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운 시사위크 발행인
[시사위크=이형운 발행인] ‘땅콩리턴’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과 ‘국정농단 의혹’을 사고 있는 정윤회 씨로 인해 요즘 우리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땅콩리턴’ 조현아 사건과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은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힘들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너 일가의 위세를 떨쳐서 그렇고, 정윤회 문건에서 드러난 정윤회 씨의 행동도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또 있다. 무엇보다 사건 초반, 여론흐름을 살피며 ‘침소봉대(針小棒大)’하려다 오히려 사건을 키웠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우선 조현아 사건이 최초 언론에 보도되자 대한항공은 사건의 파문을 예의주시하며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다. 시간이 흘려 ‘흐지부지’ 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악화된 여론을 확인하고서야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 내놓은 대책은 ‘조현아 부사장의 직무중단’이었다. 부사장 직함과 등기이사 등의 권리는 그대로 둔 채 ‘눈 가리고 아옹식’의 대책을 내 놨다. 한마디로 악화된 여론을 피하려는 ‘꼼수’에 불과했다.

이 같은 대한항공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더욱 악화됐고, 뒤이어 내놓은 대책이 부사장직 사퇴였다. ‘땜질식 대책’으로 여론의 질타를 피해보고자 하는 대한항공의 안이한 대응이 화를 더욱 키운 셈이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 대응도 ‘땅콩리턴’ 조현아 사건과 여러 측면에서 닮았다. ‘박지만 미행설’이 터질 때만 해도 정윤회 씨는 이를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대응으로 일관했다.

또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이 공개되자 이를 보도한 <세계일보>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맞대응을 함으로써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 역시 법적대응으로 일관, 문건공개에 따른 사건의 확대 방지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을 샀다.

조현아 사건과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에 대한 국민들의 갈망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들은 사건의 진실을 원했지만, 두 사건의 당사자들은 ‘사건의 본질’보다는 ‘곁가지’만 보여주는 행태를 취했다.

또한 두 사건에는 ‘특권의식’이 자리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대한항공 오너의 딸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행태는 특권의식의 정점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의 딸로서 직원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는 특권의식, 비행기 문이 닫힌 뒤부터 모든 권한이 기장에게 있는데도 오너의 딸은 이 보다 우선한다는 특권의식이 ‘땅콩리턴 조현아 사건’의 본질이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도 ‘특권의식’이 자리 잡은 결과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정윤회 씨는 박근혜 정부의 ‘얼굴 없는 실세’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물론 정윤회 씨 스스로 ‘실세’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어쨌든 국민들과 언론에서는 ‘실세’라는 평가를 내리기에 주저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정윤회 씨의 행보가 언론의 관심사항이었다. 문건이 공개된 뒤 정윤회 씨의 대응자세가 일종의 ‘특권의식’이 빚어낸 결과로 비쳐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땅콩리턴 조현아’와 국정개입 의혹 문건의 당사자인 정윤회 씨는 특권의식을 버리고 ‘사건의 실체’를 밝혀야만 악화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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