(대표이사 회장 조남욱)’ 얘기다. ‘토목건축공사업 1호 면허’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삼부토건이 처한 상황은 안타까울 정도다.

◇ 부채비율 3,299%… 최악의 재무구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190억원, 순손실 86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4,65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손실규모는 더욱 커졌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비단 3분기만의 사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삼부토건의 실적 부진은 계속 이어져왔고, 올해 들어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삼부토건이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금융위기 이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부실로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자금사정이 악화된 탓이다. 특히 지난 2011년 동양건설산업과 서울 내곡동에 고급주택을 짓는 ‘헌인마을 PF사업’을 추진하다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사업에 난항을 겪으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삼부토건은 법정관리까지 신청할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에 내몰렸다. 다행히 채권은행들이 법정관리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유동성 지원을 약속하면서 한숨 돌리긴 했지만, 이후 차입금 규모가 커지면서 재무구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형국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삼부토건의 총차입금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조1,495억원이다. 차입금으로 인해 한 해 지출하는 금융비용만 600억원에 달한다. 2010년 이후로 총차입금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른 부채비율도 엄청나다. 지난해 말 부채는 1조5,507억원, 자본 470억원으로 무려 3,299%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삼부토건은 보유한 자산을 거의 대부분 담보로 잡힌 채 어렵게 연명하고 있다.

삼부토건은 자산을 매각하는 등 악화되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아왔다. 특히 서울 강남구 르네상스호텔을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일에도 시공사 선정이 불발되면서 지난해부터 논의된 르네상스호텔 매각은 해를 넘기게 됐다.

◇ 노조 파업에 공사중단… 악재 언제 끝날까

삼부토건 입장에선 르네상스호텔의 매각이 지연되면서 더욱 곤혹스런 처지에 몰렸다. 당장 자금난으로 인해 수개월째 밀린 공사비와 직원들의 월급을 처리하기 힘들어졌다. 공사현장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급기야 삼부토건 노조는 체불임금 지급과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4일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직원 급여 80억원과 퇴직금 50억원이 지급되지 않았다. 노조는 현재 경영진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선 삼부토건이 이 같은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삼부토건의 정상화가 희망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걱정은 커지고 있다. 또 내년 6월 만기가 도래하는 대주단협약대상 차입금 등 신규 PF자금이 조달되지 않을 경우 유동성 부담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점도 우려를 가중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

가장 답답한 건 삼부토건이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자구노력을 충분히 기울이고 있지만 건설경기가 계속 다운돼서 여의치 않은 상황인 것은 맞다”면서 “일단 (대출금으로) 다음주 정도에 밀린 임금의 80~90% 정도를 처리할 계획이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르네상스 호텔 매각을 위한 사업조건 완화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그러면서 “자구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주변 환경이 여의치 않아 안타깝다. 기업이 회생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나 금리 조정 등 정부 차원의 배려가 검토돼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중소건설사들이 줄도산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삼부토건은 1948년 설립된 66년 전통의 토목건축 회사다. ‘국내 토목건축공사업 면허 제1호’를 취득한 후 대한민국 토목분야 선두 건설사로 명성을 굳혀왔다. 시공능력평가순위 36위 업체로, 르네상스 서울 호텔·경주콩코드호텔·(주)신라밀레니엄 등 15개의 계열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조남욱 대표이사 회장이 지분 8.1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조 회장의 가족 및 친척들이 대부분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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